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애널리스트 추천 종목]
-코로나19에 1월 대비 약 30% 폭락한 원유 가격
-하반기 교역량 확대되며 제자리 찾을 것

[한경비즈니스=백영찬 KB증권 애널리스트·2019 하반기 원자재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KB증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를 반영해 최근 2020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전망을 기존 배럴당 60.4달러에서 59.1달러로 2.2% 하향 조정했다.

하반기 가격 전망은 유지했지만 1분기와 2분기 WTI 가격 전망을 기존 추정 대비 8.5%, 0.8%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유가 전망을 하향 조정했지만 하반기 유가 상승에 대한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하반기 중국 등 주요 국가의 경기 부양을 통해 세계 석유 수요 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 당시 국제 유가는 한 달간 약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사스 감염자 수 증가가 둔화되는 시점(약 40일 후)부터 국제 유가는 다시 반등했다. 지난 2월 말 한국의 확진자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중국의 확진자는 둔화되는 모습이다.

단기 국제 유가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3월 이후 국제 유가는 다시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KB증권의 유가 추정 모델 기준으로 심각한 상황(세계 GDP 성장률 2.0%와 평균 원·달러 환율 1280원)을 가정하면 2020년 평균 WTI 가격은 배럴당 48.9달러까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월 마지막 주 기준 WTI 가격은 배럴당 44.8달러로 1월 6일 63.3달러 대비 29.2% 급락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원유 시장의 공급 과잉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당초 2020년 상반기까지 원유 공급 과잉은 예상됐던 부분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까지 더해지면서 상반기 공급 과잉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원유 시장의 공급 과잉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원유 수요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 중국 등의 경기 부양 정책을 통한 원유 수요 증가, 미·중 합의 이행 등 2019년 대비 교역량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반기 세계 석유 수요 개선이 기회
美 셰일 기업 수익성 악화로 하반기 유가 상승 예상
지금은 원유 수요 축소를 우려하다 보니 공급 측면의 이슈를 간과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생산 능력은 2015년을 정점으로 4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2020년 하반기부터 세계 경기 호전에 따른 원유 수요가 개선되면 OPEC 생산 능력 축소는 국제 유가 강세 전환의 중요한 원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미국 셰일 산업에서는 2차 구조 조정이 예상된다. 2차 구조 조정을 예상하는 이유는 저유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 원유 생산성 하락에 의한 비용 증가 때문이다.

1차 구조 조정은 국제 유가가 기존 배럴당 100달러대에서 40달러 미만까지 하락했던 2015~2016년이었다. 1차 구조 조정 기간 동안 424개 에너지 기업의 신용 등급이 하향 조정됐고 파산 보호 신청 기업 또한 114개로 급증했다.

하지만 1차 구조 조정은 미국 셰일 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판단된다. 차별화한 채굴 기술과 원가 경쟁력이 없는 셰일 기업들의 자연스러운 도태를 유발했기 때문이다.

1차 구조 조정 이후 적자생존을 거친 미국 셰일 기업의 수익성이 빠르게 상승했다. 11개 셰일 기업의 2015년 3분기 영업 손익은 274억 달러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15년 3분기 손익을 저점으로 2018년 3분기까지 3년간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2019년부터 미국 셰일 기업의 수익성은 다시 악화하기 시작했다. 2018년 3분기를 고점으로 미국 11개 셰일 기업의 영업이익은 4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2019년 연간 영업이익은 77억 달러로 2018년 대비 58.5% 축소됐다.

미국 셰일 기업의 실적 악화 배경은 2019년 WTI 가격 하락, 투자 은행들의 대환 대출 강화와 배당 요구, 생산성 향상의 정체 때문으로 추정된다.

2020년 미국의 원유 생산은 하루 1304만 배럴로 2019년 대비 80만 배럴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신규 원유 생산 둔화가 예상보다 심화되고 있다. 미국 최대 셰일 광구인 퍼미언의 시추기 기준 신규 원유 생산량은 2019년 하반기부터 하루 800배럴에서 정체됐다. 채굴 기술 발전의 일시적 한계와 채굴 난이도가 높은 광구 비중의 상승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원유 생산 둔화는 하반기 국제 유가 상승의 또 다른 배경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7호(2020.03.09 ~ 2020.03.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