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LG그룹에 뿌리 둔 GS·LS
·LIG·LF·아워홈 등 사업 분가로 성공
-구본준 고문 홀로 서기에도 LG그룹 재계 4위 유지 전망
-코오롱 버금가는 범 LG가 탄생…지배력 안정화·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해소
GS에서 LS·LF까지 '아름다운 이별'…LG그룹 분가의 역사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구본준 LG 고문을 중심으로 한 계열 분리 추진과 관련해 LG그룹의 사업 분가 역사가 재조명되고 있다. LG그룹은 70년이 넘는 기업 역사에서 다른 그룹에서는 흔한 경영권 분쟁 한 번 없이 평화롭게 4대째 경영 승계를 이어왔다.

LG그룹은 장자 승계 전통에 따라 세대교체가 이뤄질 때마다 경영권 다툼을 막고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위해 다른 형제들은 일부 계열사로 분리 독립하는 전통을 유지해 왔다. 이 때문에 4세인 구광모 LG 회장의 2018년 취임 이후 마지막 과제로 계열 분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LG그룹의 계열 분리는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 지금까지 4대에 걸친 사업 분가를 통해 LIG손해보험·LB인베스트먼트·아워홈·LS그룹·GS그룹·LF그룹 등이 차례로 계열 분리됐다. 방계 기업으로 일양화학과 희성그룹도 있다.
GS에서 LS·LF까지 '아름다운 이별'…LG그룹 분가의 역사


◆ ‘형제의 난은 없다’…가문 전통 따라 모두 평화적 분가

구인회 LG그룹 창업자의 동생인 구철회 명예회장의 자손들은 1999년 LG화재(현 LIG)를 들고 계열 분리했다. 또 다른 동생들인 구태회·구평회·구두회 씨는 전선·금속 부문을 분리해 2003년 LS그룹을 만들었다.

LS그룹은 출범 초기 3형제가 4 대 4 대 2로 경영권을 나눠 공동 경영했는데 아직도 이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LS그룹은 2020년 공정거래위원회 공시 대상 기업집단 자산 총액 기준 재계 16위에 올라 있다.

2세대에서는 구인회 창업자의 3남인 구자학 회장이 LG유통(현 GS리테일)의 FS(식품서비스)사업부를 분리해 아워홈을 만들었다. 구인회 창업자의 동업자인 고 허만정 회장의 손자 허창수 당시 LG건설 회장(현 GS 명예회장)이 GS홀딩스를 세워 정유·유통·건설 부문을 분리해 GS그룹을 탄생시켰다. LG그룹의 품을 떠난 GS그룹은 현재 재계 순위 8위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3세대에서는 구본준 고문의 독립을 끝으로 LG가(家)의 사실상 마지막 계열 분리가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1996년 구자경 회장의 차남인 구본능 회장이 희성금속·국제전선·한국엥겔하드·상농기업·원광·진광정기 등 6개사를 떼어 희성그룹으로 계열 분리했다.

희성그룹은 구광모 회장의 친부이자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의 방계 기업이다. LG그룹은 2018년 구본무 회장이 별세하자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본무 회장이 양자로 들인 구광모 당시 (주)LG 상무를 새로운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GS에서 LS·LF까지 '아름다운 이별'…LG그룹 분가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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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 LG가, 또 다른 10조원대 대그룹 탄생 예고


계열 분리 이후 LG그룹과 범LG가 향방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구본준 고문의 독립으로 국내 재계에는 자산 총계 7조~10조원 규모의 새로운 대기업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인적 분할 대상인 LG상사·LG하우시스 등 5개사의 자산 총계를 단순 합산해도 약 10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LG상사는 2019년 매출액이 10조5308억원에 달한다. 자산 총액 10조원 규모로 재계 33·34위인 코오롱그룹·대우건설에 버금가는 새로운 대그룹이 탄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GS·LS·LIG 등 범LG 그룹사도 기존 9개에서 10개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구본준 고문은 향후 기존의 LG에서 사명 변경도 추진하게 된다. 앞서 분가한 LS와 LIG처럼 ‘L’을 유지할 수도 있다.

구본준 고문이 이끌게 될 신설 지주회사 (주)LG신설지주(가칭)가 분할 전 LG 자산의 9% 정도이기 때문에 계열 분리가 LG그룹의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LG그룹은 자산 총액 137조원으로 재계 순위 4위를 차지하고 있다. 구본준 고문의 독립 이후 자산 총액이 10조원 정도 줄어든다고 해도 5위 롯데그룹(121조원)과 여전히 격차가 있어 4위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구본준 고문의 독립은 구본준 고문과 조카인 구광모 회장이 상호 윈-윈하는 결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존속회사와 신설 지주회사가 각각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적극적인 경영에 나서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기업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거둘 것이란 분석이다.

계열 분리가 마무리되면 주요 계열사와 판토스 간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LG전자와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와 판토스 간의 내부 거래 비율이 60%에 달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적이 돼 왔는데 판토스를 떼어내면서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앞서 2018년 10월 구광모 회장 등 LG그룹 오너 일가는 보유하고 있던 판토스 지분 전량인 19.9%(39만8000주)를 미래에셋대우에 매각하기도 했다.

계열 분리 추진의 또 다른 의미는 구광모 회장 체제의 지배력 안정화를 들 수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에 따른 선택과 집중으로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기업 가치 극대화를 추구하는 이면에는 LG그룹이 그동안 경영권 승계 이후 지속해 온 계열 분리 수순이 자리 잡고 있다. 증권업계는 계열 분리 이후 (주)LG의 사업적 행보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화학은 배터리사업부를 분할하고 전자도 가전의 경쟁력을 다른 사업부문으로 전파시켜 역량을 제고하는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지분 35%를 맥쿼리PE에 매각한 LG CNS는 맥쿼리네트워크를 통해 국내외에서 사업 확장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화학과 전자가 전기차 분야에 연계하듯이 LG유플러스도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LG CNS와 연계하면 사업을 확장할 기회를 더 많이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6호(2020.12.07 ~ 2020.12.1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