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한경비즈니스·NICE평가정보 선정 100대 CEO]
-‘자수성가형’ 쿠팡 김범석·‘오너 경영인’ 호반건설 김상열 등 20명 선정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한경비즈니스는 NICE평가정보와 공동으로 지난해 주목할 만한 활약을 펼친 ‘고성장 최고경영자(CEO) 20’을 선정했다.

‘2020 한경비즈니스 100대 CEO’에서 아쉽게 탈락한 CEO 중 지난해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한 20명을 가려 뽑았다. 내년 조사에서 100대 CEO 진입 가능성이 높은 유력한 후보군들이다.

고성장 CEO 20의 면면은 다양하다. 직접 회사를 창업해 지금의 위치로 키워낸 ‘자수성가형 CEO’가 있는 반면 경영권을 이어 받아 회사를 더 성장시킨 ‘오너 경영인’도 존재한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시작해 톱의 자리에까지 오른 전문 경영인도 있다.

◆다이소 박정부, 오프라인 침체에도 성장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고성장 CEO 20’
김범석 쿠팡 대표는 2010년 자신이 설립한 쿠팡을 10여 년 만에 이커머스 1위로 만들어 낸 주인공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낸 자수성가형 CEO의 대표 격이다.

쿠팡의 시작은 ‘소셜 커머스’였다. 할인 쿠폰을 공동 구매하는 형태의 이 사업 방식은 2010년 당시 전 세계적으로 크게 각광받고 있었다. 하지만 소셜 커머스의 흥행은 길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경쟁자들이 나타나면서 시장이 급격하게 ‘레드오션’화됐고 더 이상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졌다.

이에 김 대표는 사업을 전환하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2014년 소비자가 물건을 구입하면 자체 배송 인력인 ‘쿠팡맨’이 다음 날 주문한 상품을 집 앞에 가져다주는 ‘로켓배송’을 선보이게 됐다. 이때 온라인 쇼핑을 영위하는 사업자들은 주로 상품을 파는 중개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미국 아마존처럼 직접 배송까지 책임지는 사업 모델을 쿠팡이 선보이자 소비자들이 열광했고 쿠팡은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다. 지난해 쿠팡의 매출은 7조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최근 온라인 강화에 주력하는 유통 대기업들은 쿠팡을 따라잡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도 1989년 28세라는 젊은 나이에 회사를 차려 매출 2조5000억원의 대형 건설사로 키워낸 인물이다. 1998년 외환 위기, 2008년 금융 위기 등을 거치며 수많은 건설사들이 무너진 가운데 살아남아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탁월한 ‘위기관리’ 때문이었다.

그는 누적 분양률이 90%를 넘지 않으면 신규 분양을 하지 않는 ‘분양률 90%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또 인수·합병(M&A)에도 빼어난 능력을 보여 왔다. 종합건설·종합레저(골프&리조트)·유통 등 우량 기업들을 전략적으로 인수함으로써 내실을 다졌고 그 결과 지난해에도 성장을 이어 갈 수 있었다.

2018년부터 효성T&C CEO에 발탁된 김용섭 대표는 세계 1위를 고수 중인 효성의 스판덱스 사업을 더욱 공고하게 다졌다. 대표 브랜드인 ‘크레오라’를 앞세워 전년 대비 매출을 약 78% 끌어올렸다.

그는 효성에 몸담으면서 스판덱스 브라질 법인장, 스판덱스 PU(Performance Unit)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앞세운 그의 경영 능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명기 롯데제과 대표는 국내외에서 제과 영업을 두루 경험한 영업통이다. 그가 지휘봉을 잡은 후 롯데제과는 해외 생산 시스템을 정비하고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 전략을 펼쳐 왔다.

글로벌 시장에서 메가 브랜드인 초코파이와 빼빼로 등의 광고와 판촉을 강화한 것이다. 그 결과 롯데제과는 지난해 전년 대비 약 23% 늘어난 2조9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온라인 쇼핑의 규모가 커지면서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유통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박정부 회장이 이끄는 아성다이소는 예외다. 다이소를 앞세워 전년보다 매출이 약 13% 늘어난 2조2360억원을 기록했다.

‘싼 게 비지떡’이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철저한 검증을 거쳐 품질 좋고 저렴한 상품들을 매장에서 판매하는 그의 경영 철학은 계속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다이소로 이끌고 있다.


◆KT&G 백복인, 담배 기업에 ‘혁신’ 입혀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고성장 CEO 20’
롯데글로벌로지스의 CEO인 박찬복 대표는 온·오프라인 유통 강자로 거듭나기 위한 롯데그룹의 ‘물류 강화’를 책임지는 중책을 맡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그간 흩어져 있던 롯데의 물류 계열사들이 뭉쳐 지난해 출범한 회사다.

그룹 내에서 물류 분야에 뛰어난 전문성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그가 초대 CEO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매출을 전년 대비 약 48% 정도 끌어올리며 성공적인 첫해를 보냈다. 이 기세를 몰아 전략적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와 함께 디지털 혁신을 이뤄내 2023년까지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백복인 KT&G 사장은 모든 직장인들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평사원 출신 CEO’다. 1993년 KT&G의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에 입사한 이후 계속 KT&G에 몸담으며 조직의 성장을 위해 뛰었고 2015년 CEO에 올랐다.

담배 산업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그는 궐련형 전자 담배 ‘릴’을 빠르게 출시하는 등 기민하게 조직을 이끌었다. KT&G를 전통적인 담배 기업 이미지에서 혁신 기업으로 거듭나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창업자인 성기학 회장이 이끄는 영원무역은 패션업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이어 갔다. 영원무역은 유명 스포츠 브랜드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수출하는 기업이다.

노스페이스와 나이키 등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들을 고객으로 거느리는 등 탄탄한 사업 구조를 만든 것이 유효했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30년 넘게 한화그룹 방산 부문에서 근무한 이 분야 전문가다. 한화그룹이 삼성에서 방산 사업을 인수할 때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2018년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장에 올라 자신이 가진 전문성을 토대로 해외 방산 사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 등을 단행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주력했다. 그 결과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은 오랜 기간 공직에 몸담아 온 인물이다. 행정고시 25회 출신으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신인 지식경제부에서 1차관을 역임한 바 있다. 삼정KPMG 고문, 한국산업기술대 총장을 거쳐 지난해 9월 KAI 사장에 취임했다. 사실상 올해가 그의 경영 능력을 평가받는 첫해인 셈이다.

출발은 성공적이다. 취임 후 공격적 수주 목표를 제시하며 완제기 수출을 강조한 결과 올 1분기 KAI는 방산과 완제기 매출이 성장을 견인하며 호실적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31.2% 증가한 8277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올해 KAI를 바라보는 기대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휠라 윤근창, 새 전성기 이끌며 ‘최대 실적’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고성장 CEO 20’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톡이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기업들이 카카오를 통해 손쉽게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의 지휘 아래 카카오톡은 고객 상담부터 콘텐츠 제공, 주문·구매 등까지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고 점차 수익도 늘어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의 장남인 윤근창 휠라홀딩스 대표는 휠라가 ‘제2의 전성기’를 맞는 과정에서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그는 휠라코리아가 글로벌 본사를 인수한 2007년부터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휠라 브랜드 운영과 경영에 참여했다.

브랜드 리뉴얼을 직접 주도하는 등 실적 턴어라운드를 전면에서 이끌었다. 지난해에도 휠라홀딩스는 휠라의 인기를 등에 업고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이순형 세아제강지주 회장은 2013년 친형인 고(故) 이운형 회장의 뒤를 이어 세아그룹의 경영권을 잡았다. ‘절대 우위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늘 강조한 그는 취임 후 원가, 품질, 연구·개발(R&D), 고객 관계, 사회적 신뢰 등 전 방위적 경쟁력 제고를 위해 힘써 왔다.

또 활발한 M&A를 통해 여러 글로벌 우량 철강 회사들을 인수하며 경쟁력을 강화했다. 악화된 업황 속에서도 세아제강지주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약 48% 증가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2016년부터 하나금융투자를 이끌고 있는 이진국 사장(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겸임)은 취임 이후 기록적인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함께 인적 쇄신을 단행한 결과다.

이 사장이 취임한 이후 하나금융투자의 실적은 매년 증가했고 마침내 지난해에는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거뒀다. 이를 토대로 성공적인 자본 확충을 이뤄내며 하나금융투자가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해선 코웨이 대표는 CJ제일제당·아모레퍼시픽·CJ오쇼핑 등에서 35년 이상 마케팅 경력을 가진 해당 분야의 전문가다.

그는 2016년부터 코웨이를 이끌고 있다. 매트리스·의류 청정기 등 새롭게 떠오르는 가전들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해외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며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지난해 코웨이는 처음으로 연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네이버 한성숙, 글로벌 플랫폼 도약 이끌어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고성장 CEO 20’
2018년 키움증권 대표로 취임한 이현 사장은 증권업의 고유 영역인 투자은행(IB) 부문을 비롯해 홀세일 부문, 투자 운용 부문을 균형 있게 성장시켜 나가는데 주력했다. 이 같은 노력이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실적으로 증명해 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4737억원, 순이익 362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63.98%, 87.75% 증가한 규모로 창사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이다. 특히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7%대를 기록하며 증권업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현대홈쇼핑은 2009년부터 ‘현대가 3세’인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대표를 맡아 이끌고 있다. 그는 ‘T커머스’를 중심으로 홈쇼핑 사업의 경쟁력을 높여 왔다.

지난해 현대홈쇼핑이 홈쇼핑 부문에서 호실적을 거두며 전년 대비 약 117% 증가한 2조2069억원의 매출을 올린 배경이다.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 회장은 과거보다 기업을 더욱 성장시킨 ‘2세 경영인’이다. 그는 1999년부터 HDC현산의 경영권을 잡았다.

이후 호텔과 면세점 사업 진출 등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고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을 도모해 회사 규모를 더욱 키워 냈다. 지난해 HDC현산의 매출은 전년 대비 약 50% 증가한 4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설계와 사업에 모두 정통할 뿐만 아니라 조달 등을 거친 프로젝트 전문가다.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정유·화공사업팀 등 사업 부서를 두루 경험한 바 있다.

2018년 회사의 지휘봉을 잡은 후에도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발휘하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한성숙 네이버 사장은 2017년 취임 이후 네이버 애플리케이션의 혁신을 통해 모바일 체제로의 변화를 이끈 주인공이다. 또한 네이버의 웹툰과 V라이브 등을 전 세계 창작자와 이용자들이 교류할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시켜 내기도 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결정돼 2023년까지 네이버를 이끌게 됐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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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3호(2020.06.27 ~ 2020.07.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