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수장 교체 앞둔 경제 단체 빅2
-대한상의는 최태원·구자열 회장 유력 후보로 거론
박용만·허창수 이을 차기 ‘재계 얼굴’ 누가 될까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주요 경제 단체 수장들이 2021년 초 줄줄이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차기 회장이 누가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대한상의 회장인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내년 3월, 전경련 회장인 허창수 GS 명예회장은 내년 2월 각각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빅2’ 경제 단체 수장의 임기 만료가 약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임 회장에 대한 하마평도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재계에선 최태원 SK 회장과 구자열 LS그룹 회장 등이 대한상의의 유력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SK그룹과 LS그룹 모두 “회장직을 검토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최 회장과 구 회장이 남다른 리더십으로 활발한 경영 활동을 이어 가고 있고 추진력이 뛰어난 재계 리더로서 정부와 재계의 가교 역할을 하고 대기업과 중견·중소상공인 등 이해관계인들과 협력을 조정할 적임자라는 평가다.
박용만·허창수 이을 차기 ‘재계 얼굴’ 누가 될까


◆ 대한상의 ‘재계 맏형’ 최태원·구자열 하마평…전경련은 아직 없어

특히 평소 사회적 가치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조하며 재계에서 기업 경영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는 최 회장의 회장직 수락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가 쏠린다.

최 회장은 경북 안동에서 10월 30일 열린 인문 가치포럼 기조 강연에서 “기업인으로서 다양한 이해관계인을 대상으로 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은 물론 주어진 새로운 책임과 역할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대한상의 차기 회장 수락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최근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총수들이 회동하면서 가장 연장자인 최태원 회장의 역할론도 대두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4대 그룹을 중심으로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새로운 소통 창구의 필요성도 증대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전경련이나 대한상의 등 경제 단체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2016년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이들 4대 그룹이 모두 전경련을 탈퇴했기 때문에 대한상의가 사실상 4대 그룹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전경련에서는 후임 회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이 아직 없다. 전경련 회장은 2년 임기에 연임 제한이 없어 2011년 취임한 허창수 회장이 4연임으로 역대 최장수 회장이 됐다. 부회장단으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신동빈 회장은 과거 전경련 회장 후보로 거론돼 왔지만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의 회장은 임기 3년에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박용만 회장이 2013년 8월 손경식 회장의 후임으로 상의 회장에 취임해 1년 반의 잔여 임기를 수행한 뒤 2015년 3월 만장일치로 제22대 회장에 추대됐다. 2018년 3월 연임에 성공하며 현재까지 7년째 회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겸직하는 관례에 따라 박 회장이 서울상의 회장과 대한상의 회장을 겸직해 왔다. 서울상의 부회장단에는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차 사장, 권영수 LG 부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한상의와 전경련의 역할은 재계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전경련은 대기업 중심인 반면 대한상의는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이해관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대한상의는 1884년 한성상업회의소를 모태로 설립된 지 136년이 된 가장 오래된 법정 경제 단체다. 두산그룹에서는 현재 수장인 박용만 회장을 포함해 3명의 대한상의 회장을 배출했다.
박용만·허창수 이을 차기 ‘재계 얼굴’ 누가 될까
◆ 삼성·현대·SK·두산 창업자들이 역대 사령탑 맡아

전경련은 1961년 삼성그룹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이 일본 게이단렌을 모티브로 국내 대기업들을 모아 만든 민간 경제 단체다. 1980년대부터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게이단렌)와 함께 ‘한일 재계 회의’를 개최하며 양국 간 경제 협력을 도모하는 민간 최고위급 경제인 협력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통이다. 지난해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 때도 전경련은 “정치와 별개로 경제 교류는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양국 경제 협력과 교류에 힘써 왔다.

전경련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를 시작으로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 구자경 LG 명예회장,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등 당시 대기업 총수들이 역대 사령탑을 맡았다. 대표적인 경제 단체이자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명실상부한 재계의 소통 창구였다.

한국 산업 발전의 터닝 포인트가 된 주요 사건에서도 전경련의 과거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정주영 창업자가 전경련 회장을 역임하면서 1981년 ‘88 서울올림픽’ 유치를 성공시킨 일화가 대표적이다.

1988년 올림픽은 아시아권 쿼터 배정으로 일본 나고야가 개최지로 유력했으나 정주영 회장이 재계를 대표해 전경련의 각국 경제협력위원장, 회장단을 독일 바덴바덴에 집결해 각국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을 면담하며 꽃바구니 선물 등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인 결과 52 대 27로 서울올림픽 개최를 성공시켰다.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한국이 세계 무대 진출을 본격화한 만큼 이는 경제사에서도 중요한 이정표로 꼽힌다. 정주영 회장은 전경련 회장을 5차례 연임한 후 퇴임했는데 재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업적으로 1981년 서울올림픽 유치를 꼽으며 “전경련 회장을 맡지 않았다면 생각도 해 볼 수 없는 일을 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전경련은 현재 500여 개 대기업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지만 4대 그룹이 탈퇴한 이후부터 해외 통상 이슈 대응과 경제 정책 제언, 신산업 정책 연구 등 싱크탱크 기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전경련이 주춤하는 사이 재계 소통 창구로서 대한상의의 역할이 커졌다.

대한상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매번 참여하며 5대 그룹 총수가 참석한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 정부 협력 사업, 주요 경제 현안 대응과 기업 관련 법·제도 개선 등에서는 대한상의가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6호(2020.12.07 ~ 2020.12.1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