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 나서
- ‘오너리스크·일감몰아주기’ 등 의혹 해소 필요
‘IPO 삼수’ 바디프랜드의 꿈은 이뤄질까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두 차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다가 실패했던 바디프랜드가 ‘IPO 삼수’ 도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석연하지 않은 오너가의 자금, 불투명한 지배 구조, 허위 과장 광고 등으로 번번이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 심사에서 탈락한 바디프랜드가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 모습이다.

핵심은 지배 구조 단순화 작업으로 ‘오너가→사모펀드·투자목적회사→바디프랜드’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에서 투자목적회사를 지우려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에 금융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지배 구조 변환 작업을 바디프랜드의 IPO 재추진 움직임으로 분석하고 있다.

◆ 비에프에이치홀딩스 합병은 상장 움직임

금융 투자업계와 바디프랜드에 따르면 12월 9일 바디프랜드는 임시 주주 총회를 열고 ‘비에프에이치홀딩스(구 비에프에이치투자목적회사) 흡수 합병’ 안건을 통과시켰다.

합병 등기 예정일은 2월 1일로, 내년 1월 31일까지 합병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바디프랜드는 비에프에이치홀딩스가 보유 중인 자사주 5181만380주(65.1%)를 승계하게 된다.

동일한 수량의 합병 신주를 발행해 비에프에이치홀딩스의 총 출자 지분(894만5065좌)과 1 대 5.79의 합병 비율로 교환 교부할 예정이다. 취득한 자사주는 모두 무상 소각된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오너가→사모펀드·투자목적회사→바디프랜드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는 오너가·사모펀드→바디프랜드로 단순화된다.
‘IPO 삼수’ 바디프랜드의 꿈은 이뤄질까
그동안 바디프랜드의 지배 구조는 사실상 투자목적회사를 앞세워 오너가가 장악하는 구조였다. 2015년 바디프랜드는 투자목적회사인 비에프에이치홀딩스를 설립하면서 인수 컨소시엄을 통한 경영권 매각에 나섰는데 실제로는 창업자 일가가 상당량의 자금을 댔다.

당시 조경희 바디프랜드 회장은 보유 지분 41.6%를 전량 재무적 투자자(FI)에 매각한 후 비에프에이치홀딩스에 재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경영권 매각이 아닌 자산 유동화 거래의 성격으로 보는 시선이 강했다.

결국 상당수의 투자사들이 참여하지 않았고 사모펀드 운용사인 VIG파트너스와 벤처캐피털인 네오플럭스 등 단 2곳만이 매각에 뛰어들었다.

현재 비에프에이치홀딩스의 지분은 조 회장의 첫째 사위인 강웅철 바디프랜드 사내이사 외 1명이 83.9%, 박상현 대표가 8.8%를 보유 중이고 비에프에이치홀딩스는 바디프랜드의 회사 지분 65.1%를 보유하고 있다.

바디프랜드 측은 “비에프에이치홀딩스 흡수 합병이 바디프랜드의 경영·재무·영업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업 지배 구조 단순화·투명화를 통한 경영 효율화 등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 비에프에이치홀딩스의 합병을 상장 준비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2014년과 2018년에 추진한 IPO에서 미승인 결정을 받은 여러 이유 중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불투명한 지배 구조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디프랜드 IPO의 걸림돌 중 하나가 불투명한 지배 구조”라며 “이번 합병이 완료되면 IPO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외형만 놓고 보면 바디프랜드의 IPO 추진은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설립 당시인 2007년 27억원이던 바디프랜드의 매출은 2010년 189억원을 기록한 뒤 2015년 2636억원, 2017년 4130억원, 2019년 4802억원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이 각각 3652억원으로 전년보다 8% 증가할 정도로 탄탄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 투명하지 못한 사업 구조에 준비 부족
‘IPO 삼수’ 바디프랜드의 꿈은 이뤄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계에서는 바디프랜드의 IPO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직 오너 리스크 문제를 비롯해 투명하지 못한 사업 구조 등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바디프랜드 IPO의 가장 큰 걸림돌로 불투명한 오너가의 자금 문제가 꼽힌다. 앞선 2차례의 IPO 상장 예비 심사에서도 이 부분이 문제가 됐다.

현재 바디프랜드의 실질적 오너는 비에프에이치홀딩스의 최대 지분을 보유한 강 이사로 알려져 있는데 지분 취득 자금이 명확하지 않다. 강 이사는 1997년 세일컴퓨터시스템을 설립한 인물이다. 2002년 삼보정보통신이라는 회사를 인수했고 2004년 한국 PC업계의 자존심으로 통하던 현주컴퓨터를 사들이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인수 1년 만에 부도·파산 신청을 해 책임 논란을 빚었다. 이후 특별한 경제 활동을 하지 않은 강 이사는 2007년 장모인 조 회장과 함께 바디프랜드를 설립한 다음 꾸준히 지분을 확대해 비에프에이치홀딩스 최대 주주에 올라서 있다. 현재 바디프랜드를 이끌고 있는 박상현 대표, 이동환 부사장 등은 현주컴퓨터 시절 강 이사 밑에서 일해 왔던 사람들이다.

강 이사는 바디프랜드 상표권을 개인 명의로 취득하고 2015년 경영 파트너로 참여한 VIG파트너스와 네오플럭스에 180여억원을 받고 이를 판매했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강 이사를 사실상 바디프랜드의 오너로 보고 있다.

사업 구조에도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일감 몰아주기다. 현재 바디프랜드의 광고 대행, 콜센터 업무 등을 프랜드미디어라는 회사가 일괄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그런데 실소유주가 명확하지 않다. 일단 이 회사의 대표는 공태현 씨다.

이 회사의 최대 주주로 등록된 와이즈네트웍스라는 법인 대표 역시 공 대표다. 그런데 공 대표는 현재 바디프랜드 자회사 에이치케이피컴퍼니의 대표로도 이름이 올라 있다. 공 대표는 강 이사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앞선 두 회사 외에도 엠씨테크놀러지와 에브리알 등 바디프랜드의 여러 계열사에서 이사와 감사 등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프랜드미디어의 실소유주로 강 이사를 지목한다.

문제는 여기에서 올린 수익이 어떻게, 어디로 흘러 들어가는지다. 기업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바디프랜드가 광고선전비로 236억원을 지출했다. 여기에 기타 업무 매출까지 합하면 매출 규모는 최소 3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통상 업계의 수수료율이 10% 정도인 만큼 매년 30억원 정도의 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현재는 이 자금의 흐름을 알 방법이 없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7호(2020.12.14 ~ 2020.12.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