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코로나 쇼크’에 빠진 대한민국]
- 중국 내 공장 가동률 ‘뚝’
- 자동차·전자 등 한국 주력 산업 ‘초긴장’
코로나19에 무너지는 글로벌 공급망…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흔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곳곳의 공장이 가동을 멈추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공장들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면서 부품과 자재 등을 생산 수급하던 공급망 생태계가 무너진 탓이다.

글로벌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는 현대차·애플·코카콜라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피해를 보고 있고 공급망이 중국에 한정된 제조업 중심의 전 세계 중소기업들의 피해는 파악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2개월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중국 내 격리 조치와 사람들의 이동 제한이 계속되고 있다.

또 중국 정부는 공장 운영 허가에 대한 제한 사항을 두고 있어 막상 공장 문을 열어도 이전과 같은 완전한 정상 가동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실제로 중국기업연합회가 중국 500대 제조 기업 중 후베이성 내 9개 기업을 제외한 491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2월 21일 현재 가동률은 59%로 조사됐다. 국유 기업의 생산 라인 가동률은 62.2%인데 비해 민간 기업은 57.4%에 그치고 있다.

◆ 가동률 하락에 직격탄 맞은 산업계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 산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수출입 비율, 산업 연관성, 지리적 위치 등에서 중국 공급망이 한국 산업 생태계에 큰 축을 차지하는 만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 중국산 중간재 수입액이 약 89조원(2017년 기준)으로 전 세계 국가 중 미국에 이은 2위에 올라 있다. 이는 다시 말해 한국 기업들의 부품과 자재 등 공급망이 중국에 집중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급망 붕괴에 따른 피해는 이미 산업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제조업계에서는 자동차 업체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다.

중국산 전선 뭉치인 ‘와이어링 하니스’의 공급이 원활이 이뤄지지 못하며 현대차와 기아차 생산 라인이 멈춰 서기도 했고 한국GM과 쌍용자동차 역시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 문제로 공장 일부가 멈췄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와이어링 하니스는 부피가 큰 부품이라 재고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했었다”며 “현재는 공장이 정상 가동 중으로 문제는 없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모든 부품에 대한 재고와 공급 상황을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램프업(생산량 증대)을 추진하던 디스플레이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 팹(fab) 핵심 장비를 운용하기 위한 엔지니어들의 현장 진입이 여의치 않아 가동률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각 지역 정부가 한국발 입국자를 격리 조치하는 방침을 세우면서 생산 일정 지연이 가시화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난징 등에 있는 일부 공장을 중단한 바 있고 쑤저우·톈진·둥관에 공장이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은 현재 가동률을 조정 중이다.

중국 내 원재료 생산 기지를 둔 배터리 업체도 공장 가동이 원활하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장쑤성 정부 지침에 따라 지난 2월 창저우 배터리 조립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고 LG화학도 난징 배터리 공장을 한동안 닫았다.

중국에 공장은 없지만 중국에서 주요 원자재를 공급받고 있는 건설업계 역시 비상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건설업 자재 시장은 전체 건설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1.5%로 그 규모가 114조원에 이른다.

목재·석재·골재·철강재 등 종류가 다양하고 가공 자재까지 합하면 그 수가 수백~수천 개에 달한다. 건설 자재 중 중국산 비율은 품목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15~20% 정도로 추정된다.

당장은 중국산 자재 수급이 어려워도 공사 현장에서 공기 지연 등의 문제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비축 물량이 남아 있고 일부 자재는 국내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중국산 비율이 비교적 높은 석재와 타일 등 일부 자재는 품귀 현상으로 수급이 어려워져 공사 현장에 직접적인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국내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일단 비축해 놓은 자재들이 3~6개월 치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 자재 수급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동남아 등 다른 국가로 공급망을 수소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장기화 시 건설·조선·해운도 ‘타격’
코로나19에 무너지는 글로벌 공급망…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흔들’
이 밖에 해운·조선·철강 등 거시 경제 지표와 시황이 연동되는 업종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해운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수요 감소로 시황 회복이 더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먼저 철광석 등을 실어 나르는 건화물선(벌크선)은 철광석 가격이 약세인 데다 공장 휴무로 산업 활동 재개 일정이 늦어지면서 운임이 떨어지고 있다.

유조선도 원유 수요 감소에 여행객 역시 줄어들면서 항공유와 자동차용 연료유의 수요가 동반 감소하며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컨테이너선 역시 중국발 수출이 타격을 입으면서 글로벌 선사들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임시 결항이 보다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철강업계는 코로나19에 따른 철강 제품 수요 감소를 주시하고 있다. 당장 중국 내 소비가 줄어들면서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함에 따라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이에 따라 포스코 측은 단기적으로 수요 위축을 예상하는 한편 시장 안정화나 수요 회복을 위해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 대책을 마련할 것을 기대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곳은 중소기업들이다. 특히 인건비·원자재 수급 등을 이유로 중국에 공장을 설립한 중소기업들은 아사 직전이다.

중국 내 격리 조치와 사람들의 이동 제한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공장 운영 허가(위생 등)에 대한 제한 사항을 두고 있어 막상 공장 문을 열어도 이전과 같은 완전한 정상 가동은 불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내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 해외 주문 중단, 원부자재 수급(수입) 애로, 중국 통관 지연과 한국인 입국 제한 등 타 국가와의 교역 문제 발생 등 직간접적인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국 수출입 및 현지법인 운영 중소기업 그리고 국내 서비스 업종 등 총 300개사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관련 중소기업 경영 실태 조사’를 한 결과 70.3%가 코로나19로 인해 경영상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공급 안정화 위해 국내 유턴 독려 지원 강화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정부가 국내 중심의 안전한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특히 정부는 이번 기회에 해외 진출 대기업의 국내 복귀를 대거 유도할 수 있는 정책과 관련 법규를 만들 방침이다.

우선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 등 6대 분야 품목과 주요 국가 공급망 분석을 통해 위기 경보 대응 시스템을 가동하고 공급망의 특성·품목 유형에 따라 공급 안정화를 위한 차별화된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천재지변이나 수출 규제 등 예상하지 못한 요인으로 글로벌 가치 사슬이 붕괴되면 현행 소재·부품·장비 추진 체계와 특례 제도, 100여 개 지원 프로그램을 총가동해 즉시 대응한다. 또 유턴 활성화, 해외 투자 유치, 위험 분산을 위한 공급망 다변화, 글로벌 공급망 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특히 해외 진출 기업이 국내에 복귀하는 유턴 활성화를 위해 고정비용 감축, 생산성 제고 등 반대급부를 담보할 인센티브를 확충하고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밖에 글로벌 공급망 전환 보증, 유턴 수출 기업 특별 보증 등 무역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출시하고 업계가 공동으로 자재를 구매하거나 물류를 공유하는 밀크런(milk run : 우유 회사가 축산 농가를 돌면서 우유를 거두는 것처럼 여러 공급자를 순회하며 자재를 운송하는 방식)을 도입한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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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7호(2020.03.09 ~ 2020.03.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