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AI=활용 사례]
- 이석영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부사장…“AI 자체로 부가가치 창출은 한계…제품·서비스와 결합해야 시너지가 납니다”
“카카오워크로 계정 7만 돌파, ‘일하는 환경’ 혁신합니다”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카카오의 종합 업무 플랫폼 ‘카카오워크’가 출시 두 달 만에 워크스페이스 개설 수 7만 개를 돌파했다. 기업이나 조직이 개설한 계정이 7만 개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누적 사용자 수는 10만 명을 돌파했다. 최근 재택근무 확대로 협업 툴의 가치가 떠오르는 가운데 카카오워크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9년 12월 3일 카카오 AI랩에서 카카오의 인공지능(AI) 기술 자회사로 공식 출범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출범 1주년을 맞았다. 이석영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부사장을 만나 카카오워크와 AI의 경쟁력에 대해 들어봤다.


부사장님은 카카오워크를 총괄하셨습니다. 카카오워크만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업무 영역에 AI 기술을 결합해 일하는 환경을 개선하고자 합니다. 좀 더 효율적이고 성과 중심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리 팀의 미션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카카오워크는 카카오톡과 여러 사용성이 유사하게 설계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멤버 관리 기능, 할 일 등록, 화상 회의, 근태 관리 기능과 같은 카카오워크만의 업무 맞춤 기능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모든 대화창에 AI 어시스턴트 ‘캐스퍼’를 기본 탑재하는 것도 특징입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로 새 출발한 뒤 지난 1년 동안 어떤 활동에 주력해 오셨습니까.
“카카오워크를 잘 만들어 출시하는 게 일차적인 목표였고 성과입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원격 근무가 보편화되고 일의 환경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협업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중요해지는 시대입니다. 물론 코로나19 상황이 전개되기 전부터 준비해 왔지만 더 속도감 있게 선보여야 했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최대한 시장의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을 준비하는 데 역량을 모았고 첫 출발을 안정적으로 했다고 생각합니다.”



카카오AI랩 시절부터 AI를 연구했다고 들었습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AI 연구 분야와 역량이 궁금합니다.
“카카오AI랩은 2017년 설립된 이후 수준 높은 기술 역량을 가진 엔지니어들이 모여 있습니다. 음성 인식, 자연어 이해, 이미지 인식 등 AI 요소 기술을 다루는 분들이 대거 포진해 있고 뉴럴 네트워크와 딥러닝 또한 검색 기술, 데이터 추천 및 분석 기술이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이 모든 것들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AI 엔지니어 기술 집단입니다. 카카오와 다음의 검색 서비스에도 우리가 기술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카카오i와 카카오미니로 대변되는 AI 제품과 서비스도 담당을 합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800여 명의 임직원 중 70~80%가 개발자에 해당합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로 분사하면서 새로운 미션을 부여받았습니까.
“AI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하면서 느낀 것은 AI는 기술만으로 부가 가치를 만들어 내기보다 서비스나 제품에 결합될 때 확실한 시너지가 난다는 겁니다. 그동안 우리 내부의 고급 기술들을 카카오나 다음의 브랜드에 결합해 제공해 왔습니다. 최근 전 산업군에서 모든 회사들이 제품과 서비스에 AI 결합을 원하고 있습니다. 더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성을 느꼈고 무엇보다 이 정도 규모의 고급 AI 기술을 운용하고 유지할 수 있는 회사는 대한민국에 몇 안 된다고 판단합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출범한 배경은 기술 선도 기업으로서 각 회사들이 비즈니스 본질에 집중하면서 AI를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미션이라고 생각하고 그러한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분사를 결정했습니다.”



B2B 비즈니스에서 어떤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습니까.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AI 기술과 기업들이 개선하고자 하는 업무 환경 등 두 가지 영역에서 개선점을 찾고 있습니다. 단순히 B2B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게 아니라 AI 기술을 활용해 기존의 B2B가 가진 문제를 풀어낸다는 관점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카카오워크도 업무용 메신저를 만들어 제공하겠다는 게 미션이 아닙니다. AI 기술을 통해 ‘일하는 환경’을 더 좋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일하는 환경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통해 일상생활의 커뮤니케이션과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력을 끼쳐 왔습니다. 그러한 기업의 오리진과 근원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AI 기술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입니다. 지난 2~3년간 AI 기술은 대화하는 봇(BoT)의 형태로 관심을 많이 받았습니다. 스마트 스피커, AI 어시스턴트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카카오워크라는 업무용 메신저를 통해 업무 커뮤니케이션의 혁신을 도모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분야에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컴퓨터와 자연어 기반으로 대화하는 것은 오래된 숙제입니다. 최근 GTP-3라는 언어 모델이 각광 받기도 했죠. 언어의 이해에서 검색 기술의 기반은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카카오 주가’와 같이 키워드 중심의 검색을 하지만 예전에는 ‘카카오 주가 알려줘’처럼 좀 더 자연어에 가까운 검색을 했습니다. 검색 서비스를 제대로 운영해 온 회사들이 AI 분야에서도 강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실제 카카오미니에서 이해되는 대화 패턴의 수는 하루 60만~70만 개에 달합니다. 지금은 기존의 ‘룰 베이스’에서 벗어난 것도 이해하는 구조로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술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MRC로 불리는 기계 독해도 질문에 가장 가까운 답을 제시하는 수준으로 진보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AI는 글로벌 기업을 포함해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


카카오워크에는 어떤 AI 기술이 집약돼 있습니까.
“기본적으로 카카오톡이라는 전문 메신저를 10년간 운영한 경험과 기술이 반영돼 있습니다. 심플하지만 중요한 부분입니다. 실제 기업들을 만나보면 기업 사내 메신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톡을 어쩔 수 없이 쓰는 곳이 있습니다. 메신저를 잘 만드는 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카카오워크는 여기에 검색 기술과 AI 기술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통합 기술을 거의 완전한 형태로 협업 툴에 적용한 사례입니다. 사실상 검색 기술과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함께 제공하는 회사는 우리가 유일합니다. 다른 곳은 커뮤니케이션 기술만 있거나 검색 기술만 가지고 있는 식입니다. 카카오워크에 통합 기술을 넣는 것 자체가 엄청난 도전이었습니다. 또한 AI 어시스턴트 ‘카카오 i 캐스퍼’가 모든 워크스페이스에 탑재돼 있습니다. AI 플랫폼 카카오i라는 하나의 엔진에서 제품별·회사별로 다르게 동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것은 중요한 기술적 진보입니다.”


보안 이슈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전체 메시지에 ‘종단 간 암호화’를 적용하는 부분입니다. 메시지가 암호화를 계속 유지한 상태로 사용자에게 전달됩니다. 텔레그램과 같은 경우 비밀 채팅방에서만 종단 간 암호화를 적용하고 있는데 카카오워크는 모든 메시지의 모든 구간에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내부 시스템 관리자를 비롯해 사용자를 제외하고 그 누구도 메시지 데이터를 볼 수 없게 됩니다. 높은 기술적 성취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용 메신저 시장을 어떻게 봅니까.
“카카오워크를 준비하면서 30여 개 이상의 기업들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기업 커뮤니케이션에서 메일과 전화의 사용량이 줄어드는 반면 메신저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과연 카카오톡만으로 충분할 것인지, 전문 메신저가 필요할 것인지 중점적으로 들여다봤고 사적 네트워크와 공적 네트워크가 섞이지 않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전화는 상대방의 시간을 같이 점유하기 때문에 심리적 저항감이 높습니다. 메일은 정돈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감을 갖게 됩니다. 메신저가 상대적으로 갖는 장점은 편안함입니다. 그렇다 보니 메신저를 통해 할 수 있는 업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카카오 내부에서도 메신저를 통해 의사 결정하는 빈도와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수십 억원이 오가는 중요한 결정도 메신저를 통합니다. 기존에도 여러 업무용 협업 툴이 있지만 우리는 시장 경쟁에서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고 시장이 가장 원하는 모습으로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AI 어시스턴트가 실제 비서와 같이 일을 돕지는 못합니다. ‘AI 비서’의 진화 과정에 대해 말씀 부탁합니다.
“회사의 임원들은 스마트한 비서를 두고 있습니다. 바쁜 직장인들에게도 모두 이러한 비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쓸 수 있는 AI 비서를 궁극적인 진화로 보고 있습니다. 크게 몇 단계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자연어 기반으로 정보 검색을 빠르게 하고 묻는 것에 대해 정답을 주는 형태로 구현돼 있습니다.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일정 조율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캐스퍼가 양쪽의 일정을 확인해 적절한 미팅 상황을 제안하고 회의실까지 연결해 줄 수 있을 겁니다. 그다음 단계는 변동 상황에 대응하는 AI 비서입니다. 일정이 바뀌거나 여러 변동 상황에 대해 캐스퍼가 미리 알려주는 식입니다. 더 나아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고 영화 ‘허(HER)’에 등장한 AI 비서와 같이 사람에 근접한 형태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5호(2020.11.30 ~ 2020.12.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