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트럼프, 재선 성공하면 중국 다시 때릴 것
-국내보다는 해외 주식…멀리 보고 헤지 전략 짜야
-글로벌 우량 자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바꿔야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 “11월 미국 대선 전후 위기 온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말 글로벌자산배분본부를 이끌던 서철수(48) 본부장을 리서치센터장으로 선임했다. 서철수 센터장은 구 KDB대우증권 시절 채권 담당 애널리스트를 거쳐 채권 운용과 자산 관리 등을 두루 맡아 온 ‘팔방미인’이다.

서 센터장은 “리서치센터는 고객의 자산 관리와 투자에 도움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며 “그간 경험을 살려 ‘고객의 평안한 노후를 위한 글로벌 투자 전문 그룹’인 미래에셋대우의 명성에 걸맞은 리서치센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장으로 10년 만에 리서치에 복귀했습니다.

“리서치의 체질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우선 리서치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기존 섹터 간 경계를 허물고 융합시켰습니다. 유연한 사고가 중요한 만큼 젊은 애널리스트를 중심으로 파트 편제도 새로 짰습니다.

리서치에 대한 시장의 니즈가 변화함에 따라 구성원에게 뉴욕이나 홍콩 투자자의 관점에서 더욱 폭넓은 리서치를 제시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텍스트 위주의 기존 보고서에서 벗어나 다양한 디지털 툴을 활용한 리서치를 제공하는 원년으로 삼을 예정입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높습니다.

“전염병 발발 때마다 주가는 대부분 V자 양상을 보였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할 것으로 보지만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때와 다른 점도 있다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중국과 지금의 중국은 전혀 다른 나라입니다. 규모와 역할·밸류 체인 기여 측면에서 완전히 다른 만큼 파장이 과거보다 훨씬 클 수 있습니다. 반면 중국 당국이 유동성을 풀고 있고 조만간 추가로 경기 방어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응 전략 측면에서 낙폭 과다 주식이나 장기 성장 테마주로 새롭게 진입하는 기회로 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V자 반등 이후의 눈높이를 너무 높고 멀리 가져가는 데는 다소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올해 글로벌 증시 전망이 궁금합니다.

“일단 상반기까지는 나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글로벌 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한 가운데 경기 소순환 사이클이 반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해 9월 이후 유동성을 막대하게 풀어 왔고 중국도 이번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돈을 많이 풀고 있습니다.

하지만 Fed의 유동성 확대는 6월까지만 예정돼 있고 중국의 부양책도 한계가 있을 겁니다. 특히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부담이 이미 상당한 만큼 주가가 오를수록 부담이 더욱 커질 겁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 미·중 갈등 본격화에 대한 우려가 선반영되면서 대선 전부터 조정이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지역별로는 미국의 기술주·성장주의 기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 같지만 기대 수익률은 중국 등 신흥국 시장(이머징마켓)이 좀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와 달리 미국 외 지역의 성장세가 나쁘지 않고 달러화도 안정된다면 이머징에 기대를 거는 것도 나쁘지 않은 환경입니다.

추천주로는 정보기술(IT) 업종에선 구글(알파벳), 클라우드 분야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를 꼽을 수 있습니다.”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 “11월 미국 대선 전후 위기 온다”
▶국내 증시는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지난해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주요국 가운데 꼴찌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상대적으로 성과가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국 경제는 반도체 중심의 수출 의존도가 큰데 최근 들어 업황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글로벌 주식과의 연동성이 큰 편이어서 코스피지수는 ‘상고하저’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우세해 보입니다.

올해 한국 증시를 이끌 업종은 반도체·인터넷·전기차 배터리 분야를 꼽고 있습니다. 이들 업종은 바이러스 등 외생 변수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주목할 만한 종목은 뭡니까.

“SK하이닉스·네이버·LG화학을 추천합니다. SK하이닉스는 향후 수년간 이어질 반도체 업황 회복 사이클의 초기 국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에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재개와 8K UHD TV 등의 고품질 기기 확산이 모멘텀이 될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전자 상거래와 금융 등 국내 산업의 디지털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네이버파이낸셜과 라인은 국내는 물론 동아시아에서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금융 영역을 개척하기 시작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공급 업체 중에서는 글로벌 1위 회사입니다. 테슬라의 성공으로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한 투자 심리가 상당히 좋아지고 있어요. 특히 올해부터는 유럽연합(EU)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LG화학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보입니다.”

▶비율을 낮춰 나가야 할 업종이 궁금합니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관점에서 올해 한국 시장이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면 그동안 상당 기간 물려 있던 구경제 산업 관련주를 정리하는 기회로 삼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국내 IT·수출주로 갈아타는 것도 좋지만 해외의 핵심 우량 기업으로 옮기는 게 더욱 좋습니다. 해외 주식은 글로벌 경기 반등의 수혜를 보다 직접적으로 얻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 지나치게 쏠려 있는 자산 구성에 조금이나마 밸런스를 맞춰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에셋대우가 해외 자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한국 가계·기업의 자산 구성 중 99% 이상이 국내에 쏠려 있습니다. 이러한 이른바 ‘몰빵’은 위험스러운 포트폴리오입니다. 장기적 밸런스를 위해서는 최대한 해외 자산, 기왕이면 우량 핵심 자산을 늘려 가야 합니다.

국내 바이오주도 여전히 조심스러운 분야입니다. 신약 개발 이벤트로 주가가 지나치게 급등락하기 때문입니다. 국내보다 내수 성장 모멘텀이 좋은 중국의 제약·바이오주와 신제품 효과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미국 의료기기 업체를 더 추천하고 싶습니다.”

▶미국 대선 이후인 내년 상반기 국내외 시장은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현재로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이슈가 더욱 격화하면서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할 수 있고 미국 역시 장기화한 경기 사이클의 피로감이 쌓여 갈 수 있습니다.

결국 국내외 주식 시장의 조정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본다면 위험을 미리 줄이기 위한 몇 가지 헤징 전략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자산 배분이 가능하다면 미국 국채 비율을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환율을 헤지하는 대신 달러를 오픈하는 것이 좋습니다. 글로벌 주식이 약세장이 되면 금리가 하락하기 마련이죠. 즉 채권 가격은 상승합니다. 만약 주식만 하는 투자자라면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마켓 위험을 헤지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채권 매수나 주식 쇼트 헤지가 어려운 투자자라면 글로벌 우량 핵심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압축해 두는 게 최선입니다. 이런 주식은 빠질 때 덜 빠지고 회복될 때는 시장을 주도하면서 오르기 때문입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글로벌 핵심 우량 자산이 안전한 법입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4호(2020.02.17 ~ 2020.02.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