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정치인]
-국회 예결위 여야 간사 박홍근·추경호 의원

박홍근 “빚 폭탄은 정치 공세…확장적 재정, 선택 아닌 필수”
추경호 “감당 못할 퍼주기…한 번도 경험 못한 나라가 될 것”

박홍근-추경호, 예산안 격돌…“미래 성장 길 열어”VS “세금 폭탄, 몰염치”
박홍근-추경호, 예산안 격돌…“미래 성장 길 열어”VS “세금 폭탄, 몰염치”
[한경비즈니스 = 홍영식 대기자] “빚으로만 보지 말고 과감한 발상의 전환으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경제 악화와 국민 고통, 역대 최대 빚 폭탄을 미래 세대에 떠넘긴 몰염치 예산이다.”

정부가 올해보다 8.5% 늘린 555조8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데 대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반응이다. 정부가 편성한 각 분야별 예산을 보면 교육 부문만 제외하고 다른 모든 부문에서 늘어났다. 보건·복지·고용 부문의 예산이 199조9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9조4000억원(10.7%) 증가했다. 일반 행정 86조5000억원(+9.5%), 국방 52조9000억원(+5.5%), 산업·중소기업·에너지 29조1000억원(+22.9%), 연구·개발 27조2000억원(+12.3%), 사회간접자본 26조원(+11.9%), 환경 10조5000억원(+16.7%) 등으로 짜여졌다. 교육은 71조원으로 2.2% 줄었다.

국회는 각 상임위원회별로 곧 예산안 예비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예산안을 바라보는 여야 간 시각차가 워낙 커 올해도 법정 기한(12월 2일) 내 처리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가장 크게 부딪치는 부문은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 예산 편성이다. 예산안 555조8000억원 중 세금 수입으로 감당하지 못해 적자 국채 발행으로 충당해야 하는 규모는 약 89조7000억원이다. 이에 따라 국가 부채는 내년 140조원 늘어 945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내년 국민 1인당 나랏빚은 1554만원에서 1825만원으로 271만원 증가하게 됐다.

▶2005년 25.9%였던 국가 채무 비율이 2015년 35.7%로 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나는데 10년 걸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 35.9%, 2019년 38.1%에 이어 2020년 43.5%, 2021년 46.7%로 4년 만에 10.8%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급증한 복지·고용, 한국판 뉴딜 예산도 논란거리다. 민주당은 “미래 세대에 순조로운 성장의 길을 열어주기 위한 예산”이라고 주장하지만 국민의힘은 낭비성 선심성 성격이 적지 않고 실효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대폭 칼질을 예고했다. 내년 예산안 심사 최일선을 맡고 있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박홍근 민주당 간사와 추경호 국민의힘 간사에게 예산안 심사 원칙과 방향 등에 대해 들어본다. 박홍근 간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올해보다 8.5% 늘어 ‘초슈퍼 예산’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국가 부채 급증 우려도 나오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온 전대미문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 역할은 국민이 체감할 때까지 계속돼야 한다. 확장적 재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선진국들도 확장적 재정 조치를 취하고 있고 명목상 국가 채무 비율에 연연해 재정을 운용하는 것은 미래에 더 큰 비용을 치르는 근시안적 대응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의 예산안 심사에서 큰 틀의 원칙은 무엇인가.

“기본 방향은 경기 회복과 뉴딜 투자, 국정 성과를 체감할 수 있는 예산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응하고 재정을 통해 위축된 국내 경기가 다시 점화될 수 있도록 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을 선도 국가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한국판 뉴딜 정책을 본격 추진하는 게 예산안 심사의 핵심적 기조다.”

▶통합당에선 ‘빚 폭탄’이라며 원안 처리 불가 와 대폭 칼질을 예고하고 있다.

“국회에서 꼼꼼한 심사를 거쳐 한 푼의 세금이라도 낭비되지 않고 위기 극복에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 하지만 ‘빚 폭탄’은 과도한 정치적 공세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 공세와 선동이 아니라 재정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역할을 통해 우리 경제가 조기 회복되고 정상적 성장 경로로 복귀해 세입 여건이 정상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확실히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

▶복지·고용 예산이 많이 늘어난데 대해 통합당은 선심성이 적지 않다며 삭감을 예고한데 대해선 어떻게 보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성패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달려 있다. 경제 위기로 인해 취약 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고용 안전망과 사회 복지 안전망 등 이중 안전망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내년도 예산은 생계 의료 주거 교육 등 4대 사회 안전망 확충을 위한 것이고 빠른 경제 회복을 통해 미래 세대도 순조로운 성장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예산안 심사 때마다 선심성, 지역구 쪽지 예산 논란이 빚어지는데 대해선 어떻게 대처할 예정인가.

“목적에 맞지 않는 민원성 예산은 원천적으로 심사에서 배제할 것이고 정부와 국회 상임위원회 예산안, 예결위 심사 자료 외에는 어느 예산도 추가하거나 검토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할 예정이다.”
박홍근-추경호, 예산안 격돌…“미래 성장 길 열어”VS “세금 폭탄, 몰염치”
박홍근-추경호, 예산안 격돌…“미래 성장 길 열어”VS “세금 폭탄, 몰염치”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한국의 재정 건전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갈 때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과 창의적 해법이 필요하다”며 확장적 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도, 가계도 어렵기 때문에 경제를 지탱해 줄 힘은 재정에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코로나19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중요하다. 이건 상식”이라고 말했다. 국가 부채 급증 우려에 대해선 “국가 채무도 잘 관리해야겠지만 경기 침체를 더 걱정해야 한다”며 “부채가 일시적으로 늘더라도 경제를 살려내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 디지털 경제, 그린 뉴딜, 일자리 창출, 사회 안전망 강화,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에 재정을 적절하게 배분했다”며 “556조원 규모의 내년 정부 예산안이 계획대로 잘 집행되면 한국 경제는 올해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3%대의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정 정책의 효과로 경제가 반등하면 국가 채무에 대한 우려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전략적 자원 배분과 함께 과감한 지출 구조 조정 등 재정 혁신을 추진하고 국가 재정을 견실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성국 민주당 경제대변인도 “야당의 국가 재정 논의는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만 코로나19 국난 극복을 위해 확대 재정을 편성한 것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했다.

이에 맞서 추경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는 “정부 예산안은 미래 세대들에 엄청난 세금 폭탄을 안기는 지출 행태”라며 “나라의 명운이 걸려 있다고 보고 이를 막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부 예산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초슈퍼 팽창 예산, 역대 최대 수준의 빚 폭탄 예산안이고 차기 정부와 미래 세대에 모든 빚 상환 부담과 재정 건전성 책임을 떠넘긴 몰염치 예산안이다.”

▶국민의힘에선 어떤 문제점이 있다고 보나.

“총수입이 0.3% 증가에 그치는데 비해 총지출은 8.5%나 늘려 편성해 역대 최대 수준의 관리재정수지 적자와 통합재정수지 적자의 쌍끌이 재정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특히 지난 6월 1일의 경제 전망을 그대로 유지해 낙관적 성장률 전망을 기초로 편성돼 있다. 최근 한국은행과 국제기구 등이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한 경제 상황을 반영하면 재정 여건이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를 감안하면 국가 채무 비율이 2024년에는 6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분야를 역점으로 살펴볼 계획인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서민들의 경제 기반 자체가 붕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지만 정부는 인위적 경기 부양과 정부 주도의 한국판 뉴딜 사업을 중심으로 예산을 잡고 있다. 국민과 민생은 없고 오로지 정부의 지지율에만 몰두한 사업에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 펀드를 만들어 수익을 보장해 주겠다는 발상 자체가 웃긴다. 사업이 성과 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는데 손실을 국민의 세금으로 채워 주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복지·고용 분야 예산이 급증한 것도 문제다. 복지와 일자리 확충 필요성은 인정한다. 문제는 예산 증가 속도가 가팔라 실효성이 있느냐다. 실효성 있는 사업을 발굴해 집행해야 하는데 상당수는 감당되지 않을 정도로 퍼 주기 식으로 가고 있다. 무조건 복지, 일자리라는 명분만 있고 예산을 무한정 늘려도 된다는 발상이 놀랍다. 나라 살림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다. 결국 이것은 당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들에 엄청난 세금 폭탄을 안기는 지출 행태다. 이를 막을 것이다.”

▶여당은 재정 건전성이 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의 발언은 일관성이 없다. 4차 추경을 추진하면서 문재인 대통령도 재정 부담이 크기 때문에 재난지원금을 과거와 같이 지출할 수 없다고 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국가 부채 비율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들도 겁이 난다.”

▶김 실장은 단기적으론 재정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했다.

“세상에 장·단기가 어디 있나. 국가 부채는 눈덩이처럼 굴러가게 돼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갑자기 다가오는 예측 불가능한 충격에 대해선 재정이 역할이 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과거에도 그렇게 해 왔다. 진보 보수 정권 구분 없이 평소 살림을 알뜰하게 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비상시 재정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한 뒤 그다음 또 건전 재정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재정 관리 계획을 갖고 해왔다. 하지만 이 정권은 이런 끈을 놓고 있다.”

▶법적 근거가 없는 회의체로 밀실 심사 비판을 받는 ‘예결위 소소위’를 가동할 건가.

“기술상으로 막판에 예산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있으면 조율하기 굉장히 어렵다. 심사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해야 하지만 마지막 그런 과정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인데 좀 더 두고 보고 판단하겠다.”

▶매년 지역구 선심 예산이 반영돼 국회가 비판을 받아 왔다. 올해는 어떻게 할 건가.

“지역구 예산을 원론적으로 된다, 안 된다고 얘기하기는 그렇다. 지역구 의원은 각 지역 현안에 가장 밝다. 적정성을 살펴보고 꼭 필요하면 심사 과정에서 고려될 것이다. 정치인들은 눈앞 선거를 의식해 자꾸 퍼 주기 식으로 해서는 역사에 책임을 지게 돼 있다. 진짜 나라 명운이 걸려 있다는 생각으로 심사할 것이다.”

▶재정 준칙 도입에 대해 여당이 반대하는데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웃긴다. 민주당이 야당일 때 민주당 의원들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 준칙 도입 법안을 여럿 발의했다. 그런데 정권을 잡은 뒤부터 그 소리가 일절 없다. 정권을 잡았나, 아니냐를 가지고 표리부동하게 행동할 일이 아니다. 이런 준칙이 있어야 그나마 정치권이 제어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야가 당리당략을 떠나 국가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각오로 재정 준칙을 도입해야 한다.”
[돋보기] 되풀이되는 예산안 처리 기한 넘기기…올해는?
박홍근-추경호, 예산안 격돌…“미래 성장 길 열어”VS “세금 폭탄, 몰염치”


헌법 제54조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다음 연도 예산안을 회계연도 개시일 30일 전까지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2월 2일까지다. 하지만 국회는 헌법 어기기를 밥 먹듯 했다. 지난 10년 동안 법정 기한 내에 예산안이 처리된 사례는 단 한 번뿐이다. 정치권은 이를 막기 위해 국회선진화법을 통해 2014년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가 끝나지 않더라도 예산안을 12월 1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해 12월 2일 처리하도록 했다. 하지만 선진화법이 첫 적용된 2014년만 빼고 국회는 이후 5년 연속 법정 시한을 넘겼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예산안 심사 기한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법 규정에 따라 정부는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국회는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심의 기간은 60일이다. 하지만 예결위 본격 심사는 11월이 돼야 시작된다. 그나마 대정부 정책 질의 등 기간을 빼면 심사 기간은 2주일 안팎에 불과하다. 미국은 8개월, 영국·독일·프랑스 등은 4~5개월 동안 심의에 전념하도록 하는 것과 비교해 턱없이 짧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4호(2020.09.14 ~ 2020.09.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