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 10% 할인’ 명목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소득세 탈세 확률 높아
“현금 할인해 드려요” 탈세 사각지대 된 뷰티 서비스 시장

네일숍·눈썹문신숍·피부관리숍 등 성장하고 있는 뷰티 서비스 시장이 탈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은 ‘현금 결제 할인가’라는 명목을 내세워 카드로 결제하거나 현금영수증을 요청하는 소비자에게 ‘부가세 10%’를 더 받고 있다.

“다들 이렇게 장사해요.” 취재 과정에서 들은 눈썹 문신 숍 업주의 말이다. 모두가 그렇게 장사할 거라는 일부 업주의 주장은 모든 뷰티 서비스시장을 탈세의 온상으로 여기게 만들었다.

서울 강남구 대로변에 있는 오피스텔. 10층에 내려 문을 열자 외부에서는 상상할 수 없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반겼다. 세련된 카페나 고급 호텔 에스테틱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곳은 눈썹 문신 숍이다.

과거 엄마들끼리 모여 관리사를 집으로 불러 받던 눈썹 문신과는 차원이 다른 서비스다. 1시간이 채 안 걸리는 눈썹 문신의 가격은 25만원. 결제 시 업주는 말한다. “현금만 가능하고 현금영수증을 원하시면 부가세는 별도예요.”

◆1인 25만원 눈썹 문신, 현금 결제 유도

눈썹 문신 숍이나 네일 숍이라고 하면 영세업자인 것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30분~1시간 정도 소요되는 눈썹 문신의 가격은 20만~30만원이다. 시술자 1명이 거둬들이는 수익이 시간당 20만원인 셈이다.

손톱과 발톱을 가꿔 주는 네일 아트 숍 역시 기본 젤 네일 3만원부터 시작하지만 화려하거나 디자인이 포함돼 있으면 가격이 10만원까지도 올라간다. 하지만 일부 네일 아트 숍은 ‘현금가’와 ‘카드가’가 달랐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1만~2만원이라도 싸게 받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현금 장사’가 당연시되는 업계분위기에 불편함을 느끼는 소비자들도 많다.

최근 눈썹 문신 숍을 이용했다는 박서연 씨(가명)는 “눈썹 문신 숍을 예약하려고 했지만 일대일로 문의해야만 가격을 알려준다는 것부터 불편을 겪었다”며 “가격이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현금영수증 발급 시 가격에 차이가 있는 것을 알고 나니 ‘현금 할인가’가 원래 가격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부분 인스타그램을 통해 홍보하고 예약을 받는다. 인기가 많은 네일 숍이나 눈썹 문신 숍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워는 5만 명을 넘기도 한다. 웬만한 인플루언서가 부럽지 않은 파급력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인기가 많은 눈썹 문신 숍 10곳을 골라 직접 연락해 봤다. 2주 전에는 예약도 어려울 만큼 장사가 잘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10곳 모두 예약 시 ‘현금 할인가’로 안내를 받았다. 현금영수증에 대해 문의하자 “현금영수증 발급은 가능하지만 부가세 2만~3만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업주에게 조심스럽게 “탈세가 아니냐”고 묻자 상냥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아니다”고 대답한다. 업주의 주장은 이렇다. “부가세는 사업자가 아니라 소비자가 내야 하는 간접세예요. 현금으로 결제하면 우리가 부가세를 할인해 주는 혜택을 드리는 겁니다. 할인을 받을지 말지는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는 거죠.”
“현금 할인해 드려요” 탈세 사각지대 된 뷰티 서비스 시장
업주의 말은 사실일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태가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거래 중 발생하는 부가세는 소비자가 사업자에게 내는 돈이 아니라 나라에 내는 세금이고 사업자는 정당한 거래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사업자가 마음대로 ‘부가세를 받지 않을 테니 현금으로 결제하라’는 말은 결국 소득세나 법인세 탈세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탈세는 본인의 조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고해야 할 소득액을 줄이는 행위다. 현금으로 결제한 후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을 경우, 거래를 증명하기 어려워 탈세가 쉬워진다. 업주들이 이런 방법으로 현금 매출을 빼고 소득 신고를 하면 그만큼 세금을 덜 낼 수 있다.

◆뷰티 서비스 시장은 두 자릿수 성장

특히 네일 아트 숍은 2019년부터 현금영수증 발행 의무 업종으로 선정됐다. 현금영수증 의무 발행 업종 사업자는 거래 건당 10만원 이상인 현금 거래에 대해 소비자의 요구가 없더라도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야 한다.

현금영수증 의무 발행 업종은 △사업 서비스업(변호사업·공인회계사업·세무사업·변리사업 등) △보건업(종합병원·일반병원·일반의원) △숙박·음식점업(일반유흥주점업·관광숙박시설 운영업 등) △교육 서비스업(일반 교습학원·운전학원 등) △그 밖의 업종(손·발톱 관리 미용업예식장업·중고자동차 소매업·중개업 등) 등이다. 의무 발행 업종 외에도 소비자가 현금영수증 발급을 요청하면 거부해선 안 된다.

탈세의 사각지대로 두기에는 뷰티 서비스 시장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에 헤어·피부·네일 등 미용업소가 14만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네일 미용업소가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며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썹 문신 시장도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오고 있다. 정부는 2020년 하반기부터 눈썹과 아이라인 문신 등 반영구 문신에 대해 비의료인의 시술을 허용하기로 했다.

반영구 문신은 시술 부위가 작아 안전상의 위험이 낮고 이를 경험한 사람이 10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대중화됐다는 점 등을 고려해서다.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국내 반영구 문신 시술자는 약 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숍뿐만 아니라 유명 성형외과에서조차 탈세가 이뤄지고 있다.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유명 성형외과 의사 B 씨는 현금영수증 미발행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뒤 이를 납부하지 않았다. 그는 호화 생활을 하며 체납 처분을 회피하기 위해 병원과 동일 건물에 위장 법인을 만들어 매출을 분산하기도 했다.

박훈 서울 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현금을 지급한다고 물건 값을 깎아 주는 것을 무조건 불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며 “다만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할인해 주는 것은 탈세의 가장 전통적인 방법인 매출 누락을 위한 현금 거래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현금영수증 미발급 역시 과세상 문제의 소지가 크고 또한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 위반에 따른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4호(2020.02.17 ~ 2020.02.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