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 열풍에 출시한 오리지널 라인에서 새 기회 포착…“다시 국민 브랜드로”
프로스펙스, 30년 전 로고 다시 내걸고 재도약 시동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과거 디자인을 재해석한 ‘오리지널 라인’ 운동화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다.”

LS네트웍스의 토종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는 올해부터 1981년 론칭 당시 사용했던 ‘F’ 모양 오리지널 로고를 다시 제품 전면에 내걸며 ‘부활’을 꿈꾸고 있다.

프로스펙스는 2017년 당시 거세게 불었던 뉴트로 열풍에 발맞춰 F 모양 로고를 강조한 ‘프로스펙스 오리지널 라인’을 재출시한 바 있다. 이때 선보인 제품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끈 것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이 됐다.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젊은층에게는 뉴트로 감성을 일으키는 효과를 거둔 것이다. 내부에서도 프로스펙스가 다시 도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되살아 나는 계기로 작용했다.

내친 김에 프로스펙스는 올해부터 출시하는 모든 제품에 옛 로고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알리기 위해 한동안 잠잠했던 마케팅 활동도 다시 활발히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 TV 광고가 눈길을 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프로스펙스를 신고 복싱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광선 선수를 모델로 등장시킨 것이다. 다시 한 번 예전의 인기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광고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때는 나이키도 압도했던 ‘최강자’


프로스펙스의 인기는 ‘과거의 영광’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한때 선풍적이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에 익숙해진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에게는 다소 의외일지 몰라도 1980년대 국내 운동화 시장에서 프로스펙스에 견줄 만한 적수가 없었다. ‘국민 운동화’로 불린 시절이었다.

프로스펙스는 국제상사가 1970년대 말 외국산 운동화가 국내에 본격 유입되면서 만든 브랜드다. 1981년 출시 당시부터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신발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품질과 기능에 중점을 두고 국내 신발 브랜드로는 최초로 전문 연구기관인 스포츠제품 과학연구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 연구센터는 현재까지 운영되며 ‘한국인의 발에 맞는 신발’ 개발을 이어 가고 있다.

전성기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통해 찾아왔다. 올림픽을 공식 후원하면서 전국에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프로스펙스를 운영하던 국제상사 역시 프로스펙스의 인기에 힘입어 1990년대 초 연매출 7000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때는 나이키도 프로스펙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1994년 나이키의 매출액은 프로스펙스의 절반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프로스펙스의 독주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거센 해외 브랜드의 공세에 밀려 서서히 힘을 잃어 간 것이다.

프로스펙스는 연평균 20% 정도의 꾸준한 성장을 이어 간 반면 나이키와 리복 등은 매년 40%에 달하는 가파른 성장률을 기록하며 프로스펙스를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프로스펙스가 1997년 TV 광고에 내보낸 ‘정복당할 것인가, 정복할 것인가’, ‘우리를 지킵시다’와 같은 메시지는 이때 느꼈던 위기감을 반영해 던진 것이다. 그래도 계속 운동화 시장 1위를 고수하며 자존심을 지켜 나갔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들어 본격적인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1998년 터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가 치명타였다. 프로스펙스를 운영하는 국제상사는 결국 부도가 나며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프로스펙스가 주춤하자 해외 브랜드들이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국내 운동화 시장을 지금의 ‘수입 제품 천하’로 만드는 기틀을 마련했다.

이후 프로스펙스는 완전히 한물간 브랜드로 전락했다. 하키 채를 연상케 하는 F 로고는 어느 순간부터 젊은이들에게 감추고 싶은 존재가 됐다.

프로스펙스는 이랜드 등을 거쳐 2007년 LS네트웍스에 인수됐는데 이때 LS그룹이 “토종 브랜드의 명예를 걸고 나이키에 도전장을 내밀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며 가장 먼저 손을 댄 것도 프로스펙스 로고였다.

기존의 로고로는 더 이상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젊은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새 로고를 선보이며 프로스펙스를 운영해 나갔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이제는 다시 옛 로고를 가져와 재도약을 기약하는 상황이 됐다.

◆오리지널 제품으로 밀레니얼 움직여


LS네트웍스는 프로스펙스 인수 후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 왔다. 반짝 효과가 나타났던 적도 있었다. 2009년 치밀한 사전 조사 끝에 성인 남녀가 ‘걷기’를 즐긴다는 결과를 도출해 내고 여기에 맞는 워킹 토털 브랜드 ‘W’를 출시했다. 모처럼 신제품 라인이 인기를 끌었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피겨 스케이트 선수 김연아 씨를 앞세워 2013년 출시한 ‘연아라인’도 누적 100만 족이 판매되는 등 호응을 얻었지만 실적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프로스펙스를 주력으로 하는 LS네트웍스의 브랜드 사업은 결국 2015년부터 적자 전환된 상태다.
프로스펙스, 30년 전 로고 다시 내걸고 재도약 시동
위기 속에서 2016년 말 취임한 문성준 대표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그는 이대로 가다간 프로스펙스가 망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당시 젊은층에서 열풍이 불고 있는 뉴트로 트렌드를 반영해 이들에게 먹혀들 수 있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F 로고를 박은 프로스펙스 ‘오리지널 라인’은 그렇게 다시 빛을 보게 된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오리지널 라인의 대표 상품인 어글리슈즈 ‘스택스’에 그간 프로스펙스를 외면하던 밀레니얼 세대가 뜨겁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스택스는 발매 이후 젊은층이 가장 많이 찾는 온라인 쇼핑몰인 ‘무신사 스토어’에서 스니커즈 카테고리 판매 랭킹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중·장년층 위주였던 고객이 10~20대까지 넓어지는 효과를 거두면서 프로스펙스는 새 기회를 포착했다. 그 결과 올해부터 모든 제품을 ‘오리지널 버전’으로 만들면서 과거의 로고를 다시 내세우기로 결정한 것이다.

프로스펙스 관계자는 “젊은층에게는 패션성이 강조된 브랜드 이미지로 화제를, 중·장년층에게는 반가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제품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스펙스는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와 새로운 트렌드를 접목해 ‘전 세대가 공감하는 대한민국 대표 스포츠 브랜드’로 귀환하겠다는 새 비전을 세웠다.
프로스펙스, 30년 전 로고 다시 내걸고 재도약 시동
1020세대를 타깃으로 한 ‘뉴트로 트렌드 상품 라인’과 기존 워킹화 라인을 대표하는 ‘테크니컬 상품군’을 중심으로 신제품을 발매하며 판매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올해 1분기 실적만 보더라도 브랜드 사업의 매출은 265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381억원) 대비 크게 줄었고 영업손실은 더욱 확대됐다.

프로스펙스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매출이 악화됐지만 5월을 기점으로 점차 회복되고 있다”며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병행하며 올해를 대한민국 대표 스포츠 브랜드로 재도약하는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1호(2020.06.13 ~ 2020.06.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