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신흥시장, 미국 기술주에 이은 2020년대 성장주…코로나19, 온난화가 촉매제 역할
향후 10년 성장 동력은 ‘기후변화 산업’…신재생에너지, 경제적으로도 이미 ‘매력적’
[한경비즈니스=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지구 온난화는 이미 익숙한 개념이다. 그런데 왜 지금 ‘기후 변화’일까. ‘기후 변화 대응’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메가트렌드다. 2000년대를 주도한 성장주가 중국과 신흥 시장이었다면 2010년대는 미국 기술 기업들이 성장주였다. 2020년대 차세대 성장 동력은 기후 변화 대응 산업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환경 인식 변화, 경기 침체 극복, 초저금리와 확대된 재정 정책 요구, 새로운 일자리를 위한 프로젝트, 빨라진 온난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 등은 기후 변화 대응에 ‘지금’ 나서게 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코로나19 충격…일자리 만들 재정정책 필요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19세기 말부터 시작됐다. 1965년 미국 대통령 과학자문위원회의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지구 온난화가 공론화된 지도 오래다. 지난해 말, 2020년 경제 혹은 금융 시장을 전망하면서 전염병 관련 위험을 떠올린 사람은 없었다. 많은 사람이 글로벌 전염병의 위험성을 꾸준히 경고해 왔지만 그 경고는 무시됐고 결국 글로벌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이어졌다.
코로나19가 글로벌 팬데믹으로 확산된 이후 가장 주목 받은 사람 중 하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립자인 빌 게이츠다. 2016년 TED 토크에서 전염병 대유행을 경고했고 코로나19 발병 직전인 2019년 11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에서 신종 전염병의 팬데믹을 경고했다. 글로벌 바이러스 네트워크는 2019년 6월 기후 변화가 새로운 감염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라 지속적 경고로 이미 알려져 있는 위험 요인이지만 그 신호를 무시하고 있다가 발생하는 큰 위험을 ‘회색 코뿔소’라고 부른다. 기후 변화는 블랙 스완이 아니라 멀리 있어도 진동으로 위험을 느낄 수 있는 회색 코뿔소에 가깝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고용 시장은 영구적 충격을 입었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생산과 보급까지는 2년여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 기간 동안의 공백을 모두 정부의 보조금으로 채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독점력을 지닌 대형 기술 기업들이 성장할수록 다수 전통 산업의 일자리는 오히려 감소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산성은 꾸준히 향상됐지만 민간 고용, 1인당 국내총생산(GDP), 중위계층 가계 소득 등은 2000년대 들어 정체 상태인 이유다.
코로나19는 기후 변화와 재정 정책에 대한 인식을 빠르게 바꿔 놓을 것이다. 금융 위기 이후 꾸준히 재정 긴축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오히려 통화 정책과 결합된 적극적 재정 정책의 역할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재정 정책의 역할이 처음 확대됐던 1930년대 대공황 이후 뉴딜 정책 당시와 같이 기후 변화 대응은 뉴딜의 테네시강 댐 건설 프로젝트와 같은 인프라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1933년부터 1940년까지 일자리 창출 목적의 특별공공사업(WPA)에는 전체 재정지출액 중 14.3%에 해당하는 가장 큰 규모인 총 82억 달러가 지출됐다. 이번에도 인프라 투자가 대대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그렇지 않을 때와 비교할 때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6500만 개의 일자리가 더 만들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 변화 대응 관련 산업의 고용 유발 효과도 크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발전원별 비중을 보면 비중이 월등히 작은 태양광과 풍력의 고용이 석탄과 천연가스에 비해 높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피해를 볼 수 있는 산업에 대한 지원을 통한 일자리 지원은 합리화되고 있기도 하다.

기후 대응에 적극성 보일 미국, 앞서가는 유럽
마침 미국에서는 재정 확장 정책을 선호하는 민주당이 대권과 의회 권력을 쥘 가능성이 높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좁혀지고 있지만 주별 선거인단의 간접 투표로 대통령을 뽑는 구조를 고려하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전국 지지율 격차에서 보이는 것보다 여전히 높다. 바이든 후보는 7월, 향후 4년 동안 2조 달러를 환경에 투자하겠다는 대규모의 환경 정책을 경제 공약으로 내세웠다. 2050년까지 경제 전반에서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고 2035년까지 전력 생산에서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더라도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장악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의회 차원에서 규제나 보조금과 같은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도 지난 20년 동안 신흥국과 미국에 빼앗긴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해 기후 변화를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다. 유럽은 2000년대 첫 10년 동안 중국에 제조업 추격을 허용했고 2010년대에는 미국의 대형 기술주에 성장의 주도권을 빼앗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협약에서 탈퇴한 이후 유럽의회·집행위원회·유럽중앙은행 등 유럽의 주요 리더십은 모두 기후 변화 대응을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지난해 말에는 유럽연합(EU) 정상들이 ‘그린 딜’에 합의했는데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 제로인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0~55% 감축하는 목표도 제시했다. 코로나19로 EU의 그린 딜 추진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의 적극적 지원으로 7500억 유로 규모의 회복기금에 합의했고 이 중 최소 30%를 기후 변화 대응에 지출하기로 하면서 그린 딜 달성 의지를 재확인했다.
경기 부양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정치적 관점에서도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의 매력이 높아졌다. 그동안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은 정치인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효과가 더디고 기존 경제 활동을 움츠러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 기후로 인한 피해가 크고 잦아지면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라는 대중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후 변화에 대응에 늦을수록 더욱 극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부담도 커진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해 말 제시된 EU의 그린 딜은 이전보다 더 높은 목표를 제시했고 바이든 후보도 지난해 발표한 것보다 많은 재정을 더 짧은 기간에 환경 정책에 집행하겠다고 공약을 수정했다. 정책 추진 속도는 이전보다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적으로도 신재생에너지는 이미 매력적이다.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가 화석 연료보다 낮아지는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하거나 도달한 지역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는 몇 년 전까지 ‘대체 에너지’로 불렸다. 발전 단가가 높아 주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깨끗하지만 비싼 에너지원을 선호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하지만 수년 내 신재생에너지의 균등화 발전비용은 더 많은 지역에서 석탄·천연가스·원자력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균등화 발전비용은 같은 전력량을 생산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을 나타내는 지표다. 유럽·미주·중국·중동·오세아니아 등 전 세계 GDP의 71%, 에너지 생산의 85%를 차지하는 지역에서 이미 균등화 발전비용이 가장 낮은 에너지원은 신재생에너지다. 보조금과 세금 혜택과 같은 정부의 지원 없이도 신재생에너지는 이미 가격 경쟁력이 형성됐다. 재정 정책이 기후 변화 대응을 촉진하기 위해 나선다면 신재생에너지의 균등화 발전비용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기후 변화 대응 산업에 투자가 가능한 상장지수펀드(ETF)는 다양하다. 미국에 상장된 글로벌 클린에너지 테마 ETF인 ICLN은 태양광·풍력·수력·바이오 연료 등 광범위한 클린·재생에너지에 투자할 수 있다. 투자 가능 지역도 넓다. 미국·유럽과 그 외 선진국 등에 투자할 수 있는 ETF다. ICLN 내 미국 기업의 비율은 약 42%를 차지한다. MSCI ACWI의 글로벌 지수보다 미국의 비율이 낮다. 또한 유럽 유틸리티와 산업재 섹터의 비율이 높고 기술주의 비율도 높은 편이다. 따라서 미국 이외 지역에 분산 투자할 수 있고 동시에 기술주 테마에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ICLN은 해당 테마 내 총 운용자산(AUM) 규모가 가장 크고 운용 보수(0.46%) 또한 저렴하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3호(2020.09.07 ~ 2020.09.1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