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11월 론칭 이후 연평균 20% 초고속 성장
- 2세대 매장 앞세워 다음 10년 준비
스파오의 10년, ‘파격’과 ‘혁신’의 성공 스토리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이랜드월드의 제조 유통 일괄(SPA) 브랜드 스파오가 론칭 10주년을 맞았다.

해외 SPA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각축을 벌이던 2009년 11월 국산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이랜드월드가 야심차게 론칭한 스파오는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는 뛰어난 상품력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SPA 메가 브랜드로 성장했다.

론칭 이후 연평균 성장률만 20%에 달한다. 론칭 3년 만에 1000억원, 7년 만에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올해는 35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스파오의 성장은 국내 패션 유통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존 패션업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파격’과 ‘혁신’이 만들어 낸 성공 스토리다.

스파오는 현재 국내 93개, 중국 15개, 말레이시아 5개 등 총 113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 매장들을 통해 스파오는 지난 10년간 총 1억1357만 장의 의류를 판매했다. 이 의류를 25벌씩 박스에 넣으면 454만 개의 박스가 만들어진다. 이를 일렬로 쌓으면 해발 1950m의 한라산 838개를 합친 높이와 같다.

◆ 한국 패션 소비의 트렌드를 바꾸다

스파오의 인기 비결은 ‘흡수력’에 있다. 빠르게 변하는 의류 시장의 트렌드를 흡수하고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 니즈를 파악함으로써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국내 의류 제조 유통 기업 중 유일하게 기획부터 매장 판매까지 ‘5일’ 걸리는 시스템으로 다른 경쟁 브랜드보다 보다 빠르게 시장에 대응하며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비결은 베트남 현지 생산에 있다. 이랜드월드는 베트남 국영 기업 탕콤을 인수하며 생산 거점으로 삼고 있다.

방적(원사)부터 편직·제직·염색·가공·봉제에 이르기까지 자체적인 의류 제조 산업의 수직 계열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이틀 만에 5000장이 넘는 상품을 만들 수 있고 이 상품들은 5일 안에 스파오 매장에 입고된다.

또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나 일부 원사와 편직을 납품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을 만들어 원단을 가공하다 보니 원가를 절감하고 품질을 높였다.

여기에서 남는 이윤으로 연구·개발(R&D)을 추진하면서 다른 SPA 브랜드보다 양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또 수직 계열화 덕에 품질의 균일화와 발 빠른 제작 생산 시스템도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스파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내년에는 검증된 베이직 아이템을 제외하고는 전부 반응 생산으로 돌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수주회도 없애겠다는 전략이다. 6개월 전 진행하는 수주회도 실시간으로 변하는 고객 니즈를 따라가기에 느리다는 판단에서다.

스파오 관계자는 “코트·패딩·청바지·내의 등 꼭 필요하면서 품질이 중요한 아이템들을 잘 만드는 것이 스파오의 강점”이라며 “고객 니즈를 빠르고 디테일하게 확인해 상품화하는 것이 스파오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출시 때마다 대박을 터뜨리는 컬래버레이션 역시 스파오의 큰 장점이다. 스파오는 2015년 엑소와 코카콜라 등의 컬래버레이션을 시작으로 2016년 포켓몬, 2017년 라인프렌즈·빙그레·위베어베어스, 2018년 세일러문과 해리포터를 끊임없이 선보이며 완판 신화를 이어 왔다.

특히 작년 겨울 해리포터와의 협업은 오픈 1시간 만에 25만 장이 팔리며 고객들 사이에서 컬래버레이션 맛집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컬래버레이션 상품으로만 누적 매출 1500억원, 장수로 800만 장을 팔았다.

올해는 토이스토리, 해리포터 2탄, 마리몽, 겨울 왕국 2 출시로 활발한 협업을 이어 가고 있다. 최근 펭수와의 컬래버레이션을 발표하며 방점을 찍고 내년에도 대형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비결은 ‘데이터를 활용한 디테일’에 있다. 작년 해리포터 출시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설문 조사에 7만 명이 참여하며 빅데이터가 쌓였다.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옷의 유형이나 큰 아이템을 결정, 다시 해당 캐릭터의 ‘덕후’들을 모아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자신의 의견이 바로 반영되는 상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하는 아이템을 만들 수 있었다.

스파오 관련 해시태그는 6만6700개로 인스타그램·페이스북·유튜브 등 각종 SNS 채널로 스파오와 연결된 고객은 약 200만 명에 달한다. 국내 SPA 중 가장 많은 수의 고객과 가장 활발히 소통한다. 스파오의 가장 큰 원동력이 고객의 소리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러한 소통은 브랜드를 막론하고 재밌고 소장 가치 있는 상품에 소비를 주저하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의 니즈를 충족시킨다.
스파오의 10년, ‘파격’과 ‘혁신’의 성공 스토리
◆ ‘쉴 틈이 없다’…다음 10년을 준비하는 스파오

올해 10주년을 맞은 스파오는 이제 다음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무선인식(RFID) 기술을 결합한 ‘SPA 2세대’ 매장이다. 지난 12월 5일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에 처음 선보인 이 매장은 지난 10년 동안 스파오가 쌓아 온 노하우를 총망라했다.

기존 점포와 다르게 의류뿐만 아니라 캐릭터·뷰티 등 라이프스타일 아이템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RFID를 도입함으로써 찾고 싶은 상품이 있으면 주변 직원을 불러 문의하는 것이 아니라 매장 내 비치된 태블릿으로 고객이 직접 재고를 조회할 수 있다.

매장에 없는 상품은 ‘픽업 서비스’를 신청하면 직원이 정해진 픽업대로 해당 상품을 가져다준다. 상품이 픽업대에 도착하면 고객에게 카카오톡 알림이 간다. 매장에 있는 모든 상품에 RFID가 달려 있어 진열 위치가 주소화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서비스다.

결제 과정에서도 일반 SPA 매장보다 약 2배 빠른 속도를 경험할 수 있다. 가격 택을 찍고 스캔하는 과정 없이 옷을 개는 것과 동시에 계산이 된다. 추가로 내년 2월까지 매장 내 무인 결제 존을 구성할 계획이다.

단순히 속도만 빨라진 것이 아니라 RFID로 모아진 빅데이터를 활용해 재고나 판매량을 관리하면서 좀 더 적중도 높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생겼다.

콘텐츠의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우선 현재 5가지 라인(여성 캐주얼, 남성 캐주얼, 포맨, 포우먼, 생필품)에서 키즈·스파오프렌즈·액티브 라인을 추가해 총 8가지 라인으로 확장했다. 키즈 라인은 컬러버 상품에서 일부 선보이던 것을 정식 론칭한다. 기존 1020세대 고객층이 점차 3040으로 넓어지면서 키즈 상품에 대한 니즈가 높아진 점을 반영했다.

액티브 라인은 스포츠웨어 경력 10년 차 디자이너를 영입해 상품력을 높였다. 또한 국내 유일의 캐릭터 편집숍 ‘스파오 프렌즈’를 331㎡(100평) 규모의 단일 매장으로 오픈한다. 지난 8월 치키니로 첫 신호탄을 쏜 자체 캐릭터 사업을 강화한다.

또한 스파오는 패스트 패션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친환경 에코 데님, 에코 구스 충전재 등을 개발해 내년 4월 ‘에코스토리(가제)’ 라인 론칭을 준비하는 등 친환경 패션에도 힘을 쏟고 있다. 티셔츠·데님·아우터 등 풀 착장을 전부 친환경 상품으로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총 20스타일, 50여 종의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6호(2019.12.23 ~ 2019.12.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