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의 직접적인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다. 고가 화장품의 주요 판매처인 면세점과 백화점 등 오프라인 채널이 모두 위축됐다. 특히 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2017년부터 화장품업계에 타격을 입힌 한한령(한류 제한령) 여파가 채 가시시도 않은 상황에서 실적 부진은 뼈아프게 다가오고 있다.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아모레퍼시픽은 디지털 전환에 몰두하고 있다.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자체 플랫폼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하거나 판매 채널 디지털화를 서두르는 것이다. ◆모바일로도 가능한 ‘맞춤형 피부 진단’
2분기 부진했던 실적 속에서도 한 가지 위안은 온라인 채널 매출의 성장세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온라인 플랫폼 입점을 확대하고 전용 제품을 출시하는 등 온라인 채널 매출이 견고하게 성장했으며 세정제를 포함한 데일리 뷰티 브랜드의 온라인 매출도 성장을 지속했다”고 말했다. 해외 사업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디지털 채널에서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는 중국에서 상반기 광군제로 불리는 6·18 쇼핑 행사에 참여해 ‘자음생 에센스’ 중심의 고가 안티에이징 제품 판매를 늘리며 온라인 채널에서 높은 성과를 달성했다. 또 프리미엄 브랜드 라네즈는 아세안 시장을 대상으로 ‘라자다 슈퍼 브랜드데이’ 행사에 참여하는 등 디지털 채널 성장 기반을 강화했다.
향후 아모레퍼시픽이 꼽은 주요 과제도 ‘디지털 전환’을 위한 체질 개선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주 종목인 뷰티 산업에 IT를 더한 ‘뷰티 컨시어지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다. 뷰티 컨시어지는 아모레퍼시픽이 전사적 차원에서 추진하는 다양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사업의 일환으로 뷰티와 IT를 접목해 개인별 맞춤형 콘텐츠와 제품을 제안한다.
모바일 전용 피부 진단 서비스 ‘스킨 파인더’가 뷰티 컨시어지 프로젝트의 첫 서비스다. 스킨파인더는 온라인에서도 정교한 피부 진단이 가능한 서비스로 현재 피부 상태 및 생활 환경과 관련한 20개 질문만으로 고객의 피부 타입과 고민을 도출했다. 특허 출원을 마친 아모레퍼시픽 만의 고도화된 계산식을 문진 시스템에 적용했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뷰티 컨시어지 서비스가 출시된 지 한 달이 지난 9월 초 기준 9000여 명 고객의 피부 타입과 피부 고민을 수집했다. 기존 서비스와 비교할 때 신뢰도 높은 결과를 내놓기 위해 문항별 가중치를 가진 질의 구조, 사용자가 선택한 질의 결과에 기반한 추천 스코어링, 피부 타입 결과에 따른 추천 로직을 적용했다.
향후 아모레퍼시픽은 ‘스킨 파인더’에 이은 뷰티 컨시어지 관련 서비스들을 아모레퍼시픽몰을 통해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는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한 립 앤드 아이 컬러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서비스로는 파인더 시리즈를 통해 수집된 고객의 결과를 이용해 해당 고객의 피부 타입에 맞는 리뷰 보기 기능 등 기존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방향과 콘텐츠를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판매가 위축된 상황에서 온라인 전용 판매 상품은 또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6월 실용주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너프 프로젝트’를 온라인 쇼핑몰 쿠팡에 단독 론칭했다. 연령에 관계없이 바르기 좋은 텍스처를 구현하고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간결한 디자인을 추구한 것이 특징이다. 7가지 신제품은 모두 ‘비건 프렌들리’ 제품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디지털 채널에 대한 고객 니즈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에 주목해 이번 브랜드를 계획하게 됐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디지털 뷰티 카테고리를 이끌어 가기 위해 최적화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신하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활발한 활동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브 커머스로 구매하는 설화수·헤라
뷰티·유통업계의 최근 고민은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되는 오프라인 채널이다. 명동 화장품 로드숍에서 박스째 물건을 구입해 가던 관광객들의 발길은 멎은 지 오래다. 그나마 잘 버텨 오던 헬스&뷰티(H&B) 스토어와 고급 브랜드 백화점 매장도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포스트 코로나’를 위해 화장품의 온라인 판매 비율을 차차 높여야 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이에 따라 유통업계가 앞다워 도입 중인 ‘라이브 커머스’를 시작했다. 화장품은 발색이나 기능을 고객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에 적합한 판매 상품이다. 지난 7월 1일 오픈마켓 11번가와 협약하고 11번가의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인 설화수와 헤라 등 주요 브랜드 기획전을 강화하기로 했다. 실시간 동영상으로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뷰티 라이브 커머스’도 매달 정기적으로 선보인다. 또 당일 바로 발송
할 수 있는 ‘오늘 발송’ 제품 폭도 늘린다.
타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행보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8월 6일 뷰티 시장의 디지털 확장과 유망 초기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온라인 패션 커머스 기업 무신사와 합자 조합을 결성했다. 양 사는 ‘AP&M 뷰티·패션 조합’을 결성해 뷰티와 패션을 포함해 양 사의 사업과 관련 있는 리테일, 다중 채널 네트워크, 컨슈머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 집중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국내외 유망 초기 기업을 지원하고 육성함과 동시에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확보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전체적인 디지털 채널에 대한 고객 니즈가 증가하고 있고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디지털 소비 트렌드를 통찰, 확보하기 위해 네이버·11번가·무신사 등 유통업계와 협력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당분간 면세점을 비롯한 오프라인 채널의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면세점 채널의 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과 중국 오프라인 채널의 감소 폭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디지털 채널의 고성장세가 지속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손 애널리스트는 “아모레퍼시픽은 부진한 오프라인 채널 구조 조정에 속도를 내고 성장하는 채널로 변화시켜 나갈 것”이라며 이러한 전략의 방향이 얼마나 빠르게 가시화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면세점 수요가 막히고 오프라인 채널의 구조 조정이 시작된 상황에서 ‘포스트 코로나’와 디지털 채널 성장이 맞물린다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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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4호(2020.09.14 ~ 2020.09.2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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