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300대 기업 인사담당자가 뽑은 국내 최고 MBA는?] - 이유재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원장…“온·오프라인 결합 ‘하이브리드 교육’ 강화할 것”
“주간 MBA, 내년 입학생부터 1년제 인텐시브 코스로 전환합니다”
[대담=장승규 한경비즈니스 편집장, 정리=이현주 기자] 한경비즈니스 전국 경영전문대학원(MBA) 평가에서 서울대 MBA가 첫 1위를 차지했다. 올해로 8년째를 맞은 MBA 평가는 한국형 MBA의 경쟁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다. 서울대 MBA는 2006년 한국형 MBA가 출범할 때 함께 개설돼 이제 1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유재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한국형 MBA가 해외 명문 비즈니스 스쿨 교수진에 비견되는 연구와 교육 성과를 내고 있다”며 “토종 MBA의 대표 주자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사회적 책임 의식에 입각한 인재 육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 MBA에서도 비대면 강의를 실시하고 있다. 이 원장은 “이번 사태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우리 사회를 5년 이상 앞당길 수 있는 기회로 본다”며 “코로나19 이후 어떻게 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적절히 혼용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말 경영대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으로 부임하셨습니다. 곧바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는데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제가 ‘코로나 학장’입니다.(웃음) 정식 발령을 1월 23일 받고 곧바로 코로나19와의 전쟁이 시작돼 불을 끄느라 바빴습니다. MBA는 8주 단위의 모듈 형태로 진행하면서 정규 학기가 이미 2월 시작이 됐습니다. 경영대 차원에서 비대면 강의를 가장 먼저 시작했죠. 공식적인 방침은 1학기 동안 상황이 좋아지기 전까지는 무기한 대면 강의를 연기하는 것입니다. 실습이나 실험이 필요하다면 철저히 방역하고 단계적으로 5월부터 시작하도록 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온라인 강의가 일부 도입되거나 정착할 수 있을까요.
“이번 기회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5년 이상 앞당겨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도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있죠. 무조건 위기로만 볼 건 아닙니다. 일례로 예전에는 교수님들이 학기 중 외국 학회에 참석하면 보충 수업을 하거나 아예 학회를 포기할 때가 많았습니다. 이제는 학회에 참석해도 시간에 맞춰 현지에서 강의할 수 있어요. 또 하버드대 교수님을 모시고 세미나를 한다고 할 때 항공편·호텔 등 여러 준비가 필요했다면 지금은 ‘줌(ZOOM)’으로 초대가 가능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행간을 읽듯이 만남과 교류 속에서 교육이 이뤄집니다. 최근 산업에서 ‘하이브리드’가 대세인 것처럼 교육에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하이브리드가 도입될 것으로 봅니다. 어렵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피하기보다 어떻게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해 적절한 혼용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MBA 입시에 타격이 있지는 않습니까.
“오히려 올해 지원자가 늘어났습니다. 최근 주간 MBA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는데 서류 전형으로 확인한 학생들의 수준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되레 올라갔습니다. 최근 해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죠. 또 해외 MBA를 준비하다가 서울대 MBA에 지원한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입시 일정은 조금 지연됐습니다. 서울대 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텝스나 토익과 같은 영어 성적이 필요합니다. 2월 말부터 텝스 시험 자체가 연기되면서 영어 성적이 없는 학생들은 4월에 시험을 봐야 합니다.”

올해 MBA를 맡으면서 발전 방향에 대한 새로운 구상이 있나요.
“전 세계에 수많은 MBA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한국형 MBA를 강조하는 게 우리의 차별점입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사례를 그대로 가져와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국내 시장을 이해하면서 글로벌 시각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했고 또 글로벌 기업이 한국 시장에 진입할 때 국내 상황을 잘 이해하는 인재를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교수님들이 교재와 사례 개발에 역량을 모으고 있습니다. 올해는 또한 MBA의 중요한 자산인 졸업생·동문들과의 소통을 대폭 강화하려고 합니다. 이그제큐티브 MBA(EMBA), SNU MBA(SMBA), 글로벌 MBA(GMBA)에서 과정 구분 없이 동문 의식을 키울 수 있도록 소통의 기회를 늘릴 계획입니다.”

올해 한경비즈니스 MBA 평가에서 서울대 MBA가 8년 만에 첫 1위를 차지했습니다.
“국내에서는 ‘1위 MBA’라고 자부해 왔습니다. 다만 동문들이 아직 적습니다. 서울대가 경영전문대학원을 두기 시작한 것은 2006년부터입니다. 국내 다른 학교들은 2006년 한국형 MBA가 출범하기 이전부터 야간 경영대학원을 오랫동안 운영해 온 데 비해 서울대 MBA 프로그램은 이제 15년째를 맞고 있죠.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아 기업에서 우리 졸업생들을 많이 보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점차 흘러 졸업생들이 기업에서 활약하면서 인사 담당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은 명실공히 국내 1위 비즈니스 스쿨로서 한국형 MBA의 견인 역할을 강조해 왔습니다. 또한 토종 MBA의 대표 주자로서 MBA 시장의 수요를 해외에서 국내로 수용하겠다는 사명감이 있습니다. 실제로 해외 명문 MBA에 진학할 것을 고민하다가 서울대를 택한 학생들이 매년 여럿 있습니다. 한국형 MBA가 단순히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차원에서만 경쟁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영미권 비즈니스 스쿨이 MBA의 종주국으로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의 경영학 교수진도 해외 명문 비즈니스 스쿨 교수진에 비견할 수 있을 만큼 연구·교육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또 MBA 강의 경험을 축적해 왔죠. 국내 기업과 국내 시장에 대한 사례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는 것은 한국형 MBA가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 MBA와 졸업생들이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서울대 MBA는 세계 유수 대학에서 인정받는 교수진, 글로벌 시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 해외 시장을 배경으로 활약하는 기업인들이 모여 지속적인 학습과 상승 효과를 꾀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교육의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이를 위해 서울대가 보유한 최고 학부의 교육 수준과 동문 파워와 같은 자산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조직 융화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조직 융화력 부문의 점수도 계속 상승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타 MBA와의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입니까.
“서울대 MBA는 해외 명문 MBA와의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는 최우수 교과 과정을 제공하기 위해 해외 초일류 명문 비즈니스 스쿨의 교과 과정 구조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한국의 기업 경영 실정에 맞는 한국형 MBA의 고유한 MBA 교육 모델을 설계하고 꾸준히 발전시켜 왔습니다. 주말 과정으로 진행되는 EMBA는 학생 정원 규모가 국내 최대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1년에 약 200명 가까운 학생들이 입학하죠. 그래서 타 대학과 비교할 수 없는 다양한 선택 과목이 개설됩니다. 기업이 요구하는 산업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비결입니다. 블록체인, 4차 산업혁명, 데이터 애널리틱스, 머신 러닝 같은 미래 기술 관련 과목부터 인문 경영, 예술 경영 등 융합 과목까지 다양한 선택이 가능합니다. 또 서울대 주간 MBA는 관심사에 따라 금융 트랙, 마케팅 트랙, 매니지먼트 트랙 등 다양한 트랙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입니다.”
“주간 MBA, 내년 입학생부터 1년제 인텐시브 코스로 전환합니다”

교수진과 교과 과정에서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서울대 MBA는 스탠퍼드대·매사추세츠공과대(MIT)·컬럼비아대·미시간대·뉴욕대·버클리대 등 해외 명문 대학에서 MBA나 학부를 강의한 경험이 있는 교수들이 강의하는 국내 유일의 프로그램입니다. 최근 미국형 MBA들이 한계에 다다른 이유는 각 국가의 기업 환경과 사회적 풍토에 맞는 경영 교육을 실현하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강의실에서 과거 미국 금융 위기의 원인 분석이나 글로벌 기업 성공 사례의 표피만 다루고 있기 때문에 피부에 와 닿는 현장감 있는 학습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서울대 MBA는 실제로 국내 굴지의 경영 전문지에 한국형 케이스를 보급하고 있을 정도로, 교수진이 한국 기업의 다양한 경영 사례를 다각도로 분석한 자료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당장 실무에 적용 가능한 경영 교육이 실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교수들이 사례 개발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면서 서울대 내에서도 해마다 최고의 강의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수준 높은 연구를 수행해 해마다 세계 최고의 학술 연구지에 논문을 발표하기도 합니다.”

서울대 MBA의 국제화 정도는 어떻습니까.
“영어 강의 비율, 외국인 학생 비율 등을 지표로 대학의 글로벌화를 평가하는 것은 낡은 발상이라고 봅니다. 대학의 체질을 국제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진정한 글로벌화는 실현할 수 없습니다. 해외의 수준급 MBA 과정일수록 복수 학위, 학기 교환, 단기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재학생들의 국외 수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MBA 레벨의 국제 교류는 단순히 학교 간의 교류를 넘어 그 국가와 그 지역의 ‘시장’을 배우는 맥락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서울대 MBA는 예일대가 세계 24개 국가의 29개 최정상급 비즈니스 스쿨과 함께 발족한 협력 네트워크인 GNAM(Global Network for Advanced Management)의 국내 유일한 회원 대학으로 선정돼 있습니다. 이에 예일대와의 복수 학위 프로그램, 단기 연수 프로그램,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매년 상반기에는 GNAM 위크라고 하는 MBA 학생 상호 초청 프로그램을 세계 회원들이 동시 개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대에서는 ‘신흥 경제에서의 글로벌 비즈니스(Globalization in an Emerging Economy : The Case of South Korea)’라는 주제로 GNAM 위크 프로그램을 열어 총 12개국 40여 명의 해외 MBA 학생들이 방문한 바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학생들도 다수의 열린 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

졸업생들의 커리어에는 어떤 변화가 있습니까.
“MBA 과정을 통해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비율이 50~60%에 달합니다. 지난 3년간 MBA 졸업생들의 경력 전환 흐름을 보면 산업별로는 제조·에너지에서 금융·컨설팅·정보기술(IT) 분야로의 이동이 많습니다. 직군별로는 엔지니어에서 전략기획·컨설팅 파트로의 이동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졸업 전 재학생 대부분이 취업이 확정되는데 최근 3년간의 졸업생 취업률이 평균 90%를 넘고 있습니다.”

최근 MBA의 인기가 다소 주춤한 게 사실입니다. 어떤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까.
“과거에 비하면 MBA 지원율이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MBA에는 화려한 경력을 지닌 다수의 인재들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이들이 학교를 찾아와 ‘전문적인 경영 교육’을 받는다는 의미는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투자’일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MBA 지원자들은 2년여의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서울대 주간 MBA는 1.5년제로 운영해 왔던 GMBA와 SMBA 과정을 통합해 2021년도부터 1년제 MBA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해외 2년 MBA 교과 과정을 압축한 인텐시브 코스로, 교육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면서 시간적 투자비용을 대폭 절감하는 셈입니다.”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한국형 MBA를 선도하는 국내 1위 비즈니스 스쿨로서 사회에 대한 책임 의식에 입각해 인재를 육성하고자 합니다.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포용하고 강의의 수준을 높이는 한편 학생들이 사회에 대한 책임 의식을 배양할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프로그램들을 많이 개발할 계획입니다.”

약력 : 1960년생. 1982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87년 스탠퍼드대 경영학 박사. 1987년 미시간대 경영대 교수. 1993년 서울대 경영대 교수. 2003년 서울대 경영대 부학장. 2020년 서울대 경영대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현).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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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4호(2020.04.27 ~ 2020.05.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