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정치인] 레전드 5분 연설’로 화제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
- “이 정부 제일 큰 죄, 구조 개혁에 입 닫아버린 것 ...부동산, ‘적과 적 문제’로 풀려 하니 안 돼”

-“5분 발언, 화제돼 깜짝 놀라...답답한 부분 긁어줬기 때문

국민, 강남 집값 때문 아니라 내집 마련 꿈 없어지는데 대해 분노

집 공급 늘리면 값 오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맞는 길

서울 도심 주택공급, 공공 주도 아닌 민간이 따라붙어야 성공

구조개혁 할 필요 없는 나라라는 메시지는 새빨간 거짓말

행정수도 이전 하나 갖고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건 난센스”


윤희숙 “우리 교육, 하향도 평준화도 아닌 자유낙하 중”
[한경비즈니스=홍영식 대기자·좌동욱·성상훈 기자] 지난 ‘4·15 총선’을 통해 정치에 입문한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서울 서초갑)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시절 ‘팩트 폭행러’로 불렸다. 칼럼 등을 통해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사실을 기반으로 핵심을 파고드는 비판을 해 이런 별칭이 붙었다. 각계각층의 오피니언 리더가 참여하는 한경 밀레니엄 포럼 회원인 윤 의원은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운 질문으로 포럼 초청 연사들을 진땀 흘리게 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나는 임차인입니다”라고 시작한 지난 7월 30일 국회 본회의 ‘5분 발언’이 화제가 된 것도 이런 ‘내공’ 때문일 것이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노동, 교육, 국가 부채, 행정수도 이전 등 광범위한 질문에 막힘없이 답했다. 마치 대선 주자급 정치인과 마주 앉은 느낌이었다.

정치에 입문한 동기는 무엇입니까.

“국회의원을 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이전에도 비례대표 제의가 왔는데 단호하게 안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정부가 정치를 할 마음을 먹게 만들었습니다.”

▶‘5분 발언’이 화제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했습니까.


“전혀 아닙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자유 토론을 하라고 했어요. 자유 토론은 허공에 대고 얘기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당이 이 정책에 대해 이런 시각을 가졌다는 것을 기록하기 위해 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유튜브에서 막 퍼 나르고 화제가 돼 나도 깜짝 놀랐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너무 답답하게 여기던 부분을 긁어 줬기 때문일 겁니다. 내가 연설을 어떻게 잘할 수 있겠어요. 지난 총선 때 열흘 정도 유세한 경력밖에 없는데….”

연설이 끝나갈 무렵 손을 떤 것이 화제가 됐습니다.

“나도 몰랐는데 떨고 있더라고요. 창피해서 어떻게 할까 했죠. 말을 하다가 화가 나니까 열이 팔로 간 것 같아요. 나중에 유튜브를 보니 ‘저 사람 몸이 저렇게 부실한데 국회의원을 어떻게 하나’라는 반응도 있더라고요.”

정부의 ‘8·4 부동산 대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합니까.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지역에 공급하는 게 답인데, 이걸 자꾸 회피하니 대책이 나오지만 부작용에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5분 발언’이 왜 화제가 됐고 거기에 대해 여러 명이 공격했는데 반향을 못 일으켰습니다. 국민들은 부동산 문제는 ‘적과 적의 대립적 문제’로 풀면 안 되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고집을 부리고 있습니다. 한쪽 편은 피해자고 다른 편은 가해자라는 프레임으로 풀려고 하는데 국민들은 그게 아니라고 느끼고 있죠. 그 프레임으로 나를 공격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도 알고 있습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생해야 시장이 유지되는데 임대인은 가해자니까 함부로 해야 된다고 하는 프레임으로 가면 해결되지 않고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것을 국민들은 알고 있는 겁니다.”

여권이 집값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선 어떻게 봅니까.


“부동산 문제가 터진 것은 문재인 정권 3년을 지나 보니 내 집 마련의 꿈과 기회가 점점 멀어지고 없어진다는 것에 대한 분노 때문입니다. 강남 등 특정 지역 문제 때문이 아닌데 목표를 엉뚱하게 잡고 있습니다.”

부동산 값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강남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면 집값이 더 올라갈까봐 정부가 부담스러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교통난이 심해 지하철을 뚫으면 공사 중에는 도로가 더 막힙니다. 그러나 책임 있는 정부라면 뚫어야죠. 공사 중에 더 막히는 부분에 대해선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맞는 겁니다. 도로가 막히는 것은 한 집에 차 3대를 갖고 있는 나쁜 놈들 때문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진실이 아닙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예요. 국민들은 수요보다 공급이 적은 게 문제라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공급을 늘리는 과정에서 가격이 더 오를 수 있죠. 책임 있는 정부라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장기적으로 맞는 길로 가야 합니다. 그러나 자기네(여권)들이 집권하는 동안에는 꼭지를 꽉 잠가 놓겠다는 것인데 장기적으로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용적률을 높이는 대신 공공 임대 주택을 확대하는 등 기대 이익 90%를 환수하는 방안은 어떻게 봅니까.


“도심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곳에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공공이 주도하는 방식은 성공하기 쉽지 않아요. 거기에 대해 사람들의 불신이 큽니다. 민간이 따라붙어야 해요. 재건축이라는 것은 자기가 살고 있는 커뮤니티에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인데 그걸 공공이 주도하면 효과를 내기 쉽지 않아요. 그러니 벌써부터 조합들이 난색을 표하죠. 서울 도심의 주택 공급이 중요하다고 본다면 적정 인센티브를 주는 게 맞습니다. 용적률을 올리는 만큼 (기대 이익을) 다 빼오게 되면 당초 목표로 한 것을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재건축 문제를 보면 사유 재산권 보호와 공공복리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게 핵심인 것 같습니다.


“집주인들은 30~40년간 낡은 아파트에 살면서 녹물도 나오는 것을 참았으니 전부 자신의 재산이라고 생각하죠. 반면 우리 사회에서 가격이 오르는 데 대한 반감도 있습니다. 서로 양보해야죠. 동네 도서관과 공원을 만드는 등 지역에 기여하는 쪽으로 개발하면 서로 기분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것을 보면 훨씬 더 급진적입니다. 살고 싶은 동네에 살게 하는 게 상위 목표인데 그러려면 정부가 재건축 초과 이익을 대부분 환수하겠다고 압박하는 식으로 가면 안 됩니다.”
윤희숙 “우리 교육, 하향도 평준화도 아닌 자유낙하 중”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 약력 : 1970년 서울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대학원 경제학과 졸업. 경제학박사(미국 컬럼비아대).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 복지정책 연구부장·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국무총리 소속 정부업무평가위원회 위원. 대통령자문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미래통합당 경제혁신위원회 위원장(현).


“다주택 투기자들에게 세금을 더 내게 하는 것이 뭐가 잘못됐나”라는 여당 의원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일종의 징벌세로 보는 것 같습니다.

“징벌세는 행위를 교정하는 목적입니다. 대표적인 게 담배세죠. 담배를 덜 피우게 하는 게 목적입니다. 징벌세라고 말하는 순간 ‘아 이게 투기를 막으려는 목적이구나’라는 거죠. 일면 이해는 하지만 그러면 왜 1주택자까지 때려잡나 이겁니다. 1주택자가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이 문제냐는 거죠. 종합부동산세라는 것은 무엇이 정책 목표인지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도입돼 계속 있습니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투기를 막겠다면서 1주택자의 피해를 최소화한다고 했습니다.


“뭘 최소화했나 이겁니다. 1주택자에게도 세금이 더 중과됐습니다. 1주택자는 종부세 대상에서 빼줘야죠.”

공직자는 주택을 1채만 가져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공무원에게 뭔가를 요구하기 위해선 규정에 명시돼 있어야 합니다. 정치적 분위기에 휩쓸려 공직자 윤리가 바뀌면 안 되죠. 공직자는 1가구 1주택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으면 공무원 규약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고 집어넣을 자신이 없다면 말로 하면 안 됩니다. 공무원이 월급을 갖고 위법한 수단으로 재테크를 했느냐가 중요하지 그것으로 뭘 했느냐가 뭐가 중요한가 싶습니다. 왜 집을 사면 더 나쁘게 취급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일반 개인의 다주택자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합니까. 여권은 집값 급등의 주범으로 꼽고 있습니다.

“다주택자가 임대하면 공급이 늘고 임대 시장 가격이 떨어져 나쁠 게 없습니다. 다주택자에게 화살을 돌리는 사람들은 매매 시장에서 다주택자들이 다른 사람들의 것을 빼앗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세금을 중과하고 있죠. 그러면 자기가 살 집 한 채를 빼고 임대 시장에 몇 채 내놓는 사람이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죠. 지금 정부에선 별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5~10년 이후 장기적으론 민간 시장이 죽어버릴 수 있습니다.”

윤 의원의 ‘정책의 배신’을 보면 최저임금의 혜택을 보는 것은 중산층 가구이고 실질적 타격은 가난한 비숙련 노동자들이 받는다고 썼습니다. 노사가 주도하는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요.


“오랫동안 그렇게 주장했죠. 하지만 지금 노사가 빠지라고 얘기해 봤자 소용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략을 바꿔 일본식으로 가자고 제안합니다. 노사정이 협의하되 ‘룰 베이스’로 가자는 겁니다. 경제 상황과 크게 괴리되지 않게 평균 임금 상승률보다 약간 올리는 수준에서 결정하도록 하자는 거죠. 일본은 지난 5년 동안 3% 내에서 결정하라고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주고 그 안에서 움직였습니다.”

부동산 문제만큼 다른 경제 문제를 꼽는다면 어떤 게 있습니까.

“부동산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은 안 합니다. 이슈가 됐을 뿐이죠. 장기적으로 잘 먹고 잘사는 데 부동산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끝난 이후 경제가 반등해야 하는데 매우 어려울 겁니다. 그때부터 정말 위기가 시작될 것으로 봅니다. 이 정부가 국민들에게 제일 큰 죄를 지은 것은 경제 구조 개혁 문제에 대해 완전히 입을 닫아버린 겁니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개혁 어젠다를 끊임없이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이 정부에선 마치 구조 개혁을 할 필요가 없는 나라라는 메시지를 줬습니다.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개혁은 어떤 겁니까.

“노동 개혁, 교육 개혁, 규제 개혁 등 이 세 가지에 대해 이 정부는 한마디도 안 하는데 60년 경제 개발 역사를 무너뜨리는 거죠. 노동은 유연성과 거꾸로 가고 있어요. 국제노동기구(ILO)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을 하려면 노동 개혁을 해야 하는데 이 얘기는 쏙 빼고 있습니다. 교육 개혁도 시급합니다. 한국이 망한다면 교육 때문에 망할 것 같습니다.”

왜 그렇다고 봅니까.

“과거 우리 교육은 전 세계 1등끼리 경쟁하면 1등을 하지는 못했지만 세계 꼴등끼리 겨루면 1등을 할 수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1등끼리 경쟁해도 꼴등, 꼴등끼리 해도 꼴등입니다. 기초 학력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하향도, 평준화도 아닌 자유낙하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명박 정부 시절 수월성 교육을 두고 교육 평등을 해친다는 논란이 있었죠. 요즘은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서 다양성 교육이 등장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스쿨에서 통계학을 가르칠 때 놀랐습니다. AI를 이용한 프로그램을 활용했습니다. AI가 학생들의 학업 능력 수준에 따라 가르쳤죠. 낙오한 학생이 없었습니다. AI는 기초적인 숙련에 대해 가르치고 선생님들은 창의력이나 토론 등 좀 더 고급적인 기능을 가르치는 것이 혁신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답보 상태입니다. 선생님들이 새로 익히는 것을 너무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수월성 교육이냐, 평준화 교육이냐’는 정치 논리에 빠질 게 아니라 학생 수준에 맞는 ‘다양성 교육’을 해야 합니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어떻게 봅니까.

“세종시 공무원들이 길에서 보내는 시간을 없애 줘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동의합니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행정수도를 이전하려고 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 때 행정수도를 옮기겠다고 한 뒤 공공 기관을 전국에 흩뿌렸죠. 지역 균형 발전은 단 1cm라도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행정수도를 이전하려면 쇠락한 지역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수도권 집중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청사진이 나와야 합니다. 공공 기관을 지방에 보내 성과가 없었다면 생각을 바꿔 제대로 된 그림을 만들어야 하는데 10년 넘게 허송세월을 보내 놓고 지방 도시는 죽어가는 데 또다시 어떤 그림도 없이 10년도 넘은 카드를 꺼내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스마트 시대에 ‘지역에서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문화 인프라와 교육 인프라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내놓아야 합니다. 정부가 주도해 돈을 뿌리는 방식이 아니라 21세기 국토 계획이 나와야 하는 거죠. 행정수도 이전 하나 가지고 지역 균형 발전이라고 말하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서울이냐, 세종이냐 양자 선택으로 볼 문제가 아닙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9호(2020.08.08 ~ 2020.08.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