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케이스 스터디 KT&G = 코로나19 뚫고 시장 개척, 글로벌 톱4 노린다]
- 3년간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신제품 7종 선보여
- 일본·러시아·우크라이나 등 글로벌 공략 ‘시동’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KT&G가 한국의 전자담배 시장을 무서운 속도로 흡수하고 있다. 궐련형 담배 디바이스 ‘릴(lil)’ 점유율이 편의점 판매량(CVS) 기준으로 60%를 넘어섰다.

한국의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의 10명 중 6명이 KT&G의 전자담배 기기를 사용하는 셈이다.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전용 스틱의 국내 판매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7년 78만 갑, 2018년 332만 갑, 2019년 361만 갑이 팔렸고 올해는 3분기까지 282만 갑이 판매돼 역대 최대 판매량을 눈앞에 두고 있다.

◆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승부
10대 중 6대는 ‘릴’, 한국 전자담배 시장을 평정하다
사실 KT&G의 전자담배 릴은 경쟁사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의 아이코스,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의 ‘글로’보다 수개월 늦게 시장에 나왔다.

더욱이 아이코스나 글로는 이미 일본 전자담배 시장에서 사업성을 인정받은 후 한국에 들어온 터라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시장에 스며들었다. 진출 시기를 놓친 KT&G로서는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KT&G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으로 대응했다. 소비자의 니즈를 발 빠르게 파악하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앞선 기술력을 선보였다. 실제로 KT&G는 궐련형 전자담배 릴 브랜드 첫 모델 출시 이후 3년 동안 기능과 디자인을 개선한 7가지 모델을 출시했다.

연사, 휴대 편의성, 연무량 등 소비자들이 전자담배에 아쉬워하는 기능을 지속적으로 보완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들은 4가지 모델을 출시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첫 모델 출시 후 불과 6개월 만에 선보인 ‘릴 플러스’는 듀얼 코어 히터를 적용해 더욱 풍부한 맛을 냈고 ‘하이트닝 클린’ 시스템으로 청소 용이성을 높였다. 이어 기능 대신 디자인을 강화하고 무게를 40% 줄인 ‘릴 미니’도 선보였다.

릴 미니 이후 불과 1개월 만에 선보인 ‘릴 하이브리드’는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새로운 영역을 구축했다. 연무량이 더욱 풍부하고 궐련형 전자담배 특유의 ‘찐내’를 동시에 해결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제품이었다.

올해도 신제품 출시는 이어지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 최초로 모든 작동 버튼을 없앤 ‘릴 하이브리드 2.0’ 제품을 내놨고, 지난 11월 9일엔 2세대 제품 ‘릴 솔리드 2.0’도 출시했다. 끝까지 균일한 맛을 제공하는 ‘서라운드 히팅’ 기술과 배터리 효율을 개선해 완충 시 30개비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KT&G의 전자담배 릴은 더 이상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제는 첨단 기능을 탑재한 디바이스를 앞세워 시장을 움직이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KT&G가 꾸준히 신제품을 선보이는 과정에서 등록한 특허 출원 건수를 보면 알 수 있다.

2017년 80건에 불과했던 관련 특허 출원 건수는 2018년 217개, 2019년 365건으로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에만 397건을 출원해 이미 지난해 기록을 넘어섰다.

그중에서도 릴 하이브리드 2.0에 적용된 스마트 온 기능은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특허가 됐다. 릴 관련 해외 특허는 지난해 179건, 올해 상반기 221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릴 하이브리드는 KT&G의 독자적인 기술이 집약된 차별화된 제품으로 소비자들과 업계로부터 혁신성을 높이 인정받았다.

특히 지난해 3월 해외 시장 최초로 미국 면세 박람회에서 공개된 릴 하이브리드는 제품을 보기 위해 몰려든 200여 팀의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아름답고 혁신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후에도 독일 ‘담배 산업 박람회’ 등에 출품돼 기술력을 인정받아 여러 해외 유통 업체들로부터 업무 제휴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최고의 기술력으로 글로벌 진출
10대 중 6대는 ‘릴’, 한국 전자담배 시장을 평정하다
이러한 KT&G의 독자적인 전자담배 기술력은 경쟁사와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올해 1월 아이코스를 만드는 경쟁사 PMI와 손잡고 릴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 릴은 PMI의 유통망을 통해 우크라이나·러시아·일본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아이코스 전자담배를 보유한 PMI 측에서 경쟁 제품인 릴의 유통을 맡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PMI 측에서 릴의 기술력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PMI는 한국과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에서 릴 제품을 판매하게 된다.

미시라 디팍 PMI 최고전략책임자(CSO)는 “KT&G의 제품은 혁신적이며 아이코스와는 서로 보완적인 관계다. PMI는 더 많은 대안 제품과 더 다양한 기술을 원하며 KT&G 제품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복인 KT&G 사장은 “PMI와의 전략적 제휴로 KT&G의 브랜드 경쟁력과 혁신적인 제품 개발 능력을 다시 한 번 인정받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PMI가 보유하고 있는 풍부한 자원과 지식, 거대한 유통 마케팅 인프라를 활용함으로써 해외 시장 고객들에게 더 좋은 제품을 제공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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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3호(2020.11.16 ~ 2020.11.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