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관리 ABC]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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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인 재닛 옐런은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커로프 UC버클리대 교수의 부인이다. 레몬 시장 이론으로 유명한 애커로프 교수는 부인의 활약상 덕분에 유명세가 더해진 셈인데 가까운 모임에서 자신을 옐런 장관의 남편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기도 한다.

“중고차는 x차다(used cars are lemons)”라는 간결하고 강력한 주장이 노벨상을 가져다준 애커로프 교수 논문의 핵심이다. 경제학에서 레몬(lemon)은 열등재를 뜻하고 피치(peach)는 우등재를 의미한다. 보기엔 맛있어 보이지만 속은 시큼하기 짝이 없는 레몬에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사고로 속이 곯은 중고차를 빗댄 것이다.

청약자의 정보가 가장 중요한 보험 시장

정보는 힘이고 정보는 돈이다. 남보다 더 많은, 더 좋은 정보를 가진 자는 경쟁에서 이길 확률이 월등히 높다. 중고차 시장에서 거래 중고차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자는 파는 사람이다. 정보가 우월한 쪽인 파는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거래하려고 할 것이고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은 절대 불리할 수밖에 없어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될 공산이 커진다.

이것이 소위 역선택의 문제이고 역선택의 문제가 심해지면 시장이 실패할 수도 있다. 중고차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에 따른 역선택 문제를 분석한 연구가 애커로프 교수의 노벨상 논문이다. 예를 들어 2015년산 동일 모델 S 자동차 9대가 오늘 중고차 시장에 나왔다고 하자. 연식은 같지만 차들의 성능과 상태가 모두 달라 중고차 가격이 차이가 나야 마땅하다. 차들의 성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편의상 중간 가치 정도에 중고차 거래 가격이 설정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신의 중고차 가치가 시장 거래 가치보다 높다고 생각하는 차주들은 자신의 차를 시장에 내놓지 않을 것이고 충분한 시장 정보가 공유되지 않은 중고차 시장엔 소위 불량 물건들만 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이 같은 상황은 지속될 수 없고 결국 이런 중고차 시장은 실패하게 된다는 얘기다.

보험 시장에서도 역선택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치명적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건강 상태를 보험사에 숨길 수 있다면 보험을 청약할 때 건강 정보를 제대로 공지하지 않을 공산이 크고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리스크를 인수한 보험사는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며 결국 해당 보험 상품 시장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편 경기 불황이 심화하면 소위 보험 사기가 증가한다고 하는데 이는 도덕적 위험(moral hazard)의 문제다. 불법적으로 보험금을 탈 생각에 자해하는 이도 있고 카센터와 짜고 자동차 사고 수리비를 부풀리기도 하며 병원 측과 공모해 치료비를 과다 청구하는 등 보험 시장의 건전성을 해치는 보험 사기는 뿌리 깊은 해악이다. 도덕적 위험 문제가 심해지면 보험 시장 역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겐 정보의 양도 중요하지만 정보의 질이 관건이 된다. 빅데이터 시대에 앞으로 정보의 생산은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수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생산뿐만 아니라 정보의 옥석을 가리는 노력이 정말 중요하다.

이와 함께 건전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거래자 간 관련 정보의 공유가 필수다. 정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블록체인과 같은 혁신적 정보 수집과 공유 아이디어가 시장을 리드할 것은 확실하다. 시장 거래와 관련된 좋은 정보가 거래자 사이에 널리 공유될수록 정보의 비대칭은 감소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역선택 문제나 도덕적 위험 문제 또한 줄일 수 있다. 좋은 정보와 정보의 공유가 참된 힘이다.
레몬 마켓과 보험 사기...블록체인이 정보 비대칭 해결한다
장동한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한국보험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