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모빌리티의 미래 PAV]-미래 항공 모빌리티 기반 연구 축적-2010년 PAV ‘퍼핀’ 개발자 우버 프로젝트 주도
용어 설명
*PAV(Personal Air Vehicle): 개인 항공기. 개인의 필요에 따라 언제 어디서나 비행할 수 있는 수요 대응형 항공 모빌리티(On Demand Air Mobility)
*eVTOL(electric Vertical Take-Off & Landing): 전기 동력 수직 이착륙기. 전기 동력(배터리·하이브리드·수소연료전지 등)을 사용해 활주로가 불필요한 수직 이착륙 항공기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모빌리티. 도심에서 승객과 화물을 수송하려는 항공 교통 산업 전반을 통칭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 2017년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전기모터 전문가인 마크 무어 엔지니어를 우버 엘리베이트 기술총괄로 영입했다. 2019년에는 한국 최대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가 신재원 NASA 항공연구총괄본부 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무어 기술총괄은 NASA에서 30여 년간 개인용 항공기(PAV)와 관련한 연구를 주도해 온 베테랑 엔지니어다. 신 부사장은 NASA에서 동양인 첫 본부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자동차 관련 업체들이 NASA의 거물급 인재를 탐내는 이유는 다름 아닌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를 필두로 한 ‘하늘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미 정부 소속인 NASA는 국가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미 항공 산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관이다. 오랫동안 미국 항공 연구·개발을 주도하며 미국을 넘어 글로벌 항공 산업의 혁신을 이끌어 가는 중심축이나 다름없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UAM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UAM이 본격적인 관심을 얻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NASA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PAV 시대의 기틀을 다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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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 개념 정립, 관련법 등 ‘산업 기반’ 구축


NASA가 PAV에 처음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매우 오래전부터다. 1950~1960년대부터 PAV에 적합한 수직 이착륙기(VTOL)에 대한 연구가 산발적으로 추진됐지만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쳐 오랜 기간 중단돼 있었다. 그러다 2000년 초반부터 항공 분야 기술이 급격히 혁신되면서 PAV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이 시기의 연구는 VTOL과 같은 PAV의 핵심 기술 개발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PAV에 대한 개념 정립과 법안 제정 등 관련 산업의 토대를 닦기 위한 프로젝트가 대부분이다.

진보된 일반 항공 운송 실험(AGATE : Advanced General Aviation Transport Experiments)은 NASA가 민간 산업체와 학계 등 70여 개 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한 프로젝트다. 미 정부는 이 프로젝트에 약 1억 달러(약 1239억6000만원)를 쏟아부었는데 그중 NASA에 지원한 금액만 6000만 달러(약 743억8000만원)에 달한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개인용 소형 항공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가격이 저렴하고 보다 안전하며 조종이 쉽고 편리하며 탑승감이 좋은 소형 항공기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데 있었다.

NASA의 PAV 연구에 가장 기반이 된 프로젝트는 개인용 비행체 탐사(PAVE : Personal Air Vehicle Exploration)를 빼놓을 수 없다. NASA 랭글리연구소의 주도로 2030년까지 5년 단위의 PAV 장기 계획 수립을 목적으로 2001년 시작됐다. PAV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미래형 비행체에 대한 개념 연구를 수행했으며 PAV의 요구 조건과 형상 개념, 요구 기술 등을 체계적으로 접근한 것이 특징이다. 다양한 미래형 PAV의 형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차세대 항공 운송 시스템(NGATS : Next Generation Air Transportation System·NextGen) 프로젝트도 중요하게 거론된다. 미국은 2025년까지 미국의 항공 교통량이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 2~3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된다면 기존의 항행 시스템으로는 처리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2003년 새로운 항행 시스템 개발을 위한 법안을 제정하고 2005년 3월 일본 파이프라인개발기구(JPDO) 산하에 전담 기구를 설립하고 넥스트젠(NextGen)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2025년까지 미국 공역 내 모든 항공기를 실시간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기상, 교통 혼잡, 항공기 위치 정보, 비행경로 등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PAV가 대중화됐을 때를 고려해 급증하는 항공 교통을 처리하고 ‘하늘길’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말하자면 PAV 운항에 필수적인 항공 교통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작업이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수행한 소형 항공기 운송 시스템(SATS : Small Aircraft Transportaion System)은 ‘하늘의 도로를 구축’하는 데 기반이 되는 연구라고 볼 수 있다. NASA 주관으로 미 연방항공국(FAA)과 함께 130여 개 기관 컨소시엄이 참여해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하늘에서 자유로운 비행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두 지점 사이의 수송(포인트 투 포인트)을 위한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야 한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내 5000개 이상의 소규모 공항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은 기반 구축을 통해 2025년까지 항공 운항을 통한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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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나는 택시’, NASA가 선보인 ODM


2010년 NASA는 개인용 항공기 퍼핀(Puffin)을 공개했다. 당시 NASA는 유튜브를 통해 퍼핀의 애니메이션을 공개하며 많은 관심을 모았는데 ‘개인용 항공기’라는 개념도 생소했지만 그 생김새부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항공과는 많이 달랐다. 퍼핀은 3.7m 길이에 4.4m의 날개 길이를 갖추고 있다. 한 사람 정도가 내부에 탑승할 수 있는 소형 비행체인 셈이다. VTOL 기술을 활용한 퍼핀은 수직으로 곧게 선 상태에서 이착륙하고 하늘을 나는 동안 몸체가 수평으로 기울어지게 돼 있다. 탑승자의 시각에서 보면 곧게 선 채 하늘위로 날아올랐다가 엎드려 비행한 뒤 다시 선 채로 땅에 내려오는 구조다.
이 퍼핀의 아이디어를 처음 고안해 낸 이는 다름 아닌 지금은 우버로 자리를 옮긴 마크 무어 기술총괄이다. 땅에 꼿꼿이 서 있는 퍼핀의 첫인상은 어떻게 보자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비행을 하기에 날개가 매우 작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무어 기술총괄이 퍼핀을 설계하며 특히 고려한 부분이 있다. 친환경적인 설계다. 당시 NASA가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PAV는 친환경 전기 항공기였다. 자동차와 비행기의 급증으로 환경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미래의 PAV 역시 이와 같은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하게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무어 기술총괄은 퍼핀의 몸체를 작게 해 배출 가스를 줄였다.

무어 기술총괄이 주목 받는 이유는 퍼핀 외에도 또 있다. 2010년 ‘개인용 전기 비행기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온 디맨드 모빌리티(ODM)’ 개념을 처음 제시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ODM은 일종의 공유형 항공 운송 수단으로, ‘하늘을 나는 택시’와 비교하면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PAV들이 대부분 ‘개인이 소유하는 차량’과 같은 개념이라면 ODM은 다수가 공유하며 이용하는 교통편이라는 점에서 대중교통에 가깝다. 하지만 NASA는 ODM의 주요 정의 가운데 하나로 ‘이용자가 여행의 출발지·도착지·출발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개인 교통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택시’를 떠올릴 수 있다.

NASA가 ODM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게 된 배경에는 대도시의 심각한 교통 체증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교통수단’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무엇보다 허브 공항들을 중심으로 한 대량 운송 수단과는 별개의 광범위한 지역들을 연결해 주는 소량 운송 시스템의 필요성이 컸다.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항공체의 사용이 쉽고 안전해야 한다.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비행의 전체적인 안전과 실행을 모두 책임질 수 있도록 ‘비행체와 인간의 상호작용’이 효율적이면서도 직접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었다. 도심지에서 사람들과 가깝게 운행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소음을 줄이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과제다. 따라서 ODM이 실제로 이용되기 위해서는 인증 프로세스와 배터리 기술, 효율성·신뢰성·비용·안정성·소음·배기가스·도시의 인프라 등과 같은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세계적으로 ODM이 여전히 주목 받고 있는 데는 실현되기만 한다면 그만큼 우리의 일상생활에 큰 장점을 주는 ‘교통수단’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잠재적인 시장에 대한 성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가장 먼저 지상 기반의 운송 시스템보다 평균 4배 이상 빠른 이동이 가능해진다. 산과 다리와 같은 지형적 장애물에 의해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대도시의 교통 혼잡을 제거하는 것은 물론 짧은 시간에 장거리 이동이 수월해지면 도시의 높은 주거비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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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9호(2020.05.30 ~ 2020.06.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