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혁의 신산업 리포트 = ②모빌리티-차량 호출 서비스]
- 재택근무 늘고 카풀 거부감 커져
- 대규모 감원, 데이터베이스 활용한 사업 확장 등 생존 모색
비대면 트렌드에 타격 받은 ‘차량 공유’…우버·리프트, 자율주행에 미래 달려
[최중혁 칼럼니스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우리의 미래에 대해 어떤 예측도 할 수 없습니다. 해고만이 회사를 위한 길입니다.”

월가 투자은행 앨런앤드컴퍼니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아 온 한 남자는 글로벌 여행사 익스피디아의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를 옮겨 41건, 총 127억 달러(약 15조4000억원)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며 재임 12년간 이 회사를 최고로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CEO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세계 최대 차량 호출 업체 우버로부터다.

창업자가 불미스러운 일로 떠나게 된 회사의 방향키를 쥔 남자는 뉴욕 월가 투자자들에게 미 서부 실리콘밸리 회사의 매력을 어필하는 데 성공했고 화려하게 2019년 나스닥에 입성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전 세계 스타트업 회사 중 가장 많은 직원을 해고했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의 얘기다.

2015년 미국 인터넷 여행사 오비츠를 인수했을 때 전체 인원의 40%인 326명을 해고했던 당시 코스로샤히 익스피디아 CEO는 코로나19로 인한 우버의 경영 위기를 2020년 5월 세 번에 걸쳐 전체 직원의 27%인 7300명(우버 인디아 600명 포함)을 감원하며 돌파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7월 영업 합리화를 위해 마케팅팀의 약 4분의 1인 400명을 정리 해고한 이후 첫 대규모 감원이다.

그는 매니저들이 자신들이 감봉을 통해 희생할 테니 구조 조정을 만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방법만이 회사를 살릴 길이라며 강행했다.

우버의 감원 결정 효과에 대해 브라이언 로버츠 우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구조 조정을 통해 운행 횟수가 15~20% 줄더라도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사인 리프트도 총직원의 17%인 982명을 해고했다. 이유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야심차게 기업공개를 단행했던 회사들은 1년 만에 대규모 구조 조정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바꿨다.

◆ 우버와 리프트, 차량 호출 매출에 타격 전망
비대면 트렌드에 타격 받은 ‘차량 공유’…우버·리프트, 자율주행에 미래 달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지금까지 모빌리티의 미래로 꼽혀온 자율주행(Autonomy)·연결성(Connectivity)·전기화(Electrification)·공유 (Sharing) 등 네 가지 ‘ACES’ 기술 중 공유 기술 발전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간극은 자율주행 시대가 더 빨리 다가옴에 따라 채울 수 있을 것이다. 비대면 트렌드 때문이다.

블룸버그NEF가 2020년 5월 코로나19에 대한 회복이 가장 빨랐던 중국 대도시를 조사한 결과 베이징·상하이·광저우 거리의 아침 교통량은 2019년 평균보다 많은 반면 지하철 이용량은 평년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의 지하철 이용량은 코로나19 사태 때보다 53% 감소했고 상하이와 광저우의 지하철 이용량도 각각 29%, 39% 감소했다.

프랑스 글로벌 석유 기업 토탈의 패트릭 푸얀네 CEO는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자동차를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중국의 이번 노동절 연휴 첫 4일간 베이징에서의 자동차 여행은 15% 증가했지만 베이징을 오가는 비행기와 기차 여행은 각각 76%와 86% 감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 전역은 이동 제한 명령이 내려졌고 지난 4월 우버와 리프트의 승차량은 전년 대비 각각 80%, 75% 감소했다.
비대면 트렌드에 타격 받은 ‘차량 공유’…우버·리프트, 자율주행에 미래 달려
미국 50개 주 모두 경제 제재가 단계적으로 해제됨에 따라 양 사의 승차량은 회복되고 있지만 당장 예전과 같은 성장세를 나타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 이유는 첫째, 비대면 트렌드, 공유 경제의 위축, 재택근무의 활성화 때문이다. 물론 대도시에서 유지비 때문에 자차(자기 자동차)를 이용하지 못하는 수요는 대중교통보다 우버나 리프트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차량 소유·유지의 여건이 되거나 교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안전을 고려한다면 차량 호출 서비스 이용을 꺼릴 수 있다.

그러면 긴 거리엔 자차를, 짧은 거리엔 자전거·킥보드와 같은 마이크로 모빌리티 이용을 더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항공 수요의 감소 때문이다. 2019년 우버의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우버의 차량 호출 매출 중 15%가 공항 탑승에서 발생했다.

JP모간에 따르면 리프트도 공항 탑승이 전체 매출의 약 10%를 차지한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출장과 여행 수요가 감소하는 이상 차량 호출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단위당 이용 요금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목적지가 비슷한 승객을 최대 3명까지 한 차량에 태우는 카풀 서비스 우버풀(UberPool)과 리프트의 셰어드 라이드(Shared Rides)를 통해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운전자와 승객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모두 중단했다. 우버는 차량 한 대에 탑승할 수 있는 인원을 최대 4명에서 3명으로 줄여 4인 가족이 이용하려면 두 대를 호출해야 한다.

◆ 거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 다각화 기대
비대면 트렌드에 타격 받은 ‘차량 공유’…우버·리프트, 자율주행에 미래 달려
“우리는 운송업계의 아마존(The Amazon of transportation)이 되기를 원한다.”

코스로샤히 우버 CEO는 2018년 우버의 방향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아마존이 전 세계 유통업계에서 공룡이 됐듯이 우버 또한 운송업계에서 최강자가 목표라는 것을 시사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가능할까. 기존에 계획했던 것보다 지체되겠지만 결국 도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버와 리프트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군살을 뺐다.

좀 더 빠르게 이익을 낼 수 있도록 회사의 체질을 바꿨다. 현금 유동성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버틸 만하다.

코스로샤히 CEO는 “올해 남은 기간 동안 공유 차량 이용 수요가 80% 감소하더라도 최소 40억 달러(약 4조9000억원) 이상의 현금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 3월 말 기준 우버의 유동 현금은 90억 달러(약 11조원), 리프트는 27억 달러(약 3조3000억원)다. 두 회사는 이미 상장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공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다.

우버와 리프트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의 차량 호출 서비스 시장을 각각 70%와 30%의 비율로 양분하고 있다.

이미 거대 플랫폼을 통해 수많은 데이터와 고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가 우버이츠다.

미국인들이 배달 음식에 맛을 들임에 따라 우버이츠는 그럽허브·도어대시와 함께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우버는 보유하고 있는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승객 대신 음식을 배달하는 차이가 있는 것이라며 손쉽게 이 시장에 진출했다.

또한 우버는 본격적으로 마이크로 모빌리티에 뛰어들기 위해 전동 스쿠터 공유 서비스 라임에 1억7000만 달러(약 2067억원)를 투자했다.

우버가 2018년 인수한 점프스쿠터·점프바이크와 함께 서비스를 할 것으로 보인다. 리프트는 진작부터 전동 스쿠터 서비스를 시작했고 2018년엔 미국 최대 자전거 공유 서비스 모티베이트를 인수했다.

일각에서는 우버와 리프트가 궁극적으로 안정화된 회사가 되는 방법이 결국 ‘자율주행’이라고 말한다. 차량들이 스스로 운행된다면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여력이 없기 때문에 구글 웨이모나 앱티브와 같은 자율주행 회사들과 협업할 필요가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 트렌드와 맞물려 그간 자율주행 시대의 걸림돌 중 하나였던 정부 당국의 규제가 유연해질 가능성이 있어 장기적으로는 차량 호출 서비스 회사들의 미래는 밝다.

(다음 연재는 ③모빌리티-자동차 온라인 유통)
비대면 트렌드에 타격 받은 ‘차량 공유’…우버·리프트, 자율주행에 미래 달려
ericjunghyuk.choi@gmail.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2호(2020.06.20 ~ 2020.06.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