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고객을 구독자로 만든 뉴 비즈니스 18]
-경험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스트리밍 라이프’…600조원으로 커진 구독 경제 시장
‘소유에서 경험으로’…고객 넘어 ‘구독자’ 만들다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구독 경제 규모가 600조원까지 커졌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일회성 거래 중심에서 이제 정기적인 결제와 상품 공급을 중심으로 한 ‘구독 비즈니스’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구독 경제 시장이 커지는 이유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 때문이다.

경제 불황과 1인 가구 증가, 정보기술(IT) 발달 등에 따라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커졌다. 특히 핵심 소비층인 밀레니얼·Z세대(MZ)는 이제 상품의 소유보다 경험을 더 중시하고 있다.
‘소유에서 경험으로’…고객 넘어 ‘구독자’ 만들다


◆ 구독,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 ‘윈-윈’


소유하지 않고 즐기거나 경험하는 소비를 추구하는 요즘 세대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키워드가 바로 ‘스트리밍 라이프’다. 스트리밍은 ‘흐른다’는 뜻으로 인터넷에서 음악·드라마·영화·책 등을 다운로드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콘텐츠 전송 방식을 말한다.

흘러갈 뿐 저장되지 않는 스트리밍 서비스처럼 MZ세대의 소비 방식은 ‘스트리밍’ 단어 그 자체와 닮았다. 이들이 스트리밍 라이프를 즐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소유에 필요한 자산을 충분히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사회에서 높은 실업률과 열악한 일자리를 경험했다. 역사상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첫 세대로 불린다. 이 때문에 소유를 부담스럽게 여기고 상품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집과 자동차도 ‘구매’하기보다 ‘구독’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기업들은 스트리밍 라이프로 대표되는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에 분주하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구독 서비스 증가 현상에 대해 “경기 불황 속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구독 경제가 기업들의 새로운 먹거리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독 서비스는 소비자에게 편의성과 폭넓은 선택권과 비용 절감 혜택을 준다. 고객이 구독자로 전환되면 기업 역시 얻는 것이 더 많다. 구독 고객을 유지하는 기간이 제품을 일회성으로 판매할 때보다 길어져 반복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연구위원은 “구독 경제는 제품을 한 번 팔고 끝나는 것이 아니므로 현금을 계속 확보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라며 “장기적인 고객이 확보된다면 리스크를 줄이고 현금 유동성까지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소유에서 경험으로’…고객 넘어 ‘구독자’ 만들다
일회성 거래를 중심으로 하던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서 이제 정기적인 결제와 상품 공급이 전제되는 구독 비즈니스로의 전환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구독 비즈니스가 가장 활발한 곳은 미국이다. 현대차가 2019년 3월 처음 시작한 차량 구독 서비스인 ‘현대셀렉션’을 미국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것도 시장의 성숙도와 관련이 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구독 기반 이커머스 규모는 지난 5년간 2배 성장했고 온라인 쇼핑 고객의 15%가 구독 서비스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독 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계층은 밀레니얼 세대였다.

미국 구독 경제 컨설팅 기업 주오라에서 집계하는 구독경제지수(SEI)에 따르면 해당 지수에 포함되는 기업들의 매출액은 2012년부터 2019년 6월까지 연평균 18.2% 상승했다. 2012~2019년 6월 말까지 구독 경제 비즈니스 매출 성장률은 18.2%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매출 성장률(3.6%)과 미국 소매 매출 인덱스(3.2%)보다 약 5배 높았다. 신규 구독 가입자의 순증가율은 연평균 15.4%였다.

구독 비즈니스 모델을 중심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의 성장이 돋보임에 따라 P&G·세포라·월마트 등 전통적인 비즈니스 기업들도 구독 비즈니스를 도입하는 추세다. 월마트는 아마존의 구독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에 대항할 멤버십 서비스 ‘월마트 플러스(+)’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연회비 98달러에 아마존 프라임처럼 식료품 당일 배송 등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소유에서 경험으로’…고객 넘어 ‘구독자’ 만들다
◆ 넷플릭스 본고장 미국에선 이미 정착

전문가들은 구독 서비스가 더 다양해지고 시장도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이 시장에도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구독 비즈니스 중 특정 방식의 사업 모델은 사업의 관리 비용이 더 커질 수도 있다. 또 렌털형 구독 비즈니스는 다른 사람이 사용했던 중고 제품에 대한 고객의 심리적인 장벽도 허물어야 한다.

최 연구위원은 “구독 경제 비즈니스가 기업들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모든 분야에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구·자동차 등 내구재와 달리 넷플릭스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들은 기업들에도 관리 비용이 따로 들지 않아 구독 경제 비즈니스 모델로 잘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상품 관리 비용과 중고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적 장벽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만드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유에서 경험으로’…고객 넘어 ‘구독자’ 만들다
[돋보기]
-‘정기배송형·렌털형·무제한 이용형’으로 구분


구독 경제 모델은 소유와 이용 여부에 따라 정기배송형·렌털(대여)형·무제한 이용형 등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무제한 이용형은 20~30대 젊은 층이 가장 널리 이용하는 구독 서비스다. 넷플릭스나 멜론처럼 월정액을 받고 영상(OTT)·음악(스트리밍)·전자책(e북)·게임 등의 콘텐츠를 무제한 또는 정해진 횟수만큼 이용하는 모델이다. 콘텐츠 소유권이 이용자에게 이전되지는 않는다.

정기배송형은 주기적으로 구매하는 필수재나 서비스·생필품·화장품 등으로 구매한 소비자가 소유권을 가진다. 고객이 선택한 반찬과 국을 정기적으로 보내주거나 쿠팡·티몬 등 이커머스의 생활용품 정기 배송 서비스도 정기 배송형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렌털형은 구매하기에 부담이 되는 고가의 물품을 매월 렌털 비용을 내고 빌려 쓰는 개념이다. 이용자에게 소유권은 없지만 렌털 기간 종료 후 원한다면 소유할 수도 있다. 사후 관리가 필요한 정수기와 안마 의자, 매트리스 케어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구독 비즈니스는 취향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예술 작품과 차량·주방·사무실·주거 공간까지 구독할 수 있게 됐다. 공유 오피스와 공유 주택(코리빙 하우스)은 공유 경제의 개념으로 알려졌지만 정기 결제를 통해 공간을 원하는 만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독 비즈니스로 분류되기도 한다.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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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5호(2020.07.11 ~ 2020.07.1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