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피 만두·계란 코팅 볶음밥 등 연이어 히트…최적 기술·맛 찾아 2년간 혁신 TF 가동
냉동 HMR 새 강자 된 풀무원의 성공 비결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풀무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단연 ‘신선식품’이다. 두부나 콩나물 같은 신선식품 위주로 성장하며 해당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풀무원이 최근 냉동 가정간편식(HMR)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새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전에 없던 혁신 상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약 2년에 걸쳐 진행된 풀무원의 ‘냉동 HMR 프로젝트’가 마침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냉동 HMR 시장 규모는 대략 1조2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CJ제일제당이 매년 약 3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를 공고히 한 가운데 나머지 업체들이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여 왔다.

이런 냉동 HMR 시장에 지난해 반전이 일어났다. 2018년까지 업계 순위 5위(점유율 약 5%)에 불과했던 풀무원이 지난해 점유율 11%(닐슨데이터, 10월 기준)를 차지하며 2위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얇은피 만두(얄피 만두)’, ‘황금밥알 볶음밥’ 등 야심차게 출시한 상품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를 기록한 덕분이었다.

특히 얄피 만두의 활약이 풀무원의 전체 점유율 상승을 견인했다. 전체 냉동 HMR 시장에서 ‘냉동 만두’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절반(약 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2017년부터 ‘냉동 HMR 프로젝트’ 가동


풀무원이 얄피 만두를 처음 선보인 것은 지난해 3월이다. 이후 출시 7개월 만에 누적 1000만 봉지 이상 판매를 기록하는 등 냉동 만두 시장을 뒤흔들었다.

풀무원의 얄피 만두 흥행을 목격한 경쟁사들 역시 잇달아 비슷한 상품들을 내놓는 등 냉동 만두 시장에 ‘얇은 피 만두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냉동 HMR 새 강자 된 풀무원의 성공 비결
예상하지 못한 얄피 만두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풀무원은 지난해(10월 기준) 냉동 만두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달성했다. 풀무원의 만두 시장점유율은 2018년 10%대로 4위에 머물러 있었다.

밥에 신선한 계란을 부어 함께 볶아 내는 ‘밥알 계란 코팅’ 기술을 적용한 ‘황금밥알 볶음밥’ 역시 1000억원대 규모의 냉동밥 시장에서 선전했다. ‘갈릭&새우’와 ‘포크&스크램블’ 등 두 가지로 출시했는데 지난해 10월까지 각각 점유율 1위와 5위에 올랐다.

풀무원이 냉동 HMR 시장에서 급성장하게 된 비결은 2017년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냉동 HMR 프로젝트’다.

냉동 HMR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한 풀무원은 이때부터 내부에 별도로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더 맛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R&D) 노력을 본격적으로 기울이기 시작했다.

특히 급속 냉동 기술과 관련된 연구에 가장 매진해 왔다. 어떻게 하면 채소와 밀가루 반죽 등을 버무려 만든 제품을 최대한 변형 없이 냉동 상태에서 1년 이상 오래 보존할 수 있을지에 R&D를 집중한 것이다.

일반적인 상온 HMR과 다르게 냉동 HMR은 ‘차별화된 맛’보다 중요한 것이 급속 냉동 기술이다. 아무리 뛰어난 맛의 상품을 개발했어도 해동할 때 맛이 떨어지면 ‘무용지물’이라는 설명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경쟁사 대비 뛰어난 급속 냉동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작이라고 판단했다”며 “각각의 식재료별로 어느 온도에서 얼마나 시간을 들여 냉동해야 할지 긴 시간을 연구해 왔다”고 강조했다.

◆올해도 대박 행진 이어질지 주목


물론 맛도 등한시할 수 없었다. 혁신 TF를 비롯한 내부 직원들은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매일같이 머리를 맞댔다.

그렇다 보니 시행착오도 수없이 겪었다. 이를테면 얄피 만두는 상품의 핵심 콘셉트인 얇은 피를 만드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렸다. 기존 냉동 만두의 피 두께는 1.5mm 정도다. 얄피 만두는 이보다 만두피가 약 절반이나 얇은 0.7mm다.

피가 얇은 만큼 만두소를 채우면 쉽게 찢어져 문제였다. 만두 생산 공장에 얄피 만두 콘셉트를 들고 찾아갔지만 헛수고였다.

공장 관계자로부터 “만두소가 보일 정도로 얇은 피로 만두를 만들어 내는 것은 현재 기술로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냉동 만두 시장은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브랜드가 매년 40%가 넘는 독보적인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선 반드시 새로운 혁신이 절실했고 더욱 얄피 만두 개발에 매진했다.

수많은 재료들을 섞어 가며 만두피를 배합한 지 1년여의 시간이 흘렀고 그렇게 마침내 0.7mm에서 찢어지지 않는 피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얄피 만두를 대량으로 뽑아내기 위해선 이전보다 세밀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생산 설비 역시 필요했다. 이를 찾아내고 구축하는 데도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

이렇듯 제품 콘셉트 구상부터 대상 생산 체제 구축에 이르기까지 총 2년이 걸린 끝에 지난해 3월 얄피 만두가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황금밥알 볶음밥 또한 2년여에 걸쳐 새로운 맛을 구현하고 최적의 냉동 방식을 찾아냈다. 그 결과 지난해 8월 시장에 선보일 수 있었고 단숨에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냉동 HMR 새 강자 된 풀무원의 성공 비결
이후에도 냉동 HMR 시장에서 풀무원의 판매 돌풍은 이어졌다. 시장에서의 상승세를 이어 가기 위해 지난해 12월 ‘노엣지·크러스트’ 피자를 내놓았는데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출시 직후 대박을 터뜨렸다.

이 피자도 직원들이 이탈리아·미국 등을 직접 발로 뛰며 제조 기술을 배우고 연구·개발을 거쳐 만든 결과물이다. 딱딱한 도우와 빈약한 토핑이라는 냉동 피자의 약점을 개선하는데 성공했고 출시 약 2개월 만에 100만 판이 넘는 제품이 팔려 나간 상태다.

풀무원은 올해도 냉동 HMR 시장에서 돌풍을 이어 가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목표는 2위 자리를 보다 굳건하게 다지는 것이다. 지난해 출시한 제품들을 기반으로 다양한 새 제품을 출시하며 이를 달성해 나갈 방침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수많은 제품들이 쏟아지는 냉동 HMR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확실한 제품 차별화뿐”이라며 “현재도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한 R&D가 계속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풀무원이 신제품 출시 대박 행진을 언제까지 이어 갈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7호(2020.03.09 ~ 2020.03.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