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뼈아픈 실책 공격 포인트로” 너도나도 대책 내놔
“정부 정책 폭망” 비판하고 시장 원리 존중 · 공급 확대 공통점
[홍영식의 정치판] 野 대선 · 서울시장 후보, 부동산으로 경쟁 불붙다
[홍영식 대기자] 내년 예정된 서울시장 보궐 선거와 2022년 대선에 나설 야당 후보들 간 경쟁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출마를 선언하거나 캠프를 차리는 등 여당에 비해 일찍 레이스에 들어간 양상이다.

후보들이 처음으로 꺼내는 화두는 부동산 문제다. 너도나도 잇달아 대책을 내놓고 있다. 현 정부의 가장 약한 고리, 뼈아픈 실책을 공격 포인트로 삼고 대안을 제시해 국민들의 시선을 끌겠다는 전략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세금 폭탄, 규제 폭탄으로 공격하고 시장의 원리를 존중해 규제를 풀어 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잡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21대 국회 첫 법안으로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에 관한 법 등도 발의했다. 재건축 시 국민주택 건설 의무 비율 폐지, 재건축 안전 진단 제도 개선 등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금 부과를 2025년까지 유예하고 시·군·구인 투기 과열 지구를 읍·면·동으로 축소하는 내용도 있다. 홍 의원은 정부의 부동산 관련법을 국민 재산권과 기본권인 주거의 자유가 과도하게 침해되는 반헌법적이라고 규정하고 “서민들의 집 걱정을 덜기 위해선 공급 확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희망22’ 사무실을 열고 대선 준비에 들어간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주택 문제를 토론회 첫 주제로 잡았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비판으로 포문을 열었다. 유 의원은 “정부가 공시지가 현실화라는 명목으로 세금을 올리고 있다”며 “중산층과 서민의 과도한 세금 부담에 대해 걱정하고 대안을 내놓는 당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자가 소유로 옮겨 가는 ‘주택 사다리’ 개념을 제시하고 “청년들이 중·장년과 노년으로 가면서 자기 집을 마련하게 하는데 문재인 정부가 철저히 실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년·신혼부부 겨냥한 ‘주거 사다리’ 대책도 내놔

유 전 의원은 여권을 향해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의 원상 복구를 촉구했다. “주택 금융을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전월세 보증금 대출·주택 담보 대출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부동산 실책을 불러온 당국자의 해임을 촉구했다. 민간 시장 기능을 살려 임대 주택 공급 기능을 되살리고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 대안을 제시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재직 당시 추진한 장기 전세 주택과 반값 아파트 공급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토지주택공사(SH)를 활용하면 반값 아파트를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 초기 토지임대부 분양 정책으로 보금자리 주택을 공급한 것이 집값 안정에 효과를 봤다”고 했다. 분양 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후분양제, 지분 적립형 주택,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임대 주택 공급도 제시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가 이 정권의 무덤이 되고 정권 재창출의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어떻게 하면 공급을 늘릴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1가구 1주택자까지 징벌적 과세하는 것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임대 주택, 임대 주택 하는데 30대는 ‘평생 임대 주택에서만 살라는 것이냐’라고 불만이 팽배하다”며 “‘내 집을 마련하는 게 문제니 공공 임대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해 유럽처럼 하자’는 게 어떻게 주택 정책이 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유럽과 한국은 다르다. 한국에서 내 집 마련은 노후 보장과 상속의 의미가 있다”며 “자가와 임대를 이동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차원에서 청년과 신혼부부에 대한 대출 상한을 90%로 올려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게 하자는 ‘처음 주택’론을 제시했다. 그는 “젊은 부부들이 임대 주택을 지렛대 삼아 자기 힘으로 주택을 사고 노후도 준비하도록 정부가 돕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장 후보들도 부동산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은 구 차원에서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에 대해 재산세 인하를 추진해 주목받았다. 조 구청장은 ‘청년 내집주택’을 제시하고 있다. 청년·신혼부부에게 시세의 70~80%로 저렴하게 분양하고 분양가의 20~30%를 내면 소유권을 이전해 줘 집 주인으로 만들어 준 뒤 35년간 임대료와 비슷한 저리의 주택 모기지로 원리금을 갚게 하는 정책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 해제된 뉴타운을 되살려 신뉴타운을 만들어 거기에 청년 내집주택을 넣자는 게 조 구청장의 제안이다.

경부고속도로 한남나들목에서 양재나들목까지 복층 터널로 지하화하고 지상의 고속도로 양쪽 완충 녹지 29만7521㎡(약 9만 평) 가운데 23만1405㎡(약 7만 평)를 활용하면 약 1만 가구의 청년 내집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 조 구청장의 복안이다. 또 “반포·서초·양재나들목에 11만9008㎡(약 3만6000평) 도로 부지를 상업 지역으로 변경한 뒤 민간에 매각한 부지를 용적률 1000%로 개발하고 이 가운데 주거 비율을 50%로 하면 민간 분양 주택 5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심 고밀도 재개발·재건축 통한 공급 확대도 공통점

국회 본회의 ‘5분 발언’으로 화제를 모은 윤희숙 의원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지역에 집을 공급하는 게 답인데 정부가 이걸 자꾸 회피하니 대책이 나오지만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국민들은 수요보다 공급이 적은 게 문제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며 “공급을 늘리는 과정에서 가격이 더 오를 수 있지만 책임 있는 정부라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장기적으로 맞는 길로 가야 한다”고 했다. 11월 19일 발표된 정부의 24번째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중산층까지 공공 임대 주택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은 해괴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혜훈 전 의원은 마포포럼 세미나에서 “내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의 핵심 이슈는 집값과 전셋값이 될 것”이라며 “집 걱정부터 덜어드리는 시장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한강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혼부부와 육아 부부에게 특화된 지분 적립형 주택 단지 공급 △강북·강서 4개 권역에 80층 규모의 직장·주거 복합 단지 건설 △재개발·재건축 정비 사업 조속 추진을 약속했다. 전세 대책으로는 단독주택을 다세대·다가구로 재건축할 때와 장기 공실 중인 꼬마 빌딩을 주거 전환으로 리모델링하는 임대 사업자에게 세제·금융 지원을 약속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은 도심 고밀도, 고층 재개발·재건축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왜 자꾸 신도시를 만들어 밀어내려고 하나”라며 “서울역에서 용산역까지 철로 위에 30층, 50층 아파트를 올리면 1만 가구는 지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밤만 되면 도심이 뻥 뚫려 완전히 공동화된다”며 “왜 명동도 미국 뉴욕 맨해튼처럼 100층짜리 건물 짓는 것을 허락하지 않나. 정말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4호(2020.11.23 ~ 2020.11.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