[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재계 순위 35위 ‘SM그룹’은 최근 정·재계의 관심을 가장 뜨겁게 받고 있는 기업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동생이 SM그룹 계열사인 KLCSM의 선장으로 근무하고 이낙연 국무총리의 동생은 건설사 삼환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다 사임했기 때문이다.
정권 서열 1, 2위의 동생들이 일하는 SM그룹은 어떤 기업일까.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이 기업은 1988년 설립된 건설사 ‘삼라’를 모태로 두고 있다. 건설업을 토대로 성장해 왔고 활발한 인수·합병(M&A)으로 법정 관리 기업을 인수할 후보자로 자주 언급되는 ‘다크호스’이기도 하다. ◆법정관리 기업 인수로 덩치 키워
SM그룹이 지금의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활발한 M&A 덕분이다. SM그룹은 2004년 진덕산업을 계열사로 편입한 이후 남선알미늄·티케이케미칼·우방·대한해운·경남기업 등을 차례차례 합병하며 덩치를 키워 왔다. 지금의 포트폴리오는 제조, 건설, 해운, 서비스·레저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베일에 싸여 있던 SM그룹의 지배 구조가 알려지기 시작한 계기는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공시 대상 기업 집단에 편입되면서부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 5조원 이상인 기업 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동일인(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가 금지된다.
올해 5월 SM그룹의 자산은 9조8000억원으로 재계 순위 35위에 올랐다. 2017년 이후 SM그룹의 재계 순위는 매년 상승했고 자산 규모도 7조원에서 8조6000억원, 2019년 9조 8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9년 5월 기준 SM그룹의 계열사는 65곳이다.
건설은 SM그룹의 주력 분야이자 모태가 된 사업이다. 건설 부문 계열사로는 경남기업·우방·삼라 등이 있다. 2017년 법정 관리를 마치고 SM그룹에 편입된 경남기업은 1951년 창립돼 국내외 건축·토목·플랜트 및 개발 사업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대구에 본사를 둔 (주)우방은 1992년 중국에 국내 건설사 최초로 진출했고 2010년 SM그룹에 편입됐다. 광주에 본사를 둔 삼라는 1988년 창업된 SM그룹의 모기업이다.
화학 섬유 전문 기업인 티케이케미칼은 2008년 SM그룹에 합류했다. 폴리에스터와 스판덱스 제품을 생산 중이고 최근엔 친환경 기술 개발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1947년 설립된 남선알미늄은 알루미늄 전문 기업으로 주택용 새시에서 빌딩용 커튼월, 산업용 구조재 등 다양한 분야의 압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SM그룹이 건설 외에 최근 집중하는 분야는 해운이다. 2013년 SM그룹에 합류한 대한해운은 브라질 발레, 한국가스공사 등과 장기 운송 계약을 체결하며 에너지 자원 전문 수송 선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SM그룹은 2016년 한진해운의 미주 노선과 광양터미널·경인터미널 등을 인수하며 법인 ‘SM상선’을 설립했다. 한진해운의 자산은 물론 일부 직원들에 대한 고용 승계도 이뤄졌다. SM상선은 일본과 동남아 등 아시아 노선에 이어 2017년 미주 노선 운항을 시작하며 현대상선과 함께 국내 원양 선사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미주 노선 2개를 포함해 총 11개의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우오현 회장, “사업 분야 넓어야 안정적” 지론
‘M&A의 귀재’라고 불리는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평소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업 분야가 넓어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기업 경영이 가능하다”는 지론을 밝혔다. 우 회장의 지론대로 SM그룹은 건설·화학·제조·해운 등 업종을 가리지 않는 M&A에 몰두했다. ‘질보다 양’에 집중한 셈이다.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M&A에 뛰어드는 것과 달리 SM그룹은 법정 관리 대상이 된 체력이 약한 기업들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우 회장은 2016년 SM상선 설립과 함께 해운업계의 큰손으로 떠오르며 업계를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올해 1월 청와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해 “해운업은 현재 공기 호흡기를 쓰고 있는 것처럼 어렵다”며 현재 해운사들의 부채 비율을 개선하기 위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운사들은 선박 발주를 위해 자금의 대부분을 대출로 조달하는데 이러한 자금이 부채로 잡히면서 해운사들이 부실기업에 지정되는 경우가 잦아졌다는 것이다.
SM그룹과 우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순환 출자 고리 해소다. 상당히 복잡한 지배 구조를 갖고 있는 SM그룹의 순환 출자 고리는 2019년 5월 기준 총 7개다. SM그룹의 M&A는 주로 업황 부진으로 법정 관리에 들어간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 계열사의 자금을 활용해 복잡한 순환 출자 고리가 생겨났다. 지난해 20개를 해소했지만 여전히 공시 대상 기업집단 중 순환 출자 고리가 가장 많다.
자산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는 SM그룹은 조만간 자산 10조원의 상호 출자 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SM그룹은 공정위의 공시 기업집단 대상에 포함된 2017년부터 순환 출자 고리 해소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0월 28일에도 우방산업이 삼라와 기원토건을 합병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삼라-우방산업-기원토건-삼라로 이어졌던 순환 출자 고리를 해소하게 됐다. 합병 후 존속 법인명은 ‘삼라’로, 사실상 삼라가 두 회사를 합병하는 형태다. 부실했던 기업들을 인수한 만큼 계열사들의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것에도 집중해야 한다.
◆돋보기
SM그룹, 향후 승계 구도는
SM그룹은 인수·합병(M&A) 덕분인지 지분 구조가 매우 복잡하다. 먼저 우오현 회장이 지분을 가진 주요 계열사는 삼라(61%)·삼라산업개발(47%)·경남티앤디(46.3%)·신광(36.4%)·에스엠생명과학(21.7%) 등이 있다. 삼라마이더스는 우 회장의 지분이 100%다.
우 회장이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도맡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삼라다. 삼라는 에스엠케미칼(100%)·우방산업(99.6%)·신광(35.5%)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우 회장은 1남 3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장녀 우연아 에스엠생명과학 대표는 에스엠생명과학(32.6%)과 삼라농원(1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우 회장의 자녀들 중 가장 활발하게 경영 활동을 펼쳐 왔다.
차녀 우지영 태초이엔씨 대표는 태초이앤씨(100%)와 에스엠생명과학(21.7%)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삼녀 우명아 신화디앤디 대표이사도 신화디앤디(100%)와 함께 에스엠생명과학(21.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우 회장의 세 딸이 모두 지분을 소유한 에스엠생명과학은 지난 11월 21일 삼환기업이 흡수 합병했다.
막내인 우기원 라도 대표는 건설 분양사 라도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2014년 설립된 라도를 통해 우기원 대표는 처음으로 경영 일선에 등장했다. 1992년생인 우 대표는 현재 SM그룹 내에서 경영 수업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5호(2019.12.16 ~ 2019.12.2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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