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웃도어’ 실적 하락에 늦은 소비 트렌드 대응 겹쳐
- 야심차게 시작한 신사업 부진
한때 ‘패션업계 3대 천왕’ 코오롱FnC, 이젠 ‘1조 클럽’서도 탈락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코오롱패션)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한때 패션업계의 ‘빅3’로 불리던 명성은 수년 전부터 사라진 지 오래고 지난해에는 매출 ‘1조원’ 달성마저 실패했다.

그 결과 이랜드·삼성물산 패션부문·한섬·LF·신세계인터내셔날 등 패션 대기업으로 구분되는 업계 5위권은 고사하고 중견그룹인 패션그룹형지·세정그룹·휠라코리아 등에도 밀리는 처지가 됐다.

패션업계에서는 코오롱FnC의 추락을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결과로 보고 있다. 시장이 점점 커지는 온라인 시장에 대한 대응 실패, 주축 사업인 아웃도어 불황을 극복할 신사업 사업 부재가 결정적이란 것이다.

코오롱FnC의 상황은 올해도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매출 하락을 타개할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2018년 말 이웅열 코오롱그룹 전 회장의 장남 이규호 전무가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으며 온라인 사업 강화, 비(非)아웃도어 사업 추진 등 대대적 체질 개선에 나섰지만 이들 사업들이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대부분 중단된 상황이다.

◆ 2013년 이후 줄곧 매출 내리막

코오롱FnC는 2010년 연매출 ‘1조 클럽’에 진입한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 이하의 실적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오롱FnC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9729억원, 1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9%, 66.1% 감소했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1.4%까지 주저앉았다. 한때 매출 기준으로 업계 1, 2위인 이랜드(2019년 기준 2조1067억원)와 삼성물산 패션부문(1조7320억원)에 이어 3위에 올랐지만 이제는 비교하기조차 어렵다.
한때 ‘패션업계 3대 천왕’ 코오롱FnC, 이젠 ‘1조 클럽’서도 탈락
코오롱FnC의 매출은 2013년 1조3147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까지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4년 1조2490억원, 2015년 1조1516억원, 2016년 1조1372억원, 2017년 1조967억원, 2018년 1조456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1조원도 달성하지 못했다.

코오롱FnC에 ‘1조 클럽 탈락’은 뼈아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패션업계에서 매출 1조원은 기업의 자존심이 걸린 것”이라며 “코오롱FnC처럼 모기업의 후광이 뒷받침됨에도 불구하고 1조 클럽 탈락은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진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코오롱FnC는 이제 대기업이 아니라 패션그룹형지·세정그룹·휠라코리아 같은 중견사들과 경쟁하는 처지가 됐다. 코오롱FnC의 실적 부진은 주력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의 영향이 크다.

코오롱스포츠의 브랜드 비율은 코오롱FnC 전체 사업부의 절반에 달한다. 코오롱스포츠는 한때 매출 5200억원을 넘기며 아웃도어 업계 2위 자리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매출 2700억원 정도를 기록하며 5위권에서 밀려났다.

현재 아웃도어 시장 ‘톱5’는 지난해 4651억원을 달성한 노스페이스가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블랙야크(3863억원)·네파(3711억원)·케이투코리아(3088억원)·디스커버리(2963억원)가 뒤를 잇고 있다.

코오롱스포츠의 부진은 아웃도어 시장 침체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히지만 결정적 요인은 시장 수요 분석에 실패한 데 따른 것이라는 평가다.

노스페이스 등 경쟁사들이 아웃도어 시장 침체에 대응해 유행에 민감한 10~20대 등 젊은층 공략으로 매출을 끌어간 반면 코오롱스포츠는 기존 중·장년 고객층에만 집중한 결과 점점 시장의 흐름에서 멀어졌다.

결국 코오롱스포츠를 찾는 소비자들이 뜸해지면서 로드숍 매장마저 대폭 줄어드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2015년 직영점·대리점·백화점 매장을 포함해 전국 268개였던 코오롱스포츠 매장은 2016년 250여 개, 2017년 240여 개, 2018년 230여 개, 2019년 200여 개 수준으로 계속 줄어들었다.

코오롱FnC의 매출 하락은 비단 코오롱스포츠 부진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코오롱FnC는 남성복 9개, 여성복 1개, 제화·잡화 4개, 골프·아웃도어 7개, 수입·명품 4개, 업사이클링 브랜드 1개 등 총 26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잡화 브랜드 슈콤마보니와 여성복 럭키슈에뜨 등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노후한 이미지로 인식되면서 고전하고 있다.

특히 남성복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해 내셔널 남성복 브랜드 커스텀멜로우와 클 럽캠브리지가 신세계 본점에서 철수했는데 업계에서는 이들 브랜드의 인지도와 매출이 떨어진 이유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골프복 사업도 쉽지 않다. 골프 브랜드 엘로드는 브랜드 노후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대신 젊은 세대를 겨냥한 골프 브랜드 왁을 새롭게 론칭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한때 ‘패션업계 3대 천왕’ 코오롱FnC, 이젠 ‘1조 클럽’서도 탈락
◆ 2019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0% 줄어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이규호 COO가 전면에 나서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코오롱FnC에는 이 COO 취임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수익성 한계에 직면한 코오롱스포츠의 비율을 낮추는 대신 온라인·모바일 채널을 통한 젊은 감각을 입히는 작업이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커먼마켓이다.

이 COO가 가장 야심차게 준비한 사업으로, 패션 인플루언서가 디자인과 판매를 맡고 코오롱FnC가 생산과 배송을 담당하는 새로운 패션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를 통해 이 COO는 코오롱FnC의 브랜드를 젊은 이미지로 새롭게 구축하고 오프라인 일변도의 기존 유통 구조를 온라인과 모바일로 재편하고자 했다. 하지만 실패였다. 사업을 전개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지난 3월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이 밖에 이 COO는 중저가 남성복 브랜드 스파소를 온라인 유통으로 전환했고 온라인 전용 핸드백 블랭크블랑을 론칭하기도 했다. 또한 스포츠 브랜드 헤드도 스포츠 사업본부에서 온라인 사업본부(G본부)로 이전했고 온라인 캐주얼 하이드아웃을 인수하기도 했다.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코오롱FnC의 첫 자체 화장품 엠퀴리를 출시하며 신사업에도 손을 댔다. 하지만 이들 사업 대부분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0% 가까이 줄어든 135억원에 그쳤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아웃도어 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해 회사의 매출이 줄어들긴 했지만 이를 계기로 온라인·모바일 사업 강화 준비를 비롯한 여러 브랜드의 개별 체력 키우기에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 부진에 빠진 코오롱FnC, 승계 걸림돌 되나

코오롱FnC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다. 한때는 ‘아웃도어 광풍’에 힘입어 주력 사업(산업자재·화학부문)을 위협할 만큼 잘나갔다. 하지만 경쟁 과열과 시장 침체의 파고를 넘지 못하면서 지금은 수년째 실적 악화를 거듭하고 있다.

업계에선 코오롱FnC의 실적 개선세가 더딜수록 코오롱그룹의 후계 승계도 늦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임 회장이자 오너인 이웅열 코오롱그룹 전 회장이 2018년 말 퇴진 의사를 밝히면서 장남이자 후계자인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FnC부문 COO)의 경영 자질이 입증돼야 승계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COO 체제 이후 코오롱FnC의 매출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지고 영업이익마저 전년 대비 70% 가까이 급락하면서 일각에선 이 COO의 경영 능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5호(2020.05.04 ~ 2020.05.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