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하이브리드 매장으로 변신한 이마트 청계천점…월마트와 같이 온·오프라인 통합 모델
[HELLO AI]활용 사례 지난 1월 25일 오후 2시. 이마트 청계천점 PP(Picking&Packing)센터에선 이날 마지막 차수의 배송 작업이 시작됐다. 오후 12시부터 2시까지 들어온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작업자들이 상품 집품(피킹)과 포장(패킹)을 하는 중이다. 최근 비대면 트렌드로 온라인 장보기가 급증하고 있다. 동일한 시간 내 작업량이 늘어났지만 이곳 작업장엔 뛰어다니는 직원이 한 명도 없다. 그 대신 장바구니들이 레일 위를 달린다.이마트는 온라인 채널 쓱(SSG)닷컴 강화와 함께 전국 100여 개 매장을 PP센터로 운영하고 있다. 매장 내 비효율 공간을 개조해 온라인 당일 배송 서비스를 한다. 그중 4958㎡(1500평) 규모의 이마트 청계천점은 ‘EO.S(이오에스 : Emart Online Store)’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지난해 1월 4958㎡ 규모의 지하 1층 전체를 온라인 배송을 처리하는 공간으로 리뉴얼했다. 그곳에 DPS(Digital Picking System)라는 자동화 설비를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이마트 청계천점은 인공지능(AI)을 통해 물류의 미래 실험에 나서고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융합된 ‘하이브리드’ 매장
지하 1층 매장에 들어서면 쇼핑 공간 위쪽에 설치된 벨트 컨베이어가 눈에 들어온다. 장보기 공간에 조성된 첨단 정보기술(IT) 기지다. 100칸으로 이뤄진 선반과 벨트 컨베이어를 포함한 DPS는 선반에 불이 들어오는 표시기로 제품의 집품을 돕는 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온라인 주문이 이뤄지면 고객을 대신해 ‘피커’가 매장을 돌아다니며 상품을 찾고 다시 재분류해 차에 싣는다. 레일을 설치하면서 이제는 장비를 통해 상품이 사람에게 찾아온다.
이와 비슷한 설비가 김포에 있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 002, NE.O 003)에도 있다. 네오는 바닥에 벨트 컨베이어가 연결돼 있다면 이곳은 천장에 솟아 돌아가고 있는 점이 차이다.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가 결합한 ‘하이브리드’ 매장이다. 쇼핑하는 고객들은 눈앞에서 물류 시스템을 체험하고 살펴볼 수 있다. 전국 이마트 매장에서 이 같은 형태는 청계천점 한 곳이다. 자동화 설비와 시스템을 도입한 매장으로 시범 운영 중이다.
전국 100여 개 PP센터 가운데 청계천점이 매장 물류 기지로 선택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많은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서울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고 물류의 기본인 입·출하 조건을 갖춘 곳이다. 또 층고가 높아 자동화 설비가 들어올 수 있었다.
온라인 주문 마감을 시작으로 작업은 네 단계에 걸쳐 진행됐다. 상품 진열·집품·투입·포장이 그것이다. 기존의 작업 방식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구역화’다. 또 ‘최적화’·‘효율화’가 가능해졌다. 각 담당자는 담당 구역에서 ‘최소한의 동선’으로 작업한다. 과거에는 카트를 밀고 다니면서 매장 끝에서 끝으로 상품을 찾아 다녀야 했다. “하루 2만~3만 보를 걸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 이유다. 시간에 맞추기 위해 뛰어다니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새로운 시스템은 약속에 의해 움직인다. 이마트 청계천점은 ‘상온 상품(DRY)’과 ‘신선식품(WET)’ 작업장으로 분류돼 있다. 각 존에는 1번부터 7번까지 정해진 구역이 있다. 면류·과자류·통조림류·음료 등으로 상품군에 따라 공간을 재배치했고 작업자들은 각 구역에서 정해진 상품만 집품한다. 작업자들의 손에는 개인용 정보단말기(PDA)가 들려 있다. 김재경 SSG닷컴 청계천점 PP센터 지원팀장은 “각 셀마다 번호가 매겨 있고 번호를 보고 피킹하기 때문에 신입 사원이 들어와도 곧바로 적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를 통해 담당 구역 내에서도 이동 동선을 최소화했다. 각 진열대를 한 바퀴를 돌면 상품 집품이 끝나도록 집품 순서를 AI가 자동으로 조절해 준다. 물건을 찾기 위해 다시 후진할 일은 없다. 포장 작업은 자동화 설비를 십분 활용한다. 드라이존과 웨트존에는 각각 서로 다른 바구니가 레일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투입 라인에서 빈 바구니에 고객 주문 정보가 담긴 바코드가 찍히고 레일을 따라 매장을 한 바퀴 이동한다. 사람은 고정된 자리에 있고 상품이 알아서 찾아오는 방식으로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때 두 개의 라인이 있어 상품 정보가 없는 구역에선 뒤쪽으로 빠르게 지나가고 패킹이 필요한 곳에서만 바구니를 앞쪽 라인으로 구분해 보낸다.
온·오프라인 연계 전략, ‘픽셀 서비스’
바구니는 상품의 무게와 부피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 또 ‘오류’를 잡는 데도 유용하게 쓰인다. 만약 과자 3개를 주문했는데 4개가 담겼다면 무게를 감지해 바구니가 작업자 앞으로 돌아 나온다. 사람의 눈으로 다시 한 번 ‘검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오차를 줄이고 그렇게 통과된 상품은 배송 라인에 들어서게 된다.
배송 단계에서 이마트 청계천점의 또 하나의 히든카드가 모습을 보인다. SSG닷컴에서 주문한 후 이마트 청계천점에서 물건을 찾는 ‘픽셀’ 서비스다. 고객이 주문 확인 바코드를 인식하면 로봇 팔이 상품을 가져다주는 자동화 설비다. 드라이존과 웨트존을 거쳐 배송·출하를 위한 창고로 향하는 길목에서 매장 입구 쪽으로 유턴하는 바구니들이 있다.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오프라인에서 찾아가는 픽업 서비스로, 상품 준비가 완료되면 고객에게 메시지로 알리고 키오스크를 통해 전달한다. 월마트는 전자 상거래 업체 아마존에 대응해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점포에서 찾아가는 클릭&콜렉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도 이마트 청계천점에서 ‘찾아가는 온라인 장보기’를 선보이고 있다. SSG닷컴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연계 전략으로 ‘미래 물류’의 모습을 알리기 위해 입구에 비치해 놓았다”며 “실제 아이들과 함께 가족 단위로 찾아와 체험 학습을 하고 사진을 찍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예약 배송은 배송·출하 창고에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때 ‘시퀀스 버퍼’ 시스템을 활용해 배송 동선을 최적화한다. 배송 운전사들이 가장 효율적인 루트로 빠르고 정확하게 배송할 수 있도록 AI가 미리 계산해 시스템에서 주소지가 가장 먼 곳부터 상품을 먼저 출하하고 있다. 배송 운전사는 바구니가 나오는 순서대로 차량에 싣기만 하면 된다. 이 과정을 통해 반경 10km 이내 고객들은 온라인 주문 후 이르면 3시간 내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김재경 지원팀장은 “물류 처리 속도를 끌어올리면서 배송 가능 물량이 주문 건수 기준으로 하루 1360건에서 최대 5000건으로 크게 늘었다”며 “작업 생산성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마트 청계천점은 AI를 도입하면서 전과 비교해 효율성이 70% 상승했고 처리 속도는 30% 빨라졌다. 작업 인력은 12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재경 지원팀장은 “수작업으로는 최대 2500건을 처리한다면 지금은 5000건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네오 물류센터와 비교할 때 이마트 청계천점은 ‘반자동화’ 매장으로 운영되는 게 특징이다. 네오에서는 DPS와 함께 상품이 담긴 바구니가 바로 피커에게 오는 GTP(Goods To Person)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네오의 자동화 수준을 80%라고 볼 때 이곳 매장은 50%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다. 매장에서 1차적으로 직원이 상품을 피킹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반자동화’ 매장
‘반자동화’는 매장 규모와 현실적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네오 물류센터와 같이 대규모 설비를 설치할 공간이 부족한 매장 환경을 고려한 것이다. 또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고 이 상품을 빠르게 가져와 분배하는 과정이 필요한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반자동화가 더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특히 신선식품 주문이 많은 오프라인 매장에선 사람이 상품을 검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
이마트가 오프라인 매장에 AI를 접목하게 된 배경에는 본질적인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이 있었다. 이마트는 미래에도 오프라인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마트 청계천점은 온라인 쓱배송과 픽셀 서비스를 통해 온·오프라인을 효율적으로 연계하는 물류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는 사례다. SSG닷컴 관계자는 “물류 자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라며 “오프라인 매장도 자동화 설비 운영을 통해 처리 물량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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