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AI]이경전이 만난 AI 프런티어④ 강현욱 비프로컴퍼니 대표
-12개국 700개 팀을 고객사로 확보…런던으로 본사 이전, AI로 축구의 판을 바꾼다


[한경비즈니스=정리=이현주 기자] 스포츠 산업이 인공지능(AI)과 만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경기 영상을 자동으로 촬영하고 분석하게 되면 관련 일자리는 어떻게 바뀔까.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비프로컴퍼니는 이 같은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면서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고 있는 기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스포츠와 투자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서도 1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 내며 화제를 모았다. 세계 축구의 변방에서 본토에 진출해 명문 구단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이 궁금해졌다. 강현욱 비프로컴퍼니 대표와 줌(Zoom)으로 인터뷰했다.
[Hello AI]“독보적 영상 분석 기술로 유럽 축구계 사로잡아…‘스포츠계의 구글’이 될 겁니다”
“스포츠계의 구글이 되고 싶습니다. 스포츠 산업 전반을 최신 기술로 혁신하는 기업을 지향합니다.”


한 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가 막바지에 이르자 강 대표가 말했다. 인공지능(AI) 축구 영상 분석 기업인 비프로컴퍼니를 설립하고 독일로 날아가 유럽 축구 리그의 판을 흔들고 있는 그는 축구를 넘어 스포츠 전반의 기술 혁신을 목표하고 있다. “기업 가치 100조원 규모의 시장”이라는 말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비프로컴퍼니가 운영하는 ‘비프로일레븐’은 축구 경기 영상을 촬영, 분석해 데이터를 플랫폼 형태로 제공한다. 강 대표는 축구의 주 무대에서 승부를 보기 위해 회사 설립 2년 만에 독일 함부르크로 거점을 옮겼다. 독일 하부 리그를 공략하면서 유럽의 프로 리그에 한 발씩 접근한 지 3년. 레알 소시에다드·호펜하임·프랑크푸르트·AS로마·AS밀란 등 명문 구단들을 사로잡았다.


독일 분데스리가, 영국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을 포함해 전 세계 12개국 700개 팀이 비프로일레븐의 고객이 됐다. 한국에서는 코로나19 국면에서도 2020년 한국 축구계의 수직적 통합(K리그 1·2, K리그 유소년 리그, 고등학교 축구리그)의 결실을 거뒀다.


비프로컴퍼니는 10월 초 영국 런던으로 본사를 옮기며 또 한 번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강 대표는 “이 영역에서 가장 발전한 영국 시장에서 더 성장하고 전 세계의 허브 도시 중 하나로서 모든 국가들과도 더 긴밀하게 연결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오후 4시, 줌을 통해 진행됐다. 이경전 경희대 교수가 묻고 강현욱 비프로컴퍼니 대표가 답했다.
[Hello AI]“독보적 영상 분석 기술로 유럽 축구계 사로잡아…‘스포츠계의 구글’이 될 겁니다”
이경전 교수(이하 이경전) : “비프로일레븐이 지난 6월 1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투자금은 주로 어디에 소요할 계획입니까.”


강현욱 대표(이하 강현욱) : “해외 확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위해 우선 경기장에 카메라를 설치해야 해요. 이때 특정 구단에만 설치하면 안 되고 우리 고객사가 뛰고 있는 리그 전체에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죠. 그래야 팀이 원정 경기를 하거나 상대팀을 분석할 때 일관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요. 선투자가 들어가고 이후 회수하는 구조인 만큼 타깃하는 축구 리그들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주로 자금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또 계속해 기술을 개발해야 해요. 엔지니어들을 채용하는 데도 사용할 예정입니다.”


이경전 : “카메라는 직접 개발했나요.”


강현욱 : “기존 제품을 개조해 사용하다가 카메라를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 유럽 시즌 기준으로 내년부터 자체 카메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경전 : “비프로일레븐의 현안은 무엇입니까.”


강현욱 : “코로나19의 여파로 우리 고객사들이 타격을 크게 입었습니다. 구단의 가장 큰 수익 모델은 중계권과 입장권입니다. 시즌이 연기되고 무관중으로 열리고 중계가 취소된 곳이 많았어요. 특히 프로팀보다 하부 리그 팀들이 큰 영향을 받았죠. 유소년 팀들이나 세미 프로팀들도 우리 제품을 쓰고 있거든요.”


이경전 : “(말씀하신 것처럼) 처음 독일에 진출해 1부 리그가 아닌 하부 리그를 공략한 게 스마트한 움직임이었던 것 같아요. 그 부분을 설명해 주세요.”


강현욱 : “아시아인이 B2B 서비스로 유럽에서 바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직도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특히 축구라는 스포츠 시장은 더 보수적이거든요. 우리가 처음 유럽 시장에 진출할 때 실력으로 자신이 있다고 해도 처음부터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같은 곳에 들어갈 수 없었어요. 그런데 관찰해 보니 클럽 안에는 1부 리그만 있는 게 아니었어요. 2부·3부·4부·5부 등 리그가 있고 또 나이별로 19세 팀, 17세 팀 등 있어요. 클럽은 유소년 선수들을 계속 키워 내야 하니까 많은 팀에 투자하고 있죠. 2부가 4부 리그 팀과 같이 뛰기도 해요. 그래서 하부 리그 시장을 먼저 공략했습니다. 이걸 한국에서 먼저 경험했습니다. 한국에서 유소년 팀의 경기 영상 분석으로 사업의 첫 발을 내디딜 때 1년 반 정도 지나면서 ‘유소년 팀들이 K리그보다 더 좋은 플랫폼을 쓴다’는 말들이 나왔죠. 지금은 한국에서 K리그의 탑 구단에까지 서비스하고 있죠. 유럽에서도 똑같이 접근했어요. 처음에 유소년 팀이나 2군으로 진출해 1군으로 올라가는 전략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경전 : “독일에 나가 보니 경쟁사들이 비슷한 기술들을 쓰고 있던가요.”


강현욱 : “기술 기반의 경쟁사는 거의 없었고 이제 조금씩 생기는 추세입니다. 제품 라인을 밸류 체인 관점에서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먼저 영상 촬영 분야입니다. 우리 같이 전면적으로 카메라 시스템을 도입한 데는 없었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는 선구자이고 업계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그다음 영상 편집 프로그램이 있어야 합니다. 로 데이터(raw data)를 가공하고 플랫폼에서 시각화하는 서비스가 필요하죠. 대부분 인력을 고용해 패스와 슛이 몇 개인지 세는 방식으로 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었어요. 우리가 처음 유럽에 진출했을 때는 데이터 분석 영역에서 시작했는데 현장에서 중요한 게 영상 촬영이었어요. 그때부터 카메라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후 편집 프로그램을 출시했습니다.”



비프로 영상 기술은 픽스캠 시스템(Fixed CameraSystem)으로, 먼저 고객 구단의 경기장과 훈련장에 9m 높이의 고정용 카메라를 3대를 설치한다. 비프로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훈련·연습 경기 녹화 버튼을 누르면 촬영이 시작된다. ‘세 대의 카메라’ 촬영 영상을 하나로 합치는 ‘스티칭’ 기술로 하나의 파노라마 장면으로 보여주는 게 차별점이다. 선수 개개인의 슈팅·패스·드리블 돌파 등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선수별 ‘줌 인’과 ‘줌 아웃’도 가능하다. 모든 데이터는 인포그래픽으로 제공돼 각 구단이 활용할 수 있다.
[Hello AI]“독보적 영상 분석 기술로 유럽 축구계 사로잡아…‘스포츠계의 구글’이 될 겁니다”
이경전 : “독일에서 제품이 완성된 거네요. 한국에서는 세 대의 카메라로 촬영하는 시스템이 아니었나요.”


강현욱 : “처음엔 수동으로 촬영된 영상을 받아 우리 소프트웨어를 얹는 방식이었어요. 스케일업(scale-up)의 한계가 있었죠. 보통 인턴이나 로컬 프로바이더가 캠코더로 경기 영상을 찍는데 실수도 많고 가격이 비싼 반면 영상 품질이 좋지 않은 점에 주목해 봤습니다.”


이경전 : “세 개 영상을 합치는 게 쉽지 않은데 어떻게 가능합니까.”


강현욱 : “처음부터 선수들의 피지컬 데이터를 분석해 주는 옵티컬 트래킹 서비스를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축구 데이터 분석의 꽃이죠. 경기 내에서 공과 선수들의 모든 움직임을 프레임별로 계산해 매핑해 주는 겁니다. 그래야 어느 공간이 비어 있고 어떤 선수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다 파악할 수 있어요. 기존에는 위성항법장치(GPS) 기기를 선수들이 착용하고 측정해야 했는데 비프로는 AI 영상 트래킹 기술로 피지컬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이경전 : “법인은 언제 설립했나요.”


강현욱 : “2015년 한국에서 아마추어 축구팀들의 경기 기록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만들어본 게 시작이었습니다. 2016년 K리그 주니어 대회의 전 경기 영상을 분석하는 기회를 얻으면서 본격적으로 이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결국 스포츠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 위해선 유럽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데 이 정도면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이경전 : “한 번 카메라가 설치되면 굳이 다른 회사가 카메라를 설치할 필요가 없잖아요. 경쟁 환경에서 좋은 모델을 구축해 나가는 것 같습니다.”


강현욱 : “하지만 경쟁은 치열한 편입니다. 스포츠 시장의 변화를 읽고 신생 회사들이 들어오고 있어요. 기존의 경쟁 업체는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죠. 특히 중계권을 가진 업체에선 영상과 관련된 모든 것을 갖고 있죠. 그런 경우 경기장이 아닌 훈련장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어요. 훈련을 촬영해 주는 서비스는 없거든요. 또한 유럽 사람들은 제품이나 가격보다 신뢰나 관계를 더 중시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쌓여야 하는데 아시아인이 만든 신생 회사가 언제 서비스를 중단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즌에는 우리가 신뢰할 만한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경전 : “성급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축구 다음으로 준비하는 분야가 있습니까.”


강현욱 : “스포츠 비즈니스에선 특히 스카우트와 중계 시장이 특히 큰 자본이 움직이는 곳들입니다. 우리도 그쪽을 공략해 좀 더 큰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다음 단계로 세계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를 활용해 하부 리그의 중계 서비스를 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1부와 2부 리그는 TV에서 시청하고 그 외 경기는 우리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겠죠. 우리는 중계에 대한 한계 비용이 없다 보니 구독자 수가 적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다음 시즌부터 4부 리그 정도는 모두 중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 고객사도 좋아합니다. 그렇게 되면 축구라는 한 종목에서 기술적으로 풀 수 있는 서비스는 거의 완성했다고 생각해요. 크게 분석·중계·스카우트 등 세 가지 분야를 공략한 후 이를 다른 종목에 적용하려고 합니다. 먼저 미국에서 미식축구와 하키 종목에 분석 서비스를 하려고 합니다. 미식축구팀에서 문의가 먼저 들어왔고 앞으로 이런 기회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경전 : “개인적으로는 최근 GTP-3와 같은 자동화 기술이 기존의 직업을 없애기보다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프로일레븐은 GPT-3 기술을 응용해 축구 경기 자동 중계 아나운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고 기존의 축구 중계 아나운서들은 오히려 동네 축구나 조기축구회 경기를 유튜브로 중계하면서 동네 스타들이 나오게 될 것이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미 중계 서비스를 준비 중인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강현욱 : “이번 시즌 K리그는 전 경기를 라이브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실시간 스트리밍과 라이브 코딩을 통해 경기 중 계속 데이터를 주고 미디어에도 곧바로 자료가 나갑니다. 특히 이번 시즌은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있잖아요. 내부적으로는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보면서 ‘직관 뷰’와 같은 새로운 중계 경험을 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직관을 가는 이유가 현장감과 중계에선 잡히지 않는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을 경험하기 위해서잖아요. 감독이 뛰어나와 소리를 지르는 것도 다 하나의 재미 요소죠. 롱테일 중계를 하면 심심할 수 있기 때문에 축구 게임에서 해설이 나오는 것처럼 유명 캐스터들의 목소리에 자연어 처리를 입혀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경전 : “한 번에 몇 명까지 실시간 분석이 가능합니까.”


강현욱 : “선수들과 주심, 부심 두 명을 더해 총 25명입니다.”


이경전 : “해설자나 아나운서들은 과거 몇 월 며칠에 비슷한 슛 장면이 있었다는 식으로 얘기하긴 어려운데 비프로에선 그런 것도 얘기해 볼 수 있겠죠. 얼마 전 손흥민 선수가 80m를 드리블해 골을 넣었잖아요. 그런 골이 한 번 더 나올 가능성이 몇 % 정도 되는지도 계산할 수 있나요.”


강현욱 : “통계학적 분석을 하긴 하는데 아직 그런 식으로 접근해 본 적은 없습니다.”


이경전 : “비프로일레븐의 글로벌 경쟁 전략은 무엇입니까.”


강현욱 : “지금 서비스하고 있는 국가들이 스포츠 세계에서 강대국들입니다. 유럽에선 영국·스페인·독일·이탈리아·프랑스·오스트리아·노르웨이·네덜란드 등이 있죠. 미국이나 아시아에서는 한국·일본·태국에 서비스하고 있어요. 가끔 왜 이렇게 국가 확장을 빨리 했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먼저 한 국가를 점령하고 다음 국가로 진출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말하는 분들도 있어요. 여기서 관찰한 바로는 국가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서로 다 연결돼 있어요. 유럽에서는 유럽 대항전이 있고 독일과 이탈리아가 맞붙는다고 하면 양 팀의 데이터가 다 필요합니다. 결국 하나의 시장으로 봐야 했습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를 연결하는 업체는 없었습니다. 결국 시간문제일 뿐 지금의 추세가 지속되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경전 : “우리가 줌으로 회의를 하는 것처럼 한 사람이 줌을 쓰면 다른 쪽도 앱을 깔아야 하죠. 예전 페이스북이 그랬듯이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는데 비프로일레븐도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강현욱 :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쓰고 있는 전략은 원정팀 잡기입니다. 한 리그에서 뛰는 20여 개 팀 가운데 한 개의 팀이 첫째 고객이 됐을 때 그 팀은 다른 19개 팀과 최소 한 번 이상 경기를 치릅니다. 자연스럽게 우리의 서비스가 노출되는 기회가 생기는 거죠. 우리는 어차피 두 개 팀을 다 분석하기 때문에 경기가 끝나면 상대팀에 ‘지난 경기를 우리가 분석했는데 한 번 보라’며 시험 서비스를 줍니다. 반응이 괜찮으면 고객이 두 개 팀으로 늘어나죠. 그렇게 절반 정도가 서비스에 대해 좋은 피드백을 주면 리그 차원의 공식 프로바이더로 선정됩니다. 공동의 플랫폼이 되는 거죠.”


이경전 : “스포츠라면 이기는 싸움을 해야 하는데 만약 내일 경기하는 A팀과 B팀에 서로의 전략 정보를 서비스하는 게 가능한가요.”


강현욱 : “우리는 철저하게 플랫폼 사업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못하는 영역들도 있습니다. 팀마다 저마다의 전술과 분석이 명확한데 우리와 생각이 다를 수도 있고 또 권한을 넘어서는 것도 있어 판단을 자제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최근 스포츠 분야에서의 데이터 분석은 점점 보편화되고 공공재성 성격이 짙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선수들에게 잘 전달해 게임에서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각 팀의 몫이 되고 있습니다.”


이경전 : “슬로건이 ‘위 테이크 유 투 더 넥스트 레벨(We take you to the next level)’입니다. 사례로 설명해 주세요.”


강현욱 :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아A의 볼로냐 FC는 이탈리아에서 첫째 고객이었습니다. 첫 미팅을 할 때 코치들의 반응이 뜨거웠어요. 화요일 미팅을 했는데 그 주 목요일에 당장 카메라를 설치해 줄 수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급하게 비행기에 카메라 장비를 싣고 가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볼로냐에서는 특히 상대 팀의 이전 경기 다섯 개 영상을 주면서 분석을 요청했습니다. 2018~2019 시즌 18위 강등권에 머물러 있었는데 우리 서비스를 사용한 뒤 단 한 경기를 지고 전승하면서 10위로 시즌을 끝냈어요. 볼로냐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던 분이 이탈리아 축구협회 보드 멤버였는데 우리 회사의 고문으로 참여했죠.”


이경전 : “AI와 직업과의 관계에서 비프로일레븐은 실제 일자리를 많이 줄이든가요, 아니면 늘리든가요. 축구 선수단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알려 주세요.”


강형욱 : “결과적으로는 늘리는 쪽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기존에 영상을 촬영하던 인턴들은 줄어들 수밖에 없죠. 또 분석관의 역할이 재해석됩니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분석관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기존에는 분석관의 역할이 제한적이었다면 앞으로는 로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가공해 인사이트를 도출하는지 고도의 작업으로 변화해 갈 겁니다. 일자리 창출 면에서는 점차 프리랜서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풀타임으로 월 300만~400만원씩 소득을 올리는 분들도 있죠. 축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부업이 되고 있습니다. 데이터마이닝 실력이 늘어나면서 구단에 취업하는 길도 열리고 있죠.”


이경전 : “로컬의 파트너들은 주로 한국인인가요, 외국인인가요.”


강현욱 : “직원 규모가 인턴까지 포함해 81명인데 이 중 약 60%가 외국인입니다. 비즈니스는 철저하게 현지인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도 직접 세일즈는 하지 않아요.”
[Hello AI]“독보적 영상 분석 기술로 유럽 축구계 사로잡아…‘스포츠계의 구글’이 될 겁니다”
이경전 : “비프로일레븐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합니까.”


강현욱 : “경쟁사 중 미국의 허들이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최근 투자를 받으면서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이 됐어요. 기업 가치가 1조2000억원 정도로 평가됩니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이 회사를 이길 수 있다는 겁니다. 이미 유럽에서 이 회사의 비중을 뺏으면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후 분석 영상의 ‘대중화’를 통해 하부 리그뿐만 아니라 동네 아마추어 조기 축구회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B2B에서 B2C로 확장해 나가면 충분히 더 큰 회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한국에선 내년까지 한국의 모든 고등학교에 카메라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조기축구회의 모든 경기장에 우리 카메라가 달리는 셈이죠. 우리는 한계비용 없이 카메라만 켜면 됩니다. 100조원까지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보는 이유입니다. 목표는 스포츠계의 구글이 되는 겁니다.”
[Hello AI]“독보적 영상 분석 기술로 유럽 축구계 사로잡아…‘스포츠계의 구글’이 될 겁니다”
[Hello AI]“독보적 영상 분석 기술로 유럽 축구계 사로잡아…‘스포츠계의 구글’이 될 겁니다”
[Hello AI]“독보적 영상 분석 기술로 유럽 축구계 사로잡아…‘스포츠계의 구글’이 될 겁니다”
비프로일레븐은?
비프로컴퍼니가 서비스하는 비프로일레븐은 축구 영상 분석, 비프로 ‘올인원(All-in-one)’ 플랫폼을 제공한다. 카메라를 설치해 영상을 촬영하고 득점·실점·슈팅·패스·크로스·드리블 등 분석 데이터를 팀에 제공하고 있다. 한 명의 선수를 클로즈업하는 일반적인 경기 영상과 달리 한 화면에서 22명의 움직임을 자동으로 추적한다. 경기 촬영부터 분석·데이터 관리, 영상 편집, 공유 등을 한 번에 플랫폼 형태로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프로에서 유소년까지’ 모든 팀을 아우른다. 구단은 이를 통해 경기 전술을 짜고 선수 스카우트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누적 투자 유치금은 약 239억원에 달하며 직원 수는 인턴을 포함해 81명으로 성장했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7호(2020.09.26 ~ 2020.10.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