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핵심 지역·시설에 투자해 브랜드 파워 키우고 투자 수익률 높여
롯데도 미래에셋도 푹 빠진 ‘글로벌 호텔 투자’
국내 호텔업계와 금융 투자업계가 해외 호텔 시장 잡기에 나섰다. 목표는 같지만 진출 방식은 ‘각자 잘하는 것’을 내세웠다. 호텔업계는 위탁 운영으로 해외 호텔 경영에 집중하고 금융 투자업계는 해외 호텔의 부동산 가치에 베팅하며 투자를 확대한다.

호텔업계는 ‘운영’을, 금융 투자업계는 ‘소유’를 목적으로 해외에서 활로를 찾는 셈이다.

국내 호텔업계 중 해외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롯데다. 롯데호텔은 글로벌 시장에서 투 트랙 전략을 실행 중이다. 세계 주요 거점 도시에 지속적으로 진출해 이른 시간 안에 전 세계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성장성 높은 신흥 시장에 집중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시애틀 특급 호텔 인수한 롯데

롯데가 최근 집중하는 시장은 미국이다. 롯데호텔은 지난해 12월 24일 미국에 셋째 깃발을 꽂았다.

롯데호텔은 하나금융투자와 공동 투자로 미국계 사모펀드 스톡브리지로부터 시애틀 다운타운에 있는 호텔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호텔업계에서 금융회사와 공동 투자해 호텔을 위탁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수 금액은 1억7500만 달러(약 2040억원)로 롯데호텔이 2021년 6월부터 ‘롯데호텔시애틀’의 간판을 걸고 위탁 운영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롯데가 운영하는 해외 호텔은 12개로 늘었다.

롯데호텔은 지난해 9월 글로벌 성장을 위해 하나금융투자와 전면적으로 협력하기로 협의하며 ‘글로벌 호텔 체인 확장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롯데호텔은 향후 시애틀 호텔 인수 사례처럼 금융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해외 진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도 미래에셋도 푹 빠진 ‘글로벌 호텔 투자’
롯데호텔시애틀은 시애틀 5번가에 자리한 럭셔리 호텔로, 타코마 국제공항에서 약 20km 거리(차량 15분)에 있다. 44층 높이의 빌딩 1층부터 16층에 총 189실(스위트 룸 31실 포함)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롯데호텔시애틀이 자리한 다운타운과 인근 지역에는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스타벅스 등 포브스 500대 기업들의 본사와 애플·디즈니·휴렛팩커드(HP)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오피스도 인접해 있다. 대형 글로벌 기업 본사가 집중돼 있는 만큼 롯데호텔이 글로벌 호텔 브랜드로서 큰 홍보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롯데, 주요국·신흥국 투 트랙 전략

롯데호텔은 2010년 ‘롯데호텔모스크바’로 해외에 진출한 이후 꾸준히 무대를 넓혀 왔다. 미국 외에도 러시아·베트남·미얀마·일본 등 전 세계 총 32개(해외 12개, 국내 20개)의 호텔과 리조트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롯데호텔은 위탁 운영을 통한 ‘자산 경량화(asset light) 전략’을 해외 확장 정책의 기조로 삼고 있다.

위탁 운영은 호텔 브랜드 업체가 매입하지 않고 경영만 맡는 방식이다. 호텔 브랜드는 자신들의 브랜드를 공유하고 경영 노하우와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호텔을 운영해 주는 대신 수수료를 받거나 매출의 일부분을 가져간다.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통적인 호텔업은 부동산 가격, 높은 인건비 등 고정비용에 대한 부담이 컸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위탁 운영 전략은 직접 자산을 보유하고 운영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체인을 늘릴 수 있어 더 많은 고객들을 확보하고 이들의 로열티를 단기간에 높이는 데 유용하다”고 말했다.

롯데호텔에서 위탁 운영 중인 호텔은 총 3곳이다. 우즈베키스탄 롯데시티호텔타슈켄트팰리스, 미얀마 롯데호텔양곤, 러시아 롯데호텔사마라다.

2020년 6월부터 위탁 운영 포트폴리오로 추가되는 롯데호텔시애틀은 시애틀 다운타운에 자리한 프라임 오피스 지역에 대한 투자 수익과 운영 수익까지 모두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호텔신라도 미국과 베트남 등 시장에 뛰어들며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신라 역시 해외 진출 방식으로 위탁 경영을 택했다.

호텔신라는 호텔사업부문에서 최상위 브랜드 ‘더 신라’와 대중성에 무게를 둔 ‘신라스테이’에 이어 중간급 브랜드 ‘신라모노그램’을 신설하면서 3종의 호텔 라인업 구축을 완성했다. 호텔신라는 ‘신라모노그램’을 내세우며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올 상반기 중 호텔신라의 첫 해외 호텔이 베트남 다낭에 문을 연다. 호텔신라는 이후 10여 개 해외 도시에 진출해 글로벌 호텔로 도약할 계획이다.

특히 2021년 미국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호세에 200여 개 객실 규모로 ‘신라스테이 샌호세’를 오픈한다. 2022년엔 미국령 괌과 인도네시아 발리에 신라모노그램으로 진출한 뒤 이듬해엔 베트남 깜란에 신라스테이를 선보인다. 이 밖에 중국 등 거점 지역 진출 여부를 타진 중이다.

최근 온라인 여행사(OTA)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국내 토종 브랜드의 해외 진출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해외에서 국내 호텔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지역은 OTA를 통해 유입되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 호텔 체인이 늘어날수록 자사 호텔 멤버십이나 리워즈 같은 상용 고객 프로그램에 가입하는 소비자도 증가하게 된다”며 “리워즈 고객은 각종 특전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OTA 대신 공식 채널로 예약을 진행하기 때문에 위탁 운영을 통해 해외 체인을 늘리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그룹 계열사인 아주호텔앤리조트는 롯데나 신라와 달리 호텔 매입을 통해 해외 진출에 나섰다.

아주호텔앤리조트가 지난해 10월 인수한 곳은 미국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인근 하얏트 브랜드 호텔 2개다. 대상 호텔은 36번가 하얏트 플레이스와 31번가 하얏트 헤럴드스퀘어로 인수 금액은 총 1억3800만 달러(약 1650억원)다.

◆국내 최대 ‘7조원 딜’ 완성한 미래에셋

롯데도 미래에셋도 푹 빠진 ‘글로벌 호텔 투자’
주로 호텔 운영에 관심을 보이는 호텔업계와 달리 금융 투자업계는 꾸준히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상업용 부동산 투자의 일환으로 글로벌 호텔 시장을 노리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그룹의 행보가 돋보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9월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미국 주요 거점에 있는 최고급 호텔 15개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58억 달러(약 6조9000억원)였다. 이는 안방보험이 2015년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으로부터 매입했던 우량 자산이다. 이번 딜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생명·미래에셋캐피털 등 미래에셋 계열사가 총 2조4000억원의 자기 자본을 투자했다.

자기 자본 투자와 대출 조달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재무적 투자자(FI)를 통해 조달한다. 미래에셋은 향후 국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지분 일부를 셀 다운(재매각)해 투자비용을 충당할 예정이다.

7조원에 육박하는 미래에셋의 호텔 인수는 국내 기업의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 중 역대급이다.

특히 이 딜은 기존의 해외 부동산 딜과 달리 진입 장벽이 높고 개별 투자 접근이 어려운 5성급 호텔 15개로 이뤄져 있다. 15개 중 14개 호텔이 5성급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럭셔리 브랜드다.

미래에셋이 인수한 호텔은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인근의 JW메리어트 에식스하우스 호텔, 애리조나 스콧츠데일의 페어몬트 호텔과 포시즌스 호텔, 와이오밍 잭슨홀의 포시즌스 호텔, 실리콘밸리 부근의 리츠칼튼 호텔, 시카고와 마이애미의 인터콘티넨탈 호텔, 샌프란시스코의 웨스틴 호텔 등 미국 전역 9개 도시 주요 거점에 들어서 있다.

휴양을 위한 리조트와 도심 내 호텔 비율이 약 5 대 5이며 다양한 브랜드로 이뤄져 분산 투자 효과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부터 호텔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리노베이션을 진행 중이며 총 6912개의 객실과 6만6115㎡(약 2만 평)의 연회장으로 구성돼 있다.

미래에셋그룹의 해외 호텔 투자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호주의 포시즌스 시드니 호텔 인수에 이어 하와이 빅 아일랜드에 있는 5성급 리조트 호텔 페어몬트 오키드, 하얏트 리젠시 와이키키 호텔을 잇달아 인수했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도 지난해 6월 힐튼·메리어트·하얏트 등 글로벌 호텔 체인이 운영하는 미국 92개 비즈니스호텔에 총 1억 달러(약 1180억원)를 투자했다. 미국의 호텔 투자 전문 비상장 리츠인 HIT가 보유한 호텔들이다.

지난해 8월에는 메리츠종금증권·하나금융투자·NH투자증권이 공동으로 오스트리아 빈의 5성급 힐튼 호텔(힐튼 빈) 건물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3억7000만 유로(약 4400억원)로 이들 3사가 약 2000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자금은 금융회사 등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다.

◆꾸준히 성장하는 글로벌 호텔 사업
롯데도 미래에셋도 푹 빠진 ‘글로벌 호텔 투자’
금융 투자업계가 호텔 부동산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글로벌 호텔 산업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 산업은 2018년 세계 경제에 8조8100억 달러(약 1200조원)를 기여한 여행 관광 산업에 포함된다. 시장 조사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호텔 산업 시장 규모는 약 6000억 달러(약 696조원)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호텔 시장은 경기 변동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호텔 시장의 성장세는 과거와 다르게 구조적 성장 구간에 진입했다. 전체 여행 산업 규모가 확대되면서 호텔 객실당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호텔 예약이 증가하면서 글로벌 여행객들의 진입 장벽 역시 낮아졌다.


금융업계와 호텔업계가 최근 주목하는 시장은 미국이다. 글로벌 10대 호텔 기업들 중 대부분이 미국을 근거지로 한 기업일 정도로 미국은 호텔 산업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내 관광 산업 역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관광 산업은 지난 10년간 4% 이상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특히 호텔업은 6%로 관광 업종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롯데호텔이 미국에만 3개 호텔을 운영하는 이유 역시 세계 최대의 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또 롯데호텔의 진출지인 뉴욕·괌·시애틀 등은 연중 공실률이 가장 낮은 지역으로 안정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다.

뉴욕의 심장부에 자리한 롯데뉴욕팰리스는 최근 부동산 사업가 출신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좋은 투자”라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롯데호텔이 미국계 사모펀드로부터 8억5000만 달러(약 9000억원)에 인수한 롯데뉴욕팰리스는 매년 4%씩 성장하고 있다.

특히 롯데호텔은 이미 성숙한 호텔 시장을 가진 미국에서의 운영 경험이 롯데호텔의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내 자원 획득을 통해 호텔 운영 노하우와 선진적인 수익 관리 기법 등의 전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 투자업계 역시 미국의 거대한 관광 시장에 주목하며 호텔 인수를 통해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전 세계에서 관광 수입이 가장 많은 국가다.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미국의 관광 수입은 2140억 달러(약 247조원)로 압도적인 1위였다. 2위인 스페인의 740억 달러(약 85조원)보다 3배나 더 많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 하락 기조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과 물가 상승을 반영할 수 있는 우량 부동산 같은 일드형 자산에 우호적”이라며 “미국의 지난 5년간 국내총생산(GDP)은 연 2% 수준의 견조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2018년부터 연 3% 수준으로 경기가 확장되는 추세다. 이를 통한 소비 지출 증가는 내수 관광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1호(2020.01.27 ~ 2020.02.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