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반갑다, 집콕 식품업계 ‘왕좌의 게임’]
-코로나19에 집콕족 늘며 라면 매출↑
-‘식품 한류’ 첨병 된 한국산 라면
‘30년 1등’ 신라면에 도전하는 ‘업그레이드’ 진라면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국내 라면 시장점유율 1위 농심은 올 1분기 매출 6877억원, 영업이익 63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8%, 영업이익은 101.3% 껑충 뛰었다.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으로 세계 각지에서 ‘짜파구리’가 인기를 끌면서 짜파게티와 너구리의 매출이 급증한 데 따른 결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집콕족’이 늘어난 것도 라면 매출 증가의 요인이 됐다. 신라면은 30년째 국내 라면 브랜드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점유율 2위 오뚜기도 매출 6455억원, 영업이익 572억원의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영업이익은 8.1%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외식업 부진으로 양념 소스 등의 매출이 감소했지만 라면 매출이 늘면서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농심, 신라면건면으로 트렌드 주도

국내 라면 시장은 농심과 오뚜기의 양강 체제다. 하지만 두 회사 간 격차는 다소 크다. 시장 조사 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농심은 1분기 시장점유율 56.2%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오뚜기의 점유율은 25.7%다.
‘30년 1등’ 신라면에 도전하는 ‘업그레이드’ 진라면
농심은 1분기 5433억원의 라면 매출을 기록했다. 수출 실적 228억원을 포함한 액수로, 전년 동기 대비 22.3% 증가했다. 농심이 시장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키는 데는 신라면의 공이 크다.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은 1991년 라면 시장을 석권했다. 이후 30년간 단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으면서 한국 대표 라면으로 자리매김했다. 2015년 식품업계 단일 브랜드 최초로 누적 매출 10조원을 넘어선 이후 지난해까지 13조5000억원어치가 팔렸다. 이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연간 라면 시장(약 10조원) 규모보다 크다. 누적 판매량은 325억 개에 달한다.

신라면의 인기 비결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맛’에 있다. 신라면 출시 이전 라면 시장은 순하고 구수한 국물을 앞세운 제품 위주였다. 농심은 맵고 얼큰한 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식습관에 착안해 얼큰한 쇠고기장국을 모티브로 깊은 맛과 매운맛이 조화를 이룬 얼큰한 라면 개발에 나섰다.

농심 연구진은 전국에서 재배되는 모든 품종의 고추를 사들여 매운맛 실험을 했다. 국밥 등 국물 요리에 주로 넣어 먹는 다진 양념의 조리법을 적용해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 국물 맛을 만들어 냈다.

기존 라면에 비해 나은 면의 식감도 인기 비결 중 하나였다. 농심은 ‘안성탕면보다 굵고 너구리보다 가늘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만들어 내기 위해 200개가 넘는 면발을 개발하고 테스트한 끝에 신라면에 적합한 면발을 완성해 냈다.

신라면의 또 다른 인기 비결은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춘 신제품에 있다. 농심은 2011년 면과 스프의 품질을 강화해 깊고 진한 맛을 살린 신라면블랙을 출시했다. 신라면블랙은 고급스러워진 소비자 입맛에 부합해 인기를 끌면서 이른바 ‘프리미엄 라면 시대’를 열었다.

농심은 지난해 셋째 ‘신(辛)’ 브랜드인 신라면건면을 선보이기도 했다. 신라면건면은 신라면 고유의 맛을 그대로 살리면서 튀기지 않은 건면을 사용해 깔끔하고 개운한 맛이 특징이다. 맛과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해 칼로리는 낮추고 품질은 높였다. 신라면건면은 국내 건면 시장을 이끄는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신라면은 세계 100여 개국에 수출되는 등 ‘식품 한류’의 첨병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활약이 눈에 띈다. 2017년 업계 최초로 미국 월마트 4000여 개 전 점포에 신라면을 입점시킨 농심은 코스트코와 크로거 등 미국 메이저 유통사 전점 입점을 목표로 판매를 확대하는 중이다.
‘30년 1등’ 신라면에 도전하는 ‘업그레이드’ 진라면
미국 3대 라면 제조사로 자리 잡은 농심은 신라면을 중심으로 일본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미국 라면 시장 1위는 일본의 동양수산(시장점유율 46%), 2위는 일청식품(30%), 3위는 농심(15%)이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은 미국 소비자뿐만 아니라 국방부 등 정부 기관에서도 먼저 찾는 인기 식품이 됐다”며 “한국의 맛 그대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도 신라면의 매운맛은 여전하다. 농심은 중국 전역에 퍼져 있는 1000여 개 신라면 영업망을 중심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중국에서 신라면은 단순 한국산 라면을 넘어 공항과 관광 명소 등에서 판매되는 고급 식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오뚜기, 진라면 브랜드 라인업 확대
‘30년 1등’ 신라면에 도전하는 ‘업그레이드’ 진라면
오뚜기는 1분기 라면으로만 1985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였다. 전년 동기 대비 12.1% 증가했다. 오뚜기는 2012년 삼양식품을 제치고 점유율 2위 자리에 올라선 이후 대표 라면 브랜드 진라면을 바탕으로 왕좌를 넘보고 있다.

진라면은 1988년 출시 이후 30여 년간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국물이 ‘진’한 라면이라는 의미의 진라면은 진한 국물 맛은 물론 잘 퍼지지 않는 쫄깃하고 부드러운 면발에 순한 맛과 매운맛을 선택할 수 있는 장점으로 다양한 연령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18년 기준 진라면의 누적 판매량은 50억 개다.

오뚜기는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를 반영해 진라면을 업그레이드해 왔다. 웰빙 트렌드에 맞춘 라면의 저염화는 물론 면발과 스프의 소재 개발과 다양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늘초 고추를 사용해 매운맛을 강화하면서도 국물 맛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라면 스프의 소재를 더욱 다양화한 게 대표적이다. 면의 식감을 향상하기 위해 밀단백을 추가하는 등 거듭된 연구를 통해 현재의 진라면을 완성했다.

진라면은 출시 30주년 기념 제품인 ‘진라면×호안미로’ 아트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패키지로 판매되고 있다. 진라면 30주년 에디션은 스페인의 화가 ‘호안미로’의 원작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무한한 꿈과 유쾌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새로운 패키지의 ‘진라면×호안미로’ 아트 컬래버레이션 디자인으로 탄생했다.

오뚜기는 최근 진비빔면과 진진짜라를 출시하는 등 ‘진’ 브랜드 제품 라인업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진비빔면은 본격적인 여름 계절면 성수기를 겨냥해 출시한 제품이다. 태양초의 매운맛에 사과와 타마린드 양념 소스로 새콤하면서 입 안 가득 퍼지는 시원한 맛을 더했다. 타마린드는 콩과에 속하는 열매로, 동남아 등 열대 지역 음식에 새콤한 향미를 더하기 위해 사용된다.

진진짜라는 진짬뽕과 진짜장을 최상의 비율로 조합해 탄생시킨 매콤한 불맛 짜장 라면이다. 진짬뽕의 화끈한 불맛에 진하고 깊은 진짜장의 풍미가 어우러졌다. 두껍고 넓은 면을 사용해 쫄깃하고 탱탱한 중화면 특유의 맛을 살렸다.

오뚜기 관계자는 “진라면의 류현진, 진비빔면의 백종원 등 인기인을 내세운 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다”며 “맛과 품질의 개선은 물론 특별함과 새로운 설렘이 있는 신제품 개발을 통해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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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8호(2020.05.23 ~ 2020.05.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