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토끼’ 외면에 내수 부진…신규 시장 개척 필요성 증대
-전기차 시대 발맞춰 고성능 전용 타이어로 돌파구
배터리 이어 전기차 타이어도 뜬다...고속 질주하는 'K-타이어'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전기차 시대를 맞아 타이어 ‘빅3’가 전기차 전용 고성능 타이어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금호타이어·넥센타이어 등 타이어 3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내수 부진 등 이중고에 시달리며 올해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낸 가운데 전기차용 고성능 타이어 개발에 속도를 내며 신시장 개척에 시동을 걸고 있다.

◆ 타이어 빅3, 전기차 전용 타이어 개발 속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는 전기차 상용화 이전부터 전기차 세그먼트별 맞춤형 기술 개발로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2세대 전기차 타이어 ‘키너지 AS EV’를 선보였다. 키너지 AS EV는 최적의 피치 배열을 통해 주행 시 발생하는 특정 주파수의 소음을 억제하는 다양한 소음 저감 기술이 적용돼 전기차에 최적화된 저소음 환경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타이어는 독일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의 최초 순수 전기차 ‘타이칸(Taycan)’, 테슬라의 ‘모델3’ 등 전기차 모델에 ‘벤투스 S1 에보3 ev’를 신차용 타이어(OE)를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신차용 타이어(OE) 공급 비즈니스는 타이어 기업의 기술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꼽힌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엄격한 공급 조건을 충족시키면서 신차 출시에 맞춘 최첨단 타이어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품 선정에 있어 까다롭기로 유명한 포르쉐가 자사의 첫 전기차 모델에 국산 타이어를 선택한 것은 그만큼 기술력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한국타이어는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전기차 레이싱 대회 ‘ABB FIA 포뮬러 E 월드 챔피언십’에 3세대 경주차가 도입되는 2022~2023 시즌부터 전기차 타이어를 독점 공급하게 됐다.
배터리 이어 전기차 타이어도 뜬다...고속 질주하는 'K-타이어'
금호타이어는 2013년 국내 업계 최초로 전기차 전용 타이어인 ‘와트런(WATTRUN)’을 개발했다. 와트런은 패턴, 재료, 구조 측면에서 전기차의 요구 성능에 최적화해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와트런은 2013년부터 르노삼성의 전기차 SM3 Z.E에 신차용 타이어(OE)로 단독 공급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내수 시장 기반 공급을 바탕으로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는 물론 북미·유럽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까지 와트런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넥센타이어는 현재 현대차 ‘코나 EV’, 기아차의 ‘소울 EV’ 이외에 북경현대, 북경전기차 등의 전기차에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카누(Canoo)’의 차량에 신차용 타이어(OE) 공급 계약을 맺었다. 카누가 2022년 내놓는 첫 전기차 ‘카누’에 넥센타이어가 올 시즌 프리미엄 SUV 타이어 ‘로디안 GTX’를 전기차용으로 개발한 ‘로디안 GTX EV’를 공급할 계획이다.

넥센타이어는 전기차용 타이어 개발뿐 아니라 미래차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도 지속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인하대와 함께 빅데이터를 활용해 타이어 소음을 저감하는 예측 시스템도 구축했다. 넥센타이어는 소음 저감 예측 기술뿐만 아니라 앞서 연비 향상을 위한 에어로다이나믹 저감 예측 기술을 개발하는 등 기술 역량 강화를 통해 프리미엄 신차용 타이어(OE)와 교체용 타이어(RE) 제품 적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 테슬라·포르쉐 전기차 모델에 국산 타이어 장착

타이어업계가 전기차 전용 타이어 개발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신규 시장을 개척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집토끼’와 같았던 현대·기아차가 고급화 전략의 일환으로 수입 타이어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기아차는 제네시스를 비롯해 팰리세이드, 그랜저, 쏘나타, K5 등 주요 모델에 미쉐린·콘티넨탈·피렐리 등 수입 브랜드를 채택하고 있다.

주요 고객이었던 현대·기아차의 외면으로 내수에서 고전했던 업계는 최근 수입차 브랜드의 전기차 타이어 공급 계약을 따내며 해외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포르쉐와 테슬라 등 전기차 주력 모델에 국산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는 한국타이어가 대표적이다.

업계는 전기차 고속 성장에 발맞춰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한 전용 타이어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전기차 시장은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10년 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31%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배터리에 이어 전용 타이어의 성장세도 기대해볼 만하다. 기존에는 일반 타이어를 전기차용으로 성능을 개선해 공급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근래에는 전기차 특성에 최적화한 전용 타이어를 개발하는 추세다.
배터리 이어 전기차 타이어도 뜬다...고속 질주하는 'K-타이어'
◆ 일반 타이어 장착 시 수명 빨리 줄고 소음 커져

전기차에는 반드시 전용 타이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전기차에도 기존 내연기관차와 동일한 타이어를 장착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기차에는 그 특성에 맞는 타이어가 필요하다.

전기차는 고출력, 저소음, 고연비의 특성을 가지며, 무게가 약 200kg에 달하는 대용량 배터리가 장착되므로 차량의 중량 또한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약 100~300kg가량 무겁다. 무거워진 차체로 인해 일반 차량에 쓰이는 타이어를 쓰면 타이어 마모가 심해져 타이어 수명이 현저히 줄어들고 소음도 커진다. 실제 타이어의 마모도는 중량에 비례한다. 배터리 때문에 타이어 하중 부하가 높아지기 때문에 견고한 내구성을 지녀야 한다.

전기차 특유의 빠른 응답성과 높은 토크도 고려해야 한다. 전기차는 배터리의 한계로 인해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짧은 편이다.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타이어의 낮은 회전 저항(RR)이 중요하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엔진 소음이 없어 노면 소음이 더 크게 들리기 때문에 노면 소음을 최소화하는 저소음 설계 기술도 중요하다.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최대 토크에 도달할 수 있는 전기모터의 고출력과 강력한 초기 가속력을 손실 없이 노면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접지력과 핸들링, 제동성 등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타이어업계는 이처럼 전기차가 요구하는 성능에 최적화한 전용 타이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2호(2020.11.09 ~ 2020.11.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