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타락하면 이런 모습일까. ‘4·15 총선’은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막장 정치판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대한민국 정치를 발전시키기는커녕 한참 거꾸로 돌려 놓았다는 것이다.


막말 향연, 지역주의, 극심한 진영 논리 등 우리 정치사에 등장했던 온갖 구태(舊態)들이 어김없이 등장한 것은 그러려니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신종 ‘구태’들이 선을 보이며 정치판을 더욱 혼탁하게 만들었다. 독일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는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했지만 총선이 정치를 ‘가능성의 타락’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가마저 나올 지경이 됐다. 선거는 본래 최선이 아닌 차악을 뽑기 위한 것이라는 자조(自嘲)가 이번만큼 들어맞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위성정당, 괴뢰정당, 형제정당, 자매정당, 큰집·작은집 정당, 쌍둥이 정당이란 ‘듣보잡(듣도 보지도 못한 잡놈) 용어’들이 등장한 것은 정치의 희화화다. 비례 의석만을 노린 ‘1회용 떴다방 정당’과 ‘가설정당’들이 난무한 것은 정당사에 희한한 일로 기록되지 않을 수 없다. 여야가 각기 비례 위성정당에 ‘의원 꿔주기’를 한 것은 신종 정치 사기에 해당한다. 창당하자마자 선거에 임하다 보니 위성정당들의 공약과 정강 정책이 무엇인지도 알기 어렵다. 다급한 나머지 큰집 정당의 공약과 정책을 그대로 베껴 썼다가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자 철회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형님 정당이 비례 정당인 작은집 정당에 선거 자금을 빌려 주는 행태도 버젓이 벌어진 판국이다.


법 어기기는 예사였다. 선거법엔 정당끼리 공동 선거 운동을 하지 못하게 돼 있다. 하지만 모(母)정당과 위성정당이 대놓고 “우리는 한편”이라며 사실상 공동 선거 운동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구실로 여야가 내건 퍼주기 경쟁은 굴러가는 눈덩이 같았다. ‘먹고 더블로’, ‘포퓰리즘 팬데믹(세계적 유행)’이라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현대판 ‘고무신 선거’와 다를 바 없다. 총선 이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2호(2020.04.13 ~ 2020.04.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