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영화처럼 보이는 이 시나리오는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에 비해 2도 상승했을 때 닥칠 변화를 예측한 것이다. 전 세계는 고도의 산업화를 이룸과 동시에 기후 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2015년 12월 ‘신기후 체제’로 가기 위한 파리기후협약(파리협약)이 채택됐다. 채택된 파리협약은 2020년 말 교토의정서가 만료된 후 2021년 1월부터 적용된다.
파리협약은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모든 국가들이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정하고 실천해 나가자는 실천 강령이다. ◆교토의정서 대체할 ‘신기후 체제’의 협약
파리협약은 2015년 12월 12일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본회의에서 195개 당사국이 참여해 채택했다. 이 협약은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것이다. 총 192개국(191개 국가+EU)이 참여한 교토의정서는 감축해야 하는 온실가스의 목록(부속서A), 감축 의무를 부담해야 하는 국가와 그들의 구체적인 감축량(부속서B)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제1차 공약 기간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부속서B 국가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도에 비해 평균 5.2% 감축하는 게 목표였다.
교토의정서 부속서B 국가들은 1차 공약 기간 동안 22.6%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며 목표치를 훌쩍 뛰어넘은 성과를 거뒀다. 또 세계 128개국에서 약 8000개에 달하는 청정개발제도(CDM) 사업이 수행됐다. 그 덕분에 개발도상국은 감축량을 선진국에 판매해 95억~135억 달러의 수익을 얻었고 선진국도 35억 달러의 비용을 절약했다.
성과를 거뒀지만 교토의정서는 ‘절반의 성공’으로 여겨진다. 환경부가 2016년 펴낸 ‘교토의정서 이후 신기후 체제, 파리협정 길라잡이’에는 교토의정서의 한계와 파리협약과의 차이점이 설명돼 있다.
파리협정이 교토의정서와 크게 달라진 것 중 하나는 다양한 분야를 포괄했다는 점이다. 교토의정서는 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에 집중했다. 반면 파리협정은 감축뿐만 아니라 적응, 재원, 기술 이전, 역량 배양, 투명성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했다. 또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은 물론 이미 발생한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것도 목표로 세웠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재원과 기술 역량 배양 측면에서 개발도상국을 지원할 것도 규정했다.
각국이 감축 목표를 스스로 설정한다는 점도 교토의정서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교토의정서 체제처럼 감축 의무를 ‘하향식’으로 결정하면 행정비용이 많이 든다. 파리협정은 보다 많은 국가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상향식’ 방식을 채택했다. 당사국이 스스로의 상황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목표를 정하도록 했고 이 목표를 ‘국가 결정 기여(NDC)’라고 명명했다.
참가국의 숫자를 늘린 것도 교토의정서에서 한 발짝 나아갔다는 평을 듣고 있다. 교토의정서 제1차 공약 기간 동안 감축 의무를 부담하는 국가 수는 40개 정도였다. 이들 40여 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22%에 불과했다. 특히 중국이나 인도처럼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들이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유로 감축 의무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파리협정은 모든 당사국에게 NDC를 제출할 의무를 부과했다.
◆美 “파리협약은 부당하다”며 탈퇴 공식화
세계 각국은 각 나라별로 NDC를 제출해 2025년과 2030년으로 목표 연도를 잡았다. 목표 유형은 기준 연도 배출량에 대비해 목표를 설정하는 ‘절대량’, 목표 연도의 배출 전망치(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의 배출량 추정치)에 대비해 목표를 설정하는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와 국내총생산(GDP) 단위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목표를 설정하는 ‘집약도’의 세 가지로 나뉘었다.
미국은 NDC로 2030년까지 26~28%의 절대량 감축을 약속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협약 준수 의사를 밝혀 온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절대량 40%를 감축할 것이라고 설정했다. 중국은 2030년까지 GDP 대비 배출량 기준 60~65%를 감축한다. 일본은 2030년까지 26%, 러시아는 2030년까지 25~30%를 감축한다.
모든 당사국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해 온 파리협약은 시행을 3년 앞둔 2017년 미국의 탈퇴 선언과 맞닥뜨리게 된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파리협약 탈퇴를 주장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6월 미국이 파리협약에서 탈퇴하고 새로운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히며 탈퇴를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 기후변화협정은 미국에 가장 부당하다”며 “미국과 미국 시민들을 보호할 자신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파리협정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취한 정책을 폐지 또는 무효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또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며 파리협정 탈퇴가 미국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리협정의 공식적인 탈퇴는 협정 발효 후 3년이 지나고 서면 통보를 통해 가능하며 통보 받은 이후 1년이 지나야 철회 효력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미국은 오는 11월 최종 탈퇴하게 된다.
강대국 미국이 협약 탈퇴 의사를 밝히며 파리협약 체제의 붕괴를 걱정하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탈퇴 의사를 밝힌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파리협약 준수를 공언하며 기후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9월 22일 열린 유엔총회 화상 연설에서 “2030년 이전에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정점에 도달해 감소세로 전환하도록 하고 2060년 이전엔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며 파리기후협약에 따른 이산화탄소 저감 목표를 제시했다. 외신들은 시 주석의 연설에 대해 현재 중국이 온실가스 배출량 1위 국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시 주석은 구체적인 탄소 중립 목표치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인도 또한 비준을 마치며 파리협약 체제 편입에 동의했다.
한국은 세계 12위의 온실가스 다배출국으로 국제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국은 2015년 유엔에 제출한 첫 NDC를 통해 2030년까지 배출 전망치 대비 37%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2019년 NDC 이행의 점검, 평가 체계를 마련하고 2020년 ‘2050년 장기 저탄소 발전 전략’과 ‘제1차 NDC(갱신)’을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할 계획이다. 현재 제2차 계획 기간(2018~2020년) 중인 배출권 거래제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을 이행하기 위한 주요 정책 수단이다. 환경부는 파리협정의 성실한 이행을 위해 제3차 계획 기간(2021~2025년)과 제4차 계획 기간(2026~2030년)을 제1차 NDC의 이행 기간에 맞게 진행한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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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9호(2020.10.17 ~ 2020.10.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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