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국 대선 앞둔 하반기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 높아”
-“우한 폐렴, 투자 심리 꺾는 데 한계 있을 것”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2분기엔 내수·가치주로 포트폴리오 다시 짜라”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최근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이른바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 세대 대신 1970년대에 태어난 젊은 애널리스트들이 센터장 자리를 꿰차고 있다.

키움증권도 지난해 말 전기전자·가전 섹터를 담당하던 김지산(45) 애널리스트를 신임 센터장으로 선임했다. 김 신임 센터장은 “주요 센터장이 40대로 바뀌면서 리서치센터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며 “젊고 도전적인 DNA를 살려가겠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지난해 말부터 회복세를 보였는데요.

“미·중 간 1차 무역 협상이 타결됐고 국내 기업 실적도 바닥을 확인한 후 점진적 증가세가 이어진 데 따른 결과입니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 확산에 따라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됐습니다.

다만 미·중 2차 무역 협상부터는 또다시 불확실성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1차 무역 협상 서명 이후 미국은 2차 협상 종료까지 관세 유지를 언급했지만 중국은 관세 취소가 2차 협상의 전제 조건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1차 타결에 따른 심리 지표들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1분기 주식 시장은 양호할 수 있지만 재차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지수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우한 폐렴 확산에 대한 우려가 높습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처럼 위험 자산 회피 심리를 어느 정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2003년에는 한국 카드 대란과 이라크 전쟁, 2015년에는 그리스 사태 등의 리스크 요인이 겹치면서 코스피지수가 3개월간 15% 내외 급락했습니다.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과거 사례로 비춰 봤을 때 향후 새로운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고 중국 정부의 대응 강도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투자 심리를 꺾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코스피지수는 어떤 흐름을 보일까요.

“‘상고하저’ 패턴을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상반기에는 어느 정도 강세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미국 대선 등을 앞둔 하반기에는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미국 시장 자체도 지금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 대한 부담이 분명 있다고 봅니다.

경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반기 주가에 녹아드는 반면 하반기에는 리스크 관리가 필요할 것입니다.”

▶국내 증시를 이끌어 갈 업종이 궁금합니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약 2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를 포함한 전기·전자 업종의 영업이익이 60% 급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삼성전자가 48%, SK하이닉스가 150%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차별적 주가 강세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현대차를 포함한 운수·장비 업종은 33%, 항공사를 포함한 운수·창고 업종은 지난해 워낙 좋지 않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와 함께 57%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특히 주목할 만한 종목을 꼽아 주세요.

“반도체 업황 호황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유망할 것이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겁니다. 그 밖에 정보기술(IT) 업종에서는 삼성전기가 유망합니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업황의 바닥이 확인된 데다 5세대 이동통신(5G) 모멘텀을 기반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카카오도 굉장히 매력적인 종목입니다. 카카오톡 대화창 상단에 노출되는 광고 서비스인 ‘비즈보드(톡보드)’를 통해 수익성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카카오뱅크 등 자회사의 상장을 계기로 기업 가치가 재평가될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재 관련 종목 중에는 포스코가 유망주입니다. 포스코는 중국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철강 수요가 증가하면서 스프레드(판매 가격과 원가의 차이) 개선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이죠. 주가순자산배율(PBR)도 0.4배 수준으로 굉장히 낮죠.”

▶바이오 업종의 전망도 궁금합니다.

“대어급으로 꼽히는 SK바이오팜의 상장을 계기로 제약·바이오 섹터도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는 바이오 업종에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는 기업이 부족해 주가 조정 시기에 업종의 변동성이 굉장히 컸죠. 바이오시밀러 등을 주력으로 하는 기존 바이오주들과 달리 SK바이오팜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약 2개를 보유한 국내 유일의 기업인 만큼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투자 비율을 낮춰야 할 업종은 무엇인가요.

“은행·건설·기계 업종의 실적 개선 폭이 가장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들 업종의 전망이 좋지 않다기보다는 올해 영업이익 모멘텀이 다른 업종에 비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 우선순위가 낮아 보인다는 얘기입니다.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대형주들도 1분기까지 실적 개선 기대감이 충분히 반영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후 리스크를 감내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요. 따라서 2분기부터는 수출 대형주보다 내수주나 가치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2분기엔 내수·가치주로 포트폴리오 다시 짜라”
▶올해 글로벌 증시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미국은 여전히 좋은 성과를 이어 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완화적 통화 정책과 미·중 무역 불확실성 완화, 미국 대선 등의 이벤트가 시중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동시에 신흥국 투자 여건을 개선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중국 등 실제 이익 개선이 가능한 국가들을 지켜볼 필요가 있어요. 물론 최근의 우한 폐렴 확산 우려를 비롯해 글로벌 대외 불확실성과 밸류에이션의 부담이 있지만 경기 침체를 우려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기타 신흥국 역시 지난해 4분기부터 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 유입이 재개되는 등 관심이 확대되고 있어요. 올해 글로벌 교역량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고 귀금속과 비철금속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신흥국 증시에 우호적 요소로 보입니다.”

▶해외 주식 중에서는 어떤 종목이 유망할까요.

“업종·테마별로는 5G·헬스케어 등 4차 산업혁명 관련주, 대체 에너지 등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주, 금융주 등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낮은 금리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글로벌 배당주 등 인컴 자산에 대한 분산 투자를 통해 안전성을 높이는 전략이 유효할 겁니다. 지난해 리츠나 배당주 등의 인컴 자산이 미국에서 굉장히 좋았거든요.

특히 미국 주식 시장은 여전히 주도주가 이끄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대장주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비자 등이 올해도 미국을 주도할 대표 종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투자자들이 유념해야 할 것은 없나요.

“미국 대선 관련 불확실성이 대표적입니다. 민주당 후보로 중도 성향이 아닌 ‘진보파’로 분류되는 엘리자베스 워런이나 버니 샌더슨 후보가 지명된다면 변동성이 확대될 겁니다.

미·중 2차 무역 협상의 불확실성도 빼놓을 수 없죠. 결론적으로 2차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이 1차 무역 협상에서 합의된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데 따른 불확실성도 존재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증시 밸류에이션이 최근 10년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것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중동발 리스크도 불확실성을 부추기는 요인인 만큼 하반기에는 아무래도 주가가 오버슈팅된 측면에서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겁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2호(2020.02.03 ~ 2020.02.0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