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10년간 서울의 일자리 35% 늘었지만 주택은 불과 14% 늘어나
서울 아파트 값을 올린 이는 바로 ‘서울시’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중위가격 기준으로 9억1216만원이다.

이는 1년 전 대비 8.6%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동안 전국 아파트 값 평균이 3.6% 오른 것에 비해 서울의 상승 폭이 유달리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상승률을 따져보더라도 전국 아파트 값 평균 상승률이 40.2%에 달한 반면 서울은 두 배가 넘는 89.9%나 된다.

이에 대해 서울시 당국자는 “빚내서 집을 사라는 지난 정권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고 하기도 하고 “서울의 집값이 오르는 것은 투기 세력 때문이며 서울에 아무리 많이 공급해도 투기 세력의 먹잇감만 늘려주는 꼴”이라고 주장한다.

또 “서울 집값을 잡을 유일한 해법은 보유세를 올리는 것인데 중앙 정부가 그 권한을 주지 않아 서울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하나씩 살펴보자.

◆ 지난 정권 탓으로 돌리는 ‘논리적 모순’
서울 아파트 값을 올린 이는 바로 ‘서울시’
은 정권별 아파트 값 상승률이다. 만약 이전 정권의 문제 때문에 서울 집값이 폭등한 것이라면 당시에는 주춤했던 서울 집값이 왜 현 정권에 들어와 갑자기 오르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경제 정책이라는 것은 그 당시에는 나타나지 않다가 시차를 두고 시장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말은 맞다. 하지만 에서 볼 수 있듯이 참여 정부부터 이전 정부까지 서울과 경기도의 집값은 같은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서는 서울 집값이 경기도에 비해 네 배 이상 더 오르고 있는 것이다. 서울만 이전 정권의 경제 정책에 영향을 받고 경기도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러면 다른 통계를 찾아보자. 는 현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지역별 상승률이다.
서울 아파트 값을 올린 이는 바로 ‘서울시’
에서 볼 수 있듯이 서울만 일방적으로 많이 올랐지 지방은 내린 곳이 더 많다. 통계에서 서울만 제외하면 전국 평균은 오히려 집값이 안정됐거나 하락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서울시 주장대로 이전 정권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집값이 오른 것이라면 이전 정권은 서울시만 장악한 것이고 나머지 지역은 다른 정권이 집권했었다는 논리적 모순에 빠진다.

시중에 유동성이 증가해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시중에 통화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 정부 들어 통화량 증가율은 지속적으로 커져 왔다. 특히 작년 하반기 이후 시중의 통화량 증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그리고 경제 규모가 커지지 않는 상태에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다는 것은 그만큼 ‘돈이 흔하다=돈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집값이 들썩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통화량 증가가 서울과 같은 특정 지역에서만 국한해 일어나는 것일까. 그럴 가능성은 없다. 그러므로 서울 집값이 유달리 많이 오르는 이유를 유동성 증가에서 찾기는 어렵다.

그러면 무엇 때문일까. 투기꾼 때문이라고 서울시는 주장하고 있다. 부녀회가 담합하고 자전 거래하고 지금 당장 살지도 않을 집을 전세 자금 대출을 받아 사기 때문에 집값이 비이성적으로 오른 것이라고 한다.

그 말이 다 맞는다면 지방에는 투기꾼이 없다는 말인가. 지방 사람들은 순진해서 부녀회가 담합하는 법도 모르고 자전 거래하는 것도 모르고 지금 당장 살지도 않을 집을 전세 자금 대출을 받아 사는 것도 모르기 때문이라는 의미가 된다.

그러면 지금부터라도 소위 ‘투기’라는 것을 하면 집값이 서울처럼 20% 이상 오를 수 있을까.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서울시의 주장이 논리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답은 결국 ‘수요와 공급’
서울 아파트 값을 올린 이는 바로 ‘서울시’
그러면 무엇이 문제일까. 서울시는 공급 부족 지역이기 때문이다. 집값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많다. 하지만 그중에서 핵심 중 핵심을 고르라면 유동성과 수요와 공급이다.

그런데 유동성은 지역별 차별화에는 영향을 거의 주지 않는다. 한국은 단일 경제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역별 집값 차별화에 영향을 주는 것은 수요와 공급이다. 시장 경제의 기본 원칙인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집값이 영향을 받는 것이다.

서울은 주택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지역이다. 정부에서 신경을 쓰는 투자 수요뿐만 아니라 실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지역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서울에 왜 실수요가 늘어날까.

잠시 화제를 돌려보자. 집값을 잡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젊은 세대를 위해서라고 한다. 집값이 너무 비싸니 결혼도 못 하겠고 아이도 못 낳겠다고 한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꼭 서울에 집을, 그것도 아파트를 사야 할까. 그리 멀지(?) 않은 충청북도의 아파트 중위값은 1억2887만원이다. 서울 아파트 값의 14%에 불과하다. 서울 아파트 한 채 살 돈이면 충청북도의 아파트를 7채나 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굳이 서울에 살 필요는 없고 집값이 싼 충청북도에 사서 살면 된다”고 말하면 욕을 바가지로 먹을 것이다.

“직장이 서울에 있는데 매일 어떻게 충북에서 출퇴근하겠나. 누구 약 올리나”라는 반발이 나올 것이다. 바로 그것이다. 어느 지역에 일자리가 많으면 주택 실수요도 많다. 2018년 말 기준으로 한국 전체 인구 중에서 서울시가 차지하는 비율은 18.8%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국 일자리 중 23.4%가 서울에 몰려 있다. 서울은 인구에 비해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지역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일자리를 찾아 젊은 사람이 서울로 몰려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서울의 집값이 비싸니 일단 전세를 끼고 사 놓았다가 돈을 모으고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아 언젠가는 그 집에 들어가 살 것이라는 수요가 대부분인 것이다. 이런 수요를 과연 투기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2018년 말까지 지난 10년간 서울의 일자리는 35%가 늘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동안 주택 수 증가는 14%에 그쳤다. 그러니 서울로 진입하려는 수요는 많은데 재고는 적고 공급도 적으니 소득이 높은 사람은 서울에 집을 사는 것이고 소득이 낮은 사람은 인근 경기도나 인천에서 출퇴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2호(2020.02.03 ~ 2020.02.0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