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2020 주요 그룹 승부수❹ - LG]-LG전자와 LG화학 양대 축으로 신사업 개척하는 LG그룹…인공지능 투자 더 확대한다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올해 취임 3년 차를 맞은 구광모 LG 회장이 변화의 속도를 높여 가고 있다. 목표는 ‘뉴 LG’다. 구 회장은 파격 인사와 조직 문화 혁신으로 고강도 체질 개선에 나서는 한편 10년 후 미래 청사진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구 회장은 전 계열사들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문했다. 디지털 기반의 경쟁력을 키워 신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다. 구 회장 취임 이후 가속화된 사업 재편도 올해는 구체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선택과 집중·디지털 전환·고객가치 실천’ 구광모 회장이 던진 승부수
LG가 국내 최대 융·복합 연구단지인 LG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기술 개발과 투자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AI 연구 개발 조직인 ‘AI담당’을 신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며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구 회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영상으로 신년사를 전달하는 등 디지털 전환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인화원에서 열린 취임 후 첫 사장단 워크숍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의 위기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더 나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수단이자 우리의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변화 중 하나일 것”이라며 “사장단에서 몸소 주체가 돼 실행 속도를 한 차원 높여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AI 투자 속도 낸다
LG는 올해 LG인화원에 ‘LG AI 마스터 양성 과정’을 신설해 100명의 AI 전문가를 육성하기로 했다. 이 과정은 LG인화원과 LG사이언스파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센터가 함께 개발했다. LG인화원은 2월부터 교육생 선발을 시작해 3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AI 마스터 양성 과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LG는 AI·클라우드·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조직 운영 방식과 사업 모델 등을 혁신하는 ‘디지털 전환’을 위해 DX 전담 조직을 강화한다. 디지털 전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DX 전담 조직은 기존 ‘DX 담당’에서 ‘DX 센터’로 격상됐다.


이러한 기조 속에 주요 계열사들은 올해 실제 AI 경쟁력 강화 방안을 보다 구체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서울대와 ‘빅데이터 교육 협약’을 맺고 연구원을 선발했다. 선발된 이들은 1월부터 7주간 서울대의 고급 통계, 머신러닝, 데이터 모델링 등 빅데이터 심화 과정을 거쳐 역량을 강화한 후 LG전자의 DX를 이끌 계획이다.


LG전자는 CTO 부문 산하의 클라우드센터를 DXT(Digital Transformation Technology)센터로 재편했다. LG전자는 디지털 신기술을 접목해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고 국내외 생산 기지도 디지털 전환해 경쟁력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DX담당’을 신설하고 이를 뒷받침할 빅데이터·AI·클라우드 등 기술 관련 조직을 DXT그룹으로 일원화했다. 또한 LG는 DX 가속화를 위한 정보기술(IT) 시스템 전환에도 박차를 가한다. 계열사 IT 시스템을 올해 50% 이상, 2023년까지 90% 이상 클라우드로 전환할 예정이다.
‘선택과 집중·디지털 전환·고객가치 실천’ 구광모 회장이 던진 승부수
LG그룹은 10대 그룹 가운데 4세 경영 체제에 가장 먼저 진입했다. ‘구광모호’가 닻을 올린 지 1년 8개월, 햇수로는 3년 차에 들어섰다.


그간의 과정은 위기의식의 공유 및 체질 개선으로 요약된다.


국내외 임직원 25만 명에 달하는 LG라는 거함을 이끌며 구 회장은 ‘변화’와 ‘속도’를 주문했다. LG의 변화 의지는 형식을 깬 파격 인사, 기업 문화 혁신을 통해 잘 나타난다. 과감하고 빠른 의사 결정, 실리주의, 실용주의 등을 통해 ‘뉴 LG’를 모색해 왔다.
‘선택과 집중·디지털 전환·고객가치 실천’ 구광모 회장이 던진 승부수
‘구광모호’, 변화 가속하는 2020년
이와 함께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사업 재편을 가속하고 있다. 부진 사업은 정리하고 신성장 중심의 새판 짜기에 나선 것으로 구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작업이다. 올해도 선택과 집중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LG는 최근 중국 거점 중 하나인 ‘LG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을 1조3707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지분 매각 금액은 신규 투자 및 재무 구조 개선에 활용될 예정이다.


LG의 사업 재편은 ‘인수’보다 ‘미래를 위한 체질 개선’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구 회장은 각 계열사 최고경영진과 함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면서 성장이 더디거나 업의 본질과 관련 없는 비핵심 사업들을 정리하는 사업 재편에 초점을 맞췄다. LG전자의 연료전지 사업을 청산하고 수처리 사업을 매각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LG CNS 지분 매각(35%)은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대응하는 차원이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원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미래 성장 동력 투자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당초 관측은 지난해까지 굵직한 매각들을 완료하는 것이었지만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려 올해도 부진 사업을 정리하는 노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동안 실탄을 마련하고 기반을 닦았다면 변화를 보여줘야 할 2020년”이라고 입을 모은다.


2018년 8월 오스트리아 ZWK를 1조4500억원에 인수해 자율주행차 시대를 준비하고 지난해 말 CJ헬로비전 인수를 완료한 구 회장이 신규 성장 동력 확보 등 미래 청사진을 어떻게 펼칠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의 가장 큰 고민은 당장의 실적보다 장기적인 먹을거리와 방향성”이라며 “전통적인 수익 사업인 화학과 가전이 갈수록 경쟁이 심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레드오션에서 빠져나가 블루오션으로 안착하는 과제를 풀고 있다”고 말했다.


LG의 신성장 동력으로 다양한 후보군이 꼽히는 가운데 현재까지의 경과를 보면 전자와 화학을 두 축으로 융합되는 ‘자동차 전자장비(전장)’와 ‘전기차 배터리’ 등에 모아진다.
‘선택과 집중·디지털 전환·고객가치 실천’ 구광모 회장이 던진 승부수
신가전은 ‘해외’로, 대형 OLED에 주력
지난해 LG전자는 가전 부문에서 놀라운 실적을 보여줬다. LG는 프리미엄 가전, 차세대 디스플레이, 5G 등 사업에서 고객 가치 극대화를 최우선 가치로 두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기 위해 총력을 모으고 있다.


LG전자는 미래 준비를 위해 AI·빅데이터·로봇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영역에 국내외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또 외부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수익 기반의 성장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 중이다. 외부 기업들과 전략적으로 협력해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도 강화할 계획이다. 또 인재 영입에 힘쓰고 사내 전문가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전자의 양대 핵심 사업인 가전과 TV의 외형 성장과 시장 확대에도 적극 나선다. 글로벌 생산지 혁신과 함께 프리미엄 가전 ‘LG시그니처’, 프리미엄 빌트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등 프리미엄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하고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집 안의 모든 영역에서 제품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능과 서비스까지 공간과 조화를 이루며 고객 가치를 더해주는 ‘공간 가전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가전제품 본연의 차별화된 성능과 빅데이터가 연계된 AI 기반의 스마트 가전을 지속 출시할 계획이다. 또 ‘LG 씽큐 홈’ 등 AI 솔루션을 커넥티드카 등 외부로도 확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TV 부문에서는 미국 CTA 8K UHD 인증을 받은 리얼 8K TV를 앞세워 초고해상도 TV 라인업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의 강점을 활용한 롤러블·월페이퍼 등 혁신 디자인의 TV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무선청소기·공기청정기· 스타일러 등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신가전은 해외 진출을 이어 갈 계획이다. LG전자는 시장과 고객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국내에서 거둔 신가전 성공 체험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상업용에서 가정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로봇을 개발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하는 등 고객 가치 기반의 차별화된 신제품 개발을 통해 미래 신사업 기회도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하드웨어에 콘텐츠와 서비스를 연계하거나 커넥티드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LG전자가 추진할 디지털 전환의 대표적 사례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올해 1월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0에서 최고경영자(CEO)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를 열고 “디지털 전환을 과감하게 추진해 성장과 변화를 이끄는 동시에 고객에게 가치를 준다는 ‘사업의 본질’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OLED로의 사업 구조 전환이 최대 성과로 꼽힌다. 올해 대형 OLED 시장을 더욱 확대하고 중소형 플라스틱 OLED(P-OLED) 사업의 근본적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차별화된 상업용·차량용 제품으로 신시장을 지속 발굴해 수익 기반 성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형 OLED를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선정,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형 OLED를 양산할 수 있는 업체다. OLED TV의 수요 급증에 대비해 기존 파주에서만 생산하던 대형 OLED를 중국 광저우에서도 생산하는 ‘투 트랙’ 체제를 구축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해 OLED 시장의 주도권을 확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파주와 광저우 공장을 합해 8.5세대(유리기판 크기 2500×2200mm) 기준 최대 월 13만 장 규모의 대형 OLED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 LG디스플레이는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 88인치 8K OLED 등 초대형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높이고 월페이퍼와 CSO(Crystal Sound OLED), 롤러블, 투명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OLED 제품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에서 OLED 대세화를 앞당길 계획이다.
‘선택과 집중·디지털 전환·고객가치 실천’ 구광모 회장이 던진 승부수
배터리 독자 생존 능력 시험대에 오른다
LG화학은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중점 전략 사업에 대한 사업 확장 계획을 추진하는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배터리 사업부문을 올해 안에 분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배터리 사업부문의 기업공개(IPO)도 동시에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공격적인 증설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LG 배터리 신규 법인은 분할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은 LG 배터리의 독자 생존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유플러스는 ‘융·복합 서비스 발굴’과 ‘차별화 콘텐츠 확보’가 키워드다.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은 두 배로 확대된 825만 유료 방송 가입자를 기반으로 유·무선 시장 경쟁 구조를 재편하고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다양한 융·복합 서비스를 발굴할 방침이다.


우선 LG유플러스는 콘텐츠 제작·수급과 유·무선 융·복합 기술 개발에 5년간 2조6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한다. 이와 함께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과 네트워크 인프라를 공동 구축, 활용해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또 LG헬로비전은 자사 네트워크에 5년간 6200억원을 투자해 케이블 서비스 품질도 대폭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LG생활건강은 ‘후’, ‘숨37’ 등 럭셔리 화장품의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한편 프리미엄 화장품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중국·동남아 시장에서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의 콘셉트를 알리고 체험할 수 있는 행사 등을 통해 브랜드를 확산해 나가는 한편 북미 시장에서는 지난해 인수한 뉴 에이본(New Avon)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선택과 집중·디지털 전환·고객가치 실천’ 구광모 회장이 던진 승부수
[돋보기] LG의 스마트폰 사업은?
LG의 스마트폰 사업은 아픈 손가락으로 불린다. 시장 전문가들은 LG그룹의 가장 큰 과제로 스마트폰 사업을 지적한다. 스마트폰 사업을 하는 LG전자 MC사업본부는 지난해 4분기까지 1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연간 총 영업손실액 1조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LG가 스마트폰에 대한 미련을 버릴 때가 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렇다면 왜 LG는 스마트폰 사업을 놓지 못할까. 스마트폰 본연의 사업 경쟁력보다 타 사업과의 연계성이 꼽힌다. 정보기술(IT) 부문의 핵심 디바이스가 되는 스마트폰 없이 LG가 추구하는 다양한 사업들을 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은 한 번 포기하면 다시는 진입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큰 적자에도 불구하고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사업이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4호(2020.02.17 ~ 2020.02.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