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한국 외환보유액, 외환위기 때보다 46배 수준
- 미국 ‘돈 풀기’에 달러 통화량도 급증
침체 우려되는 글로벌 경기…달러보다 ‘금’에 베팅할 때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 환경이 요동치면서 시중 유동 자금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 위기가 닥쳐올 때마다 대표적 안전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달러에 투자하는 사람도 많아진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가 한창이던 1997년 12월 24일에는 달러 환율이 최고 달러당 1964.8원까지 올랐었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달러 투자가 매력적인 투자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IMF 구제 금융을 신청하기 몇 달 전만 하더라도 달러 환율은 달러당 900원도 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IMF 외환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달러에 투자한 사람이라면 몇 달 만에 100%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러니 경제 위기론이 대두될 때마다 달러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것을 부추기는 사람도 많아지는 것이다.

◆ IMF 때와 다른 두 가지 사실
침체 우려되는 글로벌 경기…달러보다 ‘금’에 베팅할 때
그러면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달러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좋을까. IMF 외환 위기 때와 지금 상황의 유사점을 먼저 살펴보자. IMF 외환 위기가 발발하기 전 몇 년간 경상수지는 적자를 기록했었고 그 중심에 무역 수지 적자 행진이 있었다.

현재는 다행히 몇 년간 큰 폭의 무역 수지 흑자를 기록했었지만 올해 4월에는 99개월만 에 처음으로 무역 수지가 적자로 전환됐다. 더 심각한 것은 5월에도 무역 수지 적자 폭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역 수지가 적자라는 것은 수입액보다 수출액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수출이 줄어들면 수출 상품의 원료 수입도 줄어들기 때문에 전체 교역량이 줄어들 뿐이지 적자 폭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오히려 줄어든 수출 기회만큼 내수 시장을 키워 경제 체질을 개선하자는 주장도 나오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한 단면에 불과하다. 한국은 자원이 부족한 나라다. 특히 원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는 나라다.

수출에서 대규모 수익을 내지 못하면 국내에서 소비하는 원유 등 자원을 사올 자금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무역 수지 적자가 지속되면 시중에 달러화가 귀해지면서 달러 값이 오른다. 그런 측면에서 달러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4월의 무역 수지 적자를 큰 시그널로 보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가 한국의 수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대 일로에 있기 때문에 2분기나 3분기에도 수출 환경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예상을 누구나 할 수 있다.

이러한 비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IMF 외환 위기 때와 현재 상황이 다른 두 가지 확실한 사실이 있다. 첫째는 외환 보유액이다. 1997년 말 한국의 외환 보유액은 88억7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그해 경상수지 적자 폭 81억7000만 달러와 유사한 수준이다. 통장에 잔액도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 돈을 벌어오지 못할망정 사업에 실패해 돈을 까먹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2020년 4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 보유액은 4039억8000만 달러로 IMF 외환 위기 때의 46배에 달한다. 한마디로 수입이 몇 달 끊기기는 했지만 통장 잔액이 아직은 상당히 많다는 뜻이다.

4월의 무역 수지 적자 폭 9억5000만 달러를 감안해도 아직까지는 충분한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둘째는 달러 가치의 변화다. 환율은 두 나라 사이의 화폐 교환 비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A라는 나라의 화폐와 B라는 나라의 화폐의 가치가 같으면 교환 비율은 일대일이다.

그런데 A라는 나라에서 갑자기 자국의 화폐를 단기간 내에 두 배로 발행하게 되면 어찌 될까. A라는 나라가 갑자기 부자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시 말해 재화가 늘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나라 통화의 가치는 절반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IMF 외환 위기 전후의 통화량 증가율을 살펴보자. 1996년 12월 말의 미국 통화량(M₂)은 3조8106억 달러였는데 1997년 말에는 4조292억 달러로 5.7% 증가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동안 한국의 통화량(M₂)은 409조원에서 482조원으로 18.0% 늘었다. 미국 통화량 증가율보다 세 배 이상 시중에 돈이 빠르게 풀린 것이다. 이러니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원화 대비 달러화 가치가 높아진 상황이다.

◆ 달러 값 크게 오를 가능성은 희박
침체 우려되는 글로벌 경기…달러보다 ‘금’에 베팅할 때
그러면 최근 1년간은 어떨까. 2019년 5월 초 미국의 통화량은 14조6041억 달러였던 것이 1년 후인 2020년 5월 초 17조7648억 달러로 늘어났다. 무려 21.6%나 늘어났던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의 통화량은 2019년 3월 2753조원에서 1년 후인 2020년 3월 2983조원으로 8.4% 증가에 그쳤다. IMF 외환 위기 때와 달리 미국의 달러화 가치 하락 속도가 한국의 원화 가치 하락 속도보다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IMF 때는 한국만 문제가 된 것이지 다른 나라는 문제가 없었다. 반면 지금은 전 세계가 경제 위기에 빠질 처지에 놓여 있어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미래는 고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의 경제 상황이 급격히 나빠져 원화 대비 달러 환율이 급등할 수도 있다.

하지만 3월 이후 달러 통화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현재 추세로 판단해 보면 달러 값이 크게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달러에 베팅하고 싶으면 차라리 금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 한국의 금 시세도 국제 시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환율이 오르면 국제 금 시세가 오르지 않더라도 금 수입가가 오르게 되기 때문에 국내 금값은 상승한다.

반대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더라도 금값은 달러화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국제 금 시세가 상승해 달러화 약세분과 상쇄된다. 실제로 작년 말부터 올해 5월 20일까지 원화 대비 달러 환율은 6.3% 오른 것에 그쳤지만 한국의 금 거래 시세는 22.2%나 올랐다.

국제 금 시세(15.4%)도 오르고 환율(6.3%)도 올랐기 때문이다. 투자 상품의 수익률은 경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러므로 결과치인 수익률만 좇는 것보다 그 결과에 영향을 끼치는 원인의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8호(2020.05.23 ~ 2020.05.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