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강관사업부 등 ‘비핵심 사업’ 구조조정 시작…비(非)철강 비율 높여 성장동력 확보
살길은 ‘선택과 집중’…대수술 들어간 현대제철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현대제철이 철강 업황 부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다. 2019년 11월 창사 이후 첫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100여 명을 감축한 데 이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했다.

그동안 대규모 고로 투자와 인수·합병(M&A)을 거치며 몸집을 불려 온 현대제철은 자동차·조선 등 전방 산업 수요 둔화에 원자재 가격 급등이 겹치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이 때문에 올해는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외형 성장 대신 질적 성장에 집중할 예정이다. 적자 사업부를 구조 조정하고 수익성 중심의 사업 구조 재편으로 체질을 개선해 지속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살길은 ‘선택과 집중’…대수술 들어간 현대제철


◆ 사무직 대상 인력 구조 조정은 이미 시작


올해 현대제철은 최근 몇 년간 적자 구조를 이어 온 강관사업부 매각, 중국 법인 인력 조정, 현대오일뱅크 지분 처분 등 비핵심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사업부 구조 조정을 단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현대제철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313억원으로 전년보다 67.7% 줄었다. 매출은 20조5126억원으로 1.3%, 순이익은 256억원으로 93.7% 감소했다.

특히 2019년 4분기에 낸 첫 분기 기준 영업적자의 영향이 컸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47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9.2% 감소한 4조8218억원, 당기순손실 737억원에 달했다. 증권사 컨센서스를 크게 밑도는 분기 영업손실은 현대제철의 모태인 인천제철 시절을 포함한 1990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재무 구조 건전화와 내부 인력 운영 효율화를 위해 고강도 구조 조정에 들어갔다. 인력 구조 조정은 이미 진행 중이다. 만 53세 이상 사무직을 대상으로 창사 이후 첫 희망퇴직을 실시해 100여 명을 감축했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현대제철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사업 재편의 고삐를 죄고 있다. 안 사장은 지난 1월 철강인 신년 간담회에서 “철강 산업의 시황이 좋지 않아 저수익 제품에 대해 여러 가지 검토를 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수익성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업부 구조 조정의 신호탄은 현대제철의 단조사업부문 분할로 이미 쐈다. 현대제철은 2월 25일 주조·단조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새로운 자회사 ‘현대아이에프씨’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분할 목적에 대해 현대제철은 ‘사업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경영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단조 사업 부문은 지난해 매출액 2293억원으로 현대제철 별도 매출의 1.3% 정도다. 현대제철은 이번 분할로 2015년 SPP율촌에너지를 인수한 후 5년 만에 사업을 떼어내게 된다. 현대제철은 2015년 제철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위해 법정 관리 중이던 SPP율촌에너지를 인수한 바 있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단조사업부를 물적 분할하기로 한 것은 시장 요구에 부응하는 의사결정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단조사업부의 분할은 당장 기업 가치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면서 “향후 단조를 포함한 저수익 사업부들이 구조 조정으로 독립 경영 체계가 구축된다면 현재보다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 상승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제철의 추가적인 구조 조정 사업부는 강관·스테인리스스틸·중기계 등으로 전망된다. 이는 별도 매출액의 16% 수준이다. 현대제철은 강관 사업에 대해서도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관 사업은 현대제철의 자회사인 현대BNG스틸 또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제철은 2015년 현대하이스코의 강관 사업을 흡수합병하면서 사업을 다각화했지만 5년 만에 사업 분리를 검토하게 됐다. 2019년 3분기 기준 강관 등 생산 설비 가동률은 63.3%에 머물렀다. 냉연(108.8%)·후판(99.2%)·열연(89.1%)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생산 실적도 갈수록 줄어들어 2018년 162만4000톤에서 2019년 3분기 107만1000톤에 그쳤다. 강관 사업 연매출은 약 1조2000억원으로 현대제철 매출의 6~7% 수준이다.
살길은 ‘선택과 집중’…대수술 들어간 현대제철

◆ 체질 개선…미래 성장 동력 확보 박차


현대제철은 비(非)철강 비율을 높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전략에 맞춰 수소차용 금속 분리판, 자동차 강판 등 자동차 부품 사업의 비율을 높이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도 주안점을 둘 계획이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건물용·선박용·발전기용 등에 적합한 금속 분리판 연구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사업 구조 개편과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글로벌 자동차 소재 전문 제철소로서의 역량을 집중해 미래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2020년 경영 방침을 ‘기업 체질 강화를 통한 지속 성장 동력 확보’로 정하고 2017년 출시한 고성능 건축용 강재 브랜드 ‘H코어(core)’를 중심으로 한 고성능 브랜드 강재로 고부가 가치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891만 톤의 글로벌 프리미엄 제품을 판매한 현대제철은 올해 918만 톤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마케팅을 강화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또 자동차 솔루션 전문 브랜드 ‘H솔루션’ 등 자동차 소재 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자동차 강판 판매 100만 톤을 달성할 계획이다.


[돋보기 :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
-포스코 출신 철강 전문가, 위기 속 현대제철의 수익성 해결사로
살길은 ‘선택과 집중’…대수술 들어간 현대제철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현대제철의 경쟁사인 포스코에서 35년간 일한 철강 전문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쇄신 인사 차원에서 직접 영입한 인물이다.

포항종합제철(포스코)에 입사해 포스코 광양제철소장과 포항제철소장 등을 지내다 2019년 3월 취임해 올해 취임 2년 차에 들어섰다. 현대제철은 2001년 현대차그룹 출범 이후 최고 경영진을 내부에서 발탁하거나 현대차그룹 계열사에서 영입해 왔지만 사장급을 외부에서 영입한 것은 안 사장이 처음이다.

안 사장은 지난 1년간 글로벌 철강 수요 감소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위기에 빠진 철강업계에서 현대제철의 실적 개선을 위해 인력과 비핵심 사업부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단행했다. 주조·단조사업부문의 물적 분할과 함께 사업 합리화 작업을 통해 본격적인 체질 개선을 이끌고 있다.

안 사장은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각 부문에 신설했다. 자동차 관련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한 ‘철강 사업 경쟁력 강화 TF’, 해외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글로벌 전략 TF’ 등을 신설했다.

제조·생산 부문 효율화를 위해 스마트 팩토리에서 한 단계 진화한 ‘스마트 엔터프라이즈’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제철은 2022년부터 스마트 엔터프라이즈 실현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안 사장은 포스코 시절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주도한 바 있다. 포스코 시절의 경험을 살려 현대제철에서 전 부문에 걸친 스마트화를 주도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적자 탈출과 수익성 회복을 위해 인력 구조 조정과 조직 효율화 작업에 매진했던 ‘안동일 체제 1년’에 대해 업계에선 긍정적인 평가가 따른다. 최근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제철 사내이사직에서 중도 사임하면서 안 사장의 책임과 역할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7호(2020.03.09 ~ 2020.03.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