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국내 진출해 ‘비타민 성지’로 자리매김…‘추천 코드’ 마케팅으로 입소문
‘아이허브’, 아마존도 실패한 한국에서 뿌리내린 비결은?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국내 식품업계의 트렌드 중 하나는 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약 4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16년 대비 20% 정도 늘었다.

경제가 발전하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점차 소비자들이 ‘건강’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온라인과 오프라인 쇼핑몰에서도 건강기능식품의 성장성에 주목하며 상품군을 늘려 나가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최근 모바일 리서치 업체 오픈서베이가 ‘건강’을 주제로 실시한 국내 설문 조사(20~50대 남녀 1000명) 결과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주로 어느 온라인 채널에서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하나’라는 질문에 글로벌 건강기능식품 전문몰 아이허브가 6위를 차지한 것이다. 네이버쇼핑·쿠팡·11번가·G마켓·옥션 등 주요 온라인 채널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당당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아이허브’, 아마존도 실패한 한국에서 뿌리내린 비결은?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아이허브가 이번에 이름을 올린 온라인 채널 중 유일하게 해외 기업이자 건강기능식품을 전문적으로 판매 중인 곳이라는 사실이다.

오픈서베이 관계자는 “이를 감안하면 국내 온라인 건강기능식품 전문 판매 채널은 아이허브가 주도한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미국보다 한국에서 유명한 ‘미국 기업’


예컨대 쿠팡이나 11번가 등 주요 온라인 채널은 생활용품부터 의류·가정간편식(HMR) 등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여러 상품 카테고리 중 하나일 뿐이다.

반면 아이허브는 판매 중인 상품 중 건강기능식품 비율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친환경 화장품이나 유기농 견과류와 커피 등의 식료품도 갖추고 있지만 그 비중이 건강기능식품 대비 미미하다.

게다가 아이허브는 그간 국내에서 자사를 알리기 위한 홍보나 영업 활동에도 크게 집중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문 결과가 보여주듯이 국내에서 꾸준히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며 확고하게 입지를 굳힌 상태다.
‘아이허브’, 아마존도 실패한 한국에서 뿌리내린 비결은?
다소 생소한 이름일 수도 있지만 건강기능식품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아이허브는 이미 ‘비타민 구매 성지’로까지 불린다.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도 안착하지 못한 한국 시장에서 아이허브는 어떻게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1996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아이허브는 현재 약 2조원대의 매출을 기록 중인 미국 기업이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미국 현지에서 나오는 수익은 미미하며 미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지지도 않았다. 대부분의 수익이 러시아·한국·중국·일본 등 해외에서 창출된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미국 언론들이 아이허브를 두고 건강기능식품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 중인 ‘조용한 거인’이라는 평가를 내놓는 배경이다. 이미 미국에선 아이허브가 설립되기 전부터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활성화된 상태였고 미국의 온라인 쇼핑은 사실상 ‘아마존’이라는 거대 공룡이 계속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인 것이 그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아이허브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국가들을 선별해 차츰 영토를 확장해 나가기 시작했고 그 결과 현재 15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온라인 건강기능식품 전문 몰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본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 시점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해외 쇼핑몰로는 보기 드물게 한국어 사이트를 제공하면서 첫 출발을 알렸다. 이후 한동안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다가 2010년대 초 국내에서도 해외 직구가 갑자기 유행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해외 비타민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쇼핑몰’로 입소문을 타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11번가와 손잡고 한국 시장 공략 박차


아이허브가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비결은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단연 ‘제품 구성’이다. 아이허브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약 3만 개의 제품을 온라인에서 판매 중이다.

많은 이들이 미국에 가면 구매하는 것 중 하나가 비타민 등 영양제인데 이를 온라인으로 고스란히 옮긴 셈이다. 다만 이런 특징이 미국 시장에서는 아이허브가 해외에서만큼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가격도 저렴하다. 수시로 상품 할인 혜택과 해외 배송비 무료 이벤트 등을 진행하며 싼값에 미국에서 판매 중인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그중에서도 아이허브가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생산 중인 ‘캘리포니아 골드 뉴트리션’ 브랜드는 동일한 성분을 함유한 경쟁사 제품 대비 약 2배 정도 저렴한 가격을 책정해 내놓으며 각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도 ‘가성비 비타민’의 대명사로 입지를 굳힌 상태다.

‘바이럴 마케팅’도 아이허브가 지금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무기다. 한국에서도 이런 방식을 활용하며 입소문을 탈 수 있었다. 예컨대 국내 포털 사이트에 ‘아이허브’를 검색하면 수많은 블로거들이 ‘아이허브 추천 코드’라는 제목으로 글을 게재한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이허브는 회원 가입 후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에게 모두 고유의 ‘추천 코드’를 부여한다. 본인을 제외한 다른 소비자들이 상품 구매 시 추천 코드를 입력하면 추천받은 사람에게 는 적립금을, 입력한 사람에게는 5%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해 왔다.

이런 혜택에 따라 수많은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아이허브 관련 글을 올리고 광고해 준 덕분에 따로 홍보나 마케팅을 하지 않고 입소문을 낼 수 있었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추천받은 사람에게만 적립금을 제공하도록 방침을 바꾼 것은 다소 소비자들에게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된다.

이 밖에 각종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성분과 효능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과 자체적으로 미국 내에 습도·온도 등을 제어하는 물류센터를 구축해 해외 각지로 안전한 배송을 가능하도록 했다는 것도 아이허브가 내세우는 장점이다.

아이허브는 2019년 특히 수많은 해외 국가들 가운데 유독 한국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모습이어서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2019년 7월 한국어 계정으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계정을 만든데 이어 10월에는 11번가와 마케팅 협력·판매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아이허브’, 아마존도 실패한 한국에서 뿌리내린 비결은?
이에 따라 11번가 내에서 아이허브 제품 구매가 가능해졌고 향후에는 국내 소비자들 기호에 맞게 PB 상품도 양 사가 함께 출시할 예정이다.

최지연 아이허브 한국사업 총괄은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기 어렵지만 아이허브의 전체 매출에서 한국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한국 시장에서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7호(2019.12.30 ~ 2020.01.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