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매각 결정에 부정적 여론 후폭풍…토종 업체 대안으로 떠올라
“지금이 기회”…위메프오, 공격적 마케팅으로 배달시장 확대 노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식당 사장님들로부터 그동안 뜸했던 ‘위메프오’ 가입 상담 문의 전화가 쉴 새 없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위메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위메프오’ 관련 사업부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모습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위메프는 2019년 4월 배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픽업·배달 중개 서비스 위메프오를 내부 사이트에 론칭했다. 하지만 그간 전통의 배달 시장 강자들에게 밀려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관심을 받게 됐다.

위메프오가 바빠진 것은 2019년 12월 13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독일계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금액 약 4조원)된 것이 계기가 됐다.

아직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심사 절차가 남아 있지만 만약 인수·합병(M&A) 허가가 나면 딜리버리히어로는 사실상 국내 배달 앱 시장을 독점하게 된다. 이를 바라보는 외식업 자영업자들의 부정적인 시선이 예상외로 큰 만큼 이번 매각에 따라 위메프오와 같은 후발 주자들이 ‘반사 이익’을 누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자영업자들 ‘수수료 인상’ 걱정


최근 외식업 자영업자들이 모여 있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배민 매각에 대한 비난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배민의 매각 결정으로 딜리버리히어로가 국내 배달 시장을 독점하는 ‘마지막 퍼즐’이 완성됐다는 이유에서다.

딜리버리히어로는 국내 배달 앱 시장에서 점유율 2·3·4위를 차지하고 있는 ‘요기요’·‘배달통’·‘푸드플라이’ 등을 보유 중인 독일계 기업이다. 이번에 1위 배민마저 인수하게 되면 배달 시장에서 경쟁자가 없는 최강자로 군림하게 된다. 관련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딜리버리히어로가 거느린 네 곳의 점유율을 모두 합치면 95%를 훌쩍 넘어선다.

시장 독점에 따라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중개 수수료 인상’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까지 나서 “M&A 이후에도 수수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지만 자영업자들은 걱정이 앞선다.
“지금이 기회”…위메프오, 공격적 마케팅으로 배달시장 확대 노려
당장 수수료를 올리는 일이 없다고 해도 향후 우월한 시장에서의 지위를 이용해 언제든지 ‘수수료 인상’ 카드를 꺼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배민에 대한 ‘배신감’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온라인에서는 그간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광고 문구에서처럼 ‘애국 마케팅’을 펼치며 사세를 확장해 온 배민이 알고 보니 ‘게르만 민족’이었다는 질타가 쏟아진다.

자영업자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 역시 이번 M&A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긴 마찬가지다. 그간 배민과 딜리버리히어로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서로 경쟁을 펼치면서 각종 할인 쿠폰이 쏟아졌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런 프로모션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국내 배달 앱 업체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쿠팡에서 운영 중인 ‘쿠팡이츠’와 위메프오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최근 특히 위메프오에 입점을 상담하는 문의가 쏟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메프 관계자는 “위메프오가 토종 기업인 데다 배민에 가입된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이용 중인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대안으로 떠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배달 음식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단순 중개’다. 배달 업체에서 고객을 연결해 주면 자영업자들은 본인이 원하는 방식(직접 배달 또는 대행업체 이용 등)으로 고객에게 음식을 가져다줄 수 있다. 배민에 입점한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단순 중개 방식을 이용 중이다.

둘째는 중개부터 내부 인력이 배달까지 완료하는 ‘원스톱 서비스’다. 아무리 가까운 거리에서 주문이 들어와도 반드시 이용 중인 서비스 업체의 자체 인력을 거쳐 배달해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유명 맛집들이 원거리 고객에게 음식을 배달하기 위해 해당 서비스를 주로 이용한다.

◆파격적인 상생 전략 꺼내며 존재감 부각


위메프오는 단순 중개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지만 쿠팡이츠는 반대다. 자체적으로 막강한 배달 경쟁력을 보유한 만큼 원스톱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쿠팡 관계자는 “배민 매각 이후에도 가입 상담이 늘어나는 등의 이렇다 할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위메프오 역시 이번 배민 매각 결정이 배달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있다. 최근 대대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위메프오는 배민 매각이 발표된 이후 약 4일 뒤인 2019년 12월 17일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낮추겠다”는 포부를 보이며 파격적인 선언을 했다.

현재 위메프오의 평균 중개 수수료는 약 5%인데 향후 최소 2년간 이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내세운 것이다. 노출을 늘리기 위한 광고 수수료와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입점비용 부담도 없앴다.

이에 따라 위메프오 입점 업체들은 고객 주문 금액에 비례해 책정하는 수수료만 부담하게 됐다. 즉, 주문이 발생하지 않으면 입점 업체들은 아무런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

주문 고객들에게 중개 수수료를 웃도는 수준의 적립금도 환급하기로 했다. 리뷰 작성에 따른 포인트 적립 이벤트 비용도 위메프오가 부담한다. 고객들은 주문과 리뷰를 통해 쌓은 적립금을 위메프오에서 현금처럼 이용할 수 있다.

위메프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은 배달 서비스를 개시할 때 위메프오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아 서비스 확장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최근 문의 전화가 빗발치며 위메프오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만큼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파격적인 카드를 내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에도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배달 시장의 대안으로 위메프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더욱 뚜렷하게 각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규모면으로 봤을 때 딜리버리히어로에 맞설 수 있는 국내 기업은 전무한 게 현실”이라며 “다만 토종 기업을 유난히 선호하는 국내 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이를 부각한 다양한 상생·프로모션 전략을 이어 가면 향후 판세가 바뀔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7호(2019.12.30 ~ 2020.01.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