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3세 정기선·GS 4세 허윤홍,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 진검승부 예고
-바이오·수소·AI에서 신성장동력 찾는 정기선, 스마트시티 등 사업 다각화 속도 내는 허윤홍
-새 주인 누가 되나…후계자 입지 다지고 존재감 발휘할 절호의 찬스
두산인프라코어 탐내는 현대중공업·GS건설 ‘동상이몽’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두산그룹의 캐시카우 두산인프라코어를 품기 위해 현대중공업지주와 GS건설, 유진그룹, 사모투자펀드 회사 등 6곳이 뛰어들면서 인수전 열기가 무르익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예비 입찰에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MBK파트너스, 글랜우드PE, 유진기업, 이스트브릿지, GS건설-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매각 대상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인프라코어 지분 36.27% 전량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 중인 밥캣 지분(51.05%)은 제외됐다. 두산인프라코어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 분할한 뒤 두산밥캣을 거느린 투자회사는 두산중공업과 합병시키고 사업회사만 매각하는 방식이다.

시장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 가격을 경영권을 포함하면 8000억원~1조원으로 예상한다. 두산그룹이 이달 안에 본입찰을 진행하고 연내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 신사업 주도하는 정기선·허윤홍 ‘경영 시험대’

두산인프라코어의 유력 인수 후보로는 현대중공업지주와 GS건설이 거론된다. 이번 인수전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현대중공업그룹과 GS그룹 후계자들의 차세대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진검 승부처라는 점이다.

현대가(家) 3세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과 GS그룹 4세 허윤홍 GS건설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 사람에게 미래 먹거리 확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경영 전면에 나선 두 후계자의 경영 능력을 증명하고 그룹 내 입지를 다지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정 부사장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책임져 왔다. 현대중공업그룹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지주사 경영지원실장까지 총 3개의 직책을 역임하고 있는 정 부사장은 그룹의 디지털 전환과 로봇 사업 등 신사업 발굴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근에는 그룹 내 신사업을 발굴, 육성하기 위한 ‘미래위원회’도 출범시켰다. 미래위원회는 약 20명의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주니어보드 형태의 태스크포스(TF)다. 정 부사장이 미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그룹의 3대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수소·AI(인공지능)를 제시하며 관련 사업 육성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건설기계 부문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는 국내 시장에서 두산인프라코어에 이은 2위 사업자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통해 연 매출 8조원 대의 대형 건설기계업체로 단숨에 뛰어오를 수 있다. 글로벌 건설기계 빅5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고 사업적으로도 시너지를 누릴 수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탐내는 현대중공업·GS건설 ‘동상이몽’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는 오너 경영인 체제 전환을 준비 중인 현대중공업그룹에 갖는 의미 또한 각별하다. 현재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기업결합 심사를 한국 외에 유럽연합,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등 6개국에서 받고 있다.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에서만 승인받은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까지 성사되면 현재 재계 순위 9위 기업집단인 현대중공업그룹이 7위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 빅딜과 건설기계 빅딜로 시장을 재편하고 그룹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윤홍 GS건설 사장에게도 두산인프라코어는 포기할 수 없는 매물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통해 건설장비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신사업 발굴과 사업 다각화를 이룰 수 있고 이 성과를 기반으로 그룹 내에서 더 탄탄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허 사장은 허창수 GS건설 회장의 장남으로 미래 먹거리인 신사업부문을 이끌어오다가 2019년 12월 신사업부문 사장으로 승진해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3분기 GS건설은 신사업부문 매출 1890억 원, 신규 수주 271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분기당 평균 매출이 600억 원대에 그쳤던 신사업부문이 허 사장 취임 이후 1000억 원을 돌파했다. 허 사장이 주도한 폴란드 모듈러 업체 단우드사와 영국 철골 모듈러 업체인 엘리먼츠의 인수가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허 사장은 사장 승진 이후 수처리, 모듈러 주택 사업, 태양광 발전사업, 2차 전지 재활용 사업 등 신사업 개척에 더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GS건설은 올해 상반기 건축·주택 부문(56.5%)과 플랜트 부문(25.8%)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거뒀는데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에 성공하면 주택과 플랜트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다각화할 수 있다.

건설 부문과의 수직계열화가 가능하고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해외 인프라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동반 진출하는 부수적인 인수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특히 GS건설이 스마트시티 사업에서 건설업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만큼 두산인프라코어가 가진 스마트 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드론을 활용한 첨단 측량, 정보통신기술(IT) 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한 스마트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 1조 원 실탄 마련 어떻게? DICC 소송 리스크 주목

현대중공업지주와 GS건설이 인수할 여력이 충분한지 알 수 있는 자금 상황도 시장의 관심사다. 현재 현대중공업지주가 보유 중인 현금은 2분기 기준 2251억 원으로 1조 원대로 예상되는 두산인프라코어를 품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금액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10월 30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두산인프라코어 예비입찰서를 제출했고 현재 실사 중”이라며 “DICC(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 소송 관련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아직 어떻게 해결할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금 마련과 관련해서는 “이와 관련한 증자 계획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확정적인 인수 구조가 안 나와서 현재 정확한 답변을 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지주가 최근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것도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자금 마련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에도 현대중공업지주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에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 지분 17%를 매각해 1조3749억 원을 확보했었다. 지난 6월에는 자회사 현대로보틱스 지분 10%를 KT에 매각해 500억 원을 마련한 바 있다. GS건설은 상반기 말 기준 현금자산이 약 2조에 달하는 만큼 인수를 하는 데 자금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과 관련해 중국법인 DICC 소송전 리스크가 여전히 돌발 변수가 될 수 있어 현대중공업그룹과 GS그룹 중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결과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이 때문에 예비 입찰을 앞두고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이 우발 채무를 모두 감당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두산그룹이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다.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은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 재무적 투자자(FI)와 DICC 지분을 놓고 1조 원대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11년 두산인프라코어는 DICC 지분 20%를 IMM프라이빗에쿼티 등 FI에 3800억 원에 매각했다.

3년 안에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DICC 지분의 80%까지 제3자에게 팔 수 있도록 하는 동반매각청구권(Drag-Along)을 FI에 부여했다. 하지만 IPO와 회사 매각이 무산되면서 2015년 소송전이 시작됐다.

1심에서는 두산이 이겼지만 2심에서는 FI가 승소했다. DICC 관련 우발채무는 이자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청구 금액만 약 7200억 원으로 투자금을 둘러싼 송사가 5년간 이어지면서 소송가액 역시 크게 불어났다. 상고심 결과는 내년 이후에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만약 대법원이 두산그룹에 패소 판결을 한다면 1조 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하게 될 전망이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2호(2020.11.09 ~ 2020.11.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