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한국의 AI 프런티어들에게 듣는다]
-미·중 패권에 맞서 AI 역량 키우는 기업들, 해외 의존도 줄이고 원천기술 확보 관건
인공지능 전쟁은 곧 인재 전쟁…모자란 AI 인력에 해외로 눈 돌리는 삼성·LG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미래의 핵심 기술 산업인 인공지능(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기업들도 이에 맞서 AI 분야를 키우고 있다.

AI는 이제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국가와 기업의 미래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IBM은 2025년 AI 산업이 2000조원 규모의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고 맥킨지는 7000조원에 달하는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AI는 이제 국가 경쟁력의 바로미터이자 눈앞에 닥친 생존의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국가와 기업의 AI 역량에 따라 앞으로 수십 년간 성과의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AI 선두 기업은 2030년까지 지금보다 122% 많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지만 하위 기업은 2030년 현금 창출 수준이 23%나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미래 생존 달렸는데…국내엔 없어

정부가 AI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AI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사업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멀다. 문제는 AI 경쟁력의 원천인 인재가 국내 기업들의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경제 규모와 AI 연구 성과 등을 기준으로 상위 25개국 대상의 AI 두뇌지수를 조사한 결과 한국의 AI 전문가는 7명(1.4%)에 불과했다. 순위로 보면 19위로 중하위권 수준에 그친 것이다. 반면 1위를 차지한 미국은 73명(14.6%), 2위 중국은 65명(13%), 3위 스위스는 47명(9.4%)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AI 두뇌지수가 주요국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그만큼 한국의 AI 핵심 인재의 기반이 취약하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주요 기업이 AI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삼성과 LG 등 주요 기업은 미래가 달린 AI 분야를 키우기 위해 해외에서 핵심 인재들을 수급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AI 기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고 선발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관련 인재를 확보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관련 인재를 찾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AI 분야 관련 높은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삼성·LG, AI 인재 대부분 해외 수급

삼성전자는 구글·IBM·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이 AI 인재를 선점하며 기술을 선도하는 데 따라 특히 인재 확보에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한국에서 아직 세계적인 AI 권위자를 찾기 어려운 만큼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 연구소를 설립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까지 AI 선행 R&D 인력을 국내 약 600명, 해외 약 400명으로 총 1000명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 세바스찬 승 미국 프리스턴대 교수와 다니엘 리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2019년 위구연 하버드대 펠로 교수를 영입했다. 세바스찬 승 교수는 삼성 리서치(SR)에서 삼성전자의 AI 전략 수립과 선행 연구 자문 등을 맡고 있다.

다니엘 리 교수 역시 삼성 리서치에서 차세대 기계 학습 알고리즘과 로보틱스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위구연 펠로도 삼성 리서치에서 인공 신경망 기반의 차세대 프로세서 관련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신기술 선점을 위한 R&D 투자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 등 전 세계에 5개국에 7개 AI 연구 거점도 만들었다.

최근에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에 DIT(데이터&IT)센터를 신설했다. 반도체 공장에 AI 기술 등을 접목해 스마트 공장을 구축하는 조직을 올해 초 센터로 격상시켰다. DIT센터는 반도체 부문의 정보기술(IT) 전략을 수립하고 반도체 제조 데이터에 AI·머신러닝(ML)·딥러닝(DL)을 활용해 고도화된 스마트 공장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AI 인재 영입을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기술력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한 원천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 인수도 적극적이다. 2017년에는 빅스비를 구축하기 위해 국내 AI 스타트업 플런티를 인수했고 2019년에는 영국의 AI 기반의 푸드테크 스타트업 위스크를 인수했다.

이렇게 AI 역량 강화에 노력한 결과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2019년 독일 시장 조사 업체 아이플리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AI 관련 특허를 1만1243건 보유해 글로벌 기업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1만8365건)와 IBM(1만5046건)에 이어 셋째로 많이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를 기반으로 AI 기술을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로봇·냉장고·스마트TV·세탁기·에어컨 등에 탑재해 스마트 가전도 선보이고 있다. 올 초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0’에서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AI 프로젝트인 ‘네온(NEON)’을 공개하기도 했다.

LG전자 역시 AI 인재 대부분을 해외에서 유치하고 있다. 2019년 말 AI 분야 차세대 리더로 꼽히는 조셉 림 미국 USC 컴퓨터공학부 교수를 영입하고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 산하의 인공지능연구소의 영상 지능 연구를 맡겼다. 그뿐만 아니라 AI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미국 카네기멜론대, 캐나다 토론토대와 함께 ‘AI 전문가(스페셜리스트)’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LG전자는 앞서 2018년 8월 AI 분야 연구의 메카인 캐나다 토론토에 해외 첫 AI 전담 연구소인 ‘토론토 인공지능연구소’를 설립했다. 미래 성장 동력인 AI의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또 2019년 5월에는 캐나다 토론토대와 기업용 AI 공동 연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AI 분야 기술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돋보기]

-‘세계 100대 AI 스타트업’ 명단에 없는 한국…차세대 유망주 키운다



미국의 스타트업 시장 조사 기관인 CB인사이츠가 발표한 ‘세계 100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순위에 한국 기업은 3년 연속 오르지 못했다. 미국 기업은 65%를 차지했고 캐나다와 영국이 각각 8%로 공동 2위에 올랐다. 중국은 6%로 3위를 차지했다.

CB인사이츠는 국내에서도 유망한 분야에서 분투하고 있는 스타트업에 대해 관심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에 많은 투자와 관심을 받은 전자 상거래, 핀테크 등 B2C 기반의 스타트업 외에도 유망한 분야에서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 스타트업의 지속적인 발굴과 육성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올해 ‘AI 국가 전략’을 발표하며 AI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AI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민·관 협력 기반의 ICT 스타트업 육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데이터·네트워크·AI 분야 기업에 3년간 기업당 총 5억원을 지원한다.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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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8호(2020.03.16 ~ 2020.03.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