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 이미 400명 퇴사 신청했지만 권고사직 압박까지
- ‘부분 아웃소싱’ 전환 불가피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면세점사업부(TR디비전) 현장 인력(미엘)에 대한 대규모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퇴사 위로금을 직급이나 연차에 상관없이 1억원이나 지급할 만큼 의지가 강력하다.

인력 감원 규모도 워낙 커 사실상 면세 사업에 대한 구조 조정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희망퇴직의 핵심이 면세점 현장 인력에 대한 ‘부분 아웃소싱’ 전환 작업이라고 분석한다.

남은 인력은 지금처럼 직접 고용으로 핵심 면세 사업장을 관리하고 기타 면세 사업장은 아웃소싱으로 운영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현재 LG생활건강 화장품 부문 면세점 사업부에서 운영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아모레, 면세 사업 인력 70% 감원…사실상 ‘구조 조정’ 단행
◆ 위로금 1억원 내걸고 강도 높은 감축

아모레퍼시픽그룹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1월 13일 TR디비전사업부 미엘 750여 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공지하고 11월 16일부터 본격 접수에 나섰다.

전사 차원에서 진행하는 15년 차 이상 인력에 대한 희망퇴직과 달리 근속 연수나 직급에 상관없이 미엘 전 인력을 대상으로 하며 전체 인원의 약 30% 수준인 240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가이드로 제시했다. 희망퇴직자에 대한 보상도 전사 차원에서 진행하는 조건보다 후한 위로금 1억원을 내걸었다.

접수 첫날에만 약 300명에 가까운 인력이 희망퇴직을 신청했고 미엘 중 고연차 핵심 인력인 매니저급의 희망퇴직 비율 역시 30% 내외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 측은 예상보다 많은 신청으로 이튿날에는 접수를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재공지를 통해 희망퇴직 접수를 계속 이어 간다는 뜻을 밝혔고 희망퇴직 접수 3일 차인 11월 18일에는 전체 인력의 50%가 훌쩍 넘는 400명 정도가 신청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퇴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당초 아모레 측이 공지한 미엘 희망퇴직 접수는 11월 18일까지였지만 11월 24일까지 연장했다. 구체적인 희망퇴직 규모도 어느 정도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전체 인원의 70% 정도인 500명까지 접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1월 19일 현재 아모레 측은 희망퇴직자 수가 미달되면 권고사직도 진행할 방침이다. 특히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권고사직 대상자 리스트를 만들어 공지하고 최대한 희망퇴직을 유도하기로 했다.

아모레는 이번 TR디비전사업부의 대대적 인원 감축이 마무리되면 사업부서 구조 조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아모레의 TR디비전사업부는 영업1~3팀·ec팀·교육팀·지원팀·글로벌팀 등으로 나뉘어 있는데 미엘이 근무하고 있는 영업팀이 1개로 축소되는 방안이 유력하다.

미엘 직군의 70% 감원으로 자연스럽게 영업팀 2개가 축소되는 구조인 셈이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그룹 측은 “일단 계획일 뿐 사업 구조 개편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 ‘불안·압박·배신감’에 떠나는 미엘들

현재 아모레퍼시픽 TR디비전사업부 미엘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상당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모레의 K뷰티 부흥을 현장에서 이끌어 온 이들이기 때문이다.

별도의 창고 관리 직원이 없었을 당시 미엘들은 창고 관리까지 짊어졌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한 미엘은 “대부분 미엘들의 손을 보면 박스를 뜯다 생긴 상처로 온통 흉터투성이다. 제대로 앉아서 쉬어 본 적도 없다”며 “밀려드는 고객을 응대하며 매장별로 하루에 수억에서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미엘들은 ‘미운 오리’로 전락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타격, 사드와 코로나19 등의 외부 요인으로 인한 매출 부진의 책임이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분위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미엘들에게 혹독했다. 코로나19가 터진 올해 초부터 인원 감축 압박에 시달렸다. 백화점 파견, 타팀 부서 이동 등이 잦아졌다. 본사에서 진행한 교육과 워크숍에서는 빠짐없이 ‘인력 감축은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왔다.

그리고 11월 13일 결국 그룹 전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희망퇴직과 규모나 강도의 차원이 다른 인원 감축 공지가 올라왔다.

전체 인원의 50%가 훌쩍 넘는 이들이 희망퇴직을 선택한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불안감’이다. 회사가 평생직장이 돼줄 수 없다는 불안감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젊은 미엘들에게 이런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희망퇴직 신청자 중 상당수가 5년 차 미만의 미엘들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둘째, ‘압박감’이다. 아모레 측은 올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구조 조정 계획을 미엘들에게 전달했다. 특히 희망퇴직 신청 종료 후에는 저평가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별도 진행한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럴 경우에는 위로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셋째, ‘배신감’이다. 이는 희망퇴직을 신청한 고연차 미엘들이다. 10년 이상 아모레에 몸담으면서 K뷰티의 부흥을 이끈 주역들이지만 지금은 회사에서 필요 없는 인력으로 취급받는다고 느낀다.

회사의 어려움, 위기 상황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이들이지만 회사가 예고한 희망퇴직 규모와 강도의 차원이 다른 희망퇴직을 적용하는 것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한 미엘은 “회사가 어려우니 전사적으로 감내하고 극복 방안을 찾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 직군만 특정지어 전체 인력의 70%를 퇴사시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미엘들의 대규모 희망퇴직으로 아모레 면세점 현장 인력의 질적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각 제품에 대한 이해도와 이를 전달할 수 있는 외국어의 적절한 표현 방법을 숙지해야 하는데 숙련되기까지 상당한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4호(2020.11.23 ~ 2020.11.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