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시대, 63일간의 그림 이야기
[서평] 63일 침대맡 미술관기무라 다이지 지음 / 김윤경 역 / 한국경제신문 / 1만6000원
프랑스 파리에는 손꼽히는 3대 미술관이 있다. 루브르미술관·오르세미술관·퐁피두센터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중 가장 유명한 루브르미술관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루브르에는 13세기부터 19세기까지 제작된 6000여 점 이상의 미술 작품이 소장돼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루브르의 작품을 우리가 모두 알기는 어렵다. 그래서 저자 기무라 다이지는 고심 끝에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네덜란드·플랑드르 지역의 회화 중 시대별·지역별로 꼭 알아야 할 대표작 63작품을 엄선해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서양 미술사’라는 콘셉트로 미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알려준다.
미술이라고 하면 흔히 우아하고 고상한 사람들만 즐기는 취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주말에 가볍게 미술관에 들러 해설을 즐기기도 하고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하지 않았어도 기초 교양으로 배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 이들처럼 미술관까지 발걸음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 책이 있다면 따뜻한 이불 속에서도 얼마든지 편하게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명화 속 숨겨진 의미를 알면
유럽의 역사·종교·문화가 보인다
서양 미술사를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단순히 미술 작품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유럽의 역사를 아는 일이며 그 다양성을 접하는 일이고 그리스도교가 서양 문명에 끼친 영향을 아는 일이며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일이다. 그리고 서양 미술 작품 중 최고의 작품들만 모인 루브르는 유럽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최고의 교재다.
루브르미술관의 소장 작품은 기본적으로 13세기부터 19세기 중반까지의 회화다. 서양 회화는 종교화에서 발전했는데, 특히 19세기 이전에는 역사화를 정점으로 한 장르의 계층화가 뚜렷했기 때문에 회화는 주로 종교적인 가르침이나 신화의 에피소드,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회화들에는 각 시대와 그 지역의 사회적 상황이 반영돼 있어 이를 읽고 이해하는 지식은 서구 사회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합스부르크가가 통치했던 시대에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였던 디에고 벨라스케스는 스페인 왕 펠리페 4세의 궁정 화가로 활약했는데 그가 그린 펠리페 4세를 비롯한 왕족의 초상화는 이웃 국가인 프랑스 왕가의 초상화보다 모두 단순하고 수수해 보인다. 이는 유럽에서 첫째 가는 명가인 합스부르크가에 화려한 연출은 필요 없다는 사고관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18세기 들어 베르사유궁전에서 자라난 루이 14세의 손자가 스페인 왕으로 즉위해 펠리페 5세가 되자 스페인 왕가의 초상화도 단번에 프랑스처럼 화려해졌다.
종교화는 17세기 들어 성모마리아와 성인이 빈번하게 그려졌는데, 여기에는 1517년 이후 종교 개혁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 성서만을 절대적인 권위로 삼아온 프로테스탄트가 성상 숭배에 비판을 가하자 가톨릭교회는 이에 맞서 종교 미술을 통해 성서의 언어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고 감정에 호소함으로써 신자들의 신앙심을 고양하려는 전략을 내세웠던 것이다.
한편 18세기가 되자 회화의 색채는 17세기의 중후함이 누그러지며 경쾌해졌다. 왕후와 귀족 사회도 여성화돼 남성도 화장을 했고 그때까지는 여성적인 색조로 취급되던 파스텔 톤이나 장밋빛 의상을 즐겨 입었다. 프랑스에서도 이성에 호소하는 데생을 중시한 묘사보다 가볍고 산뜻한 색채가 특징인 로코코 회화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상적인 여성상도 변화해 17세기 루벤스가 그린 통통한 여성과 비교할 때 전체적으로 인물이 호리호리한 체형으로 바뀌었다. 이는 18세기에 음식물이 안정적으로 공급됐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이 밖에 네덜란드의 풍속화에서는 다양한 메시지를 읽어 낼 수 있다. 한 예로 네덜란드의 풍속화 중에는 ‘음주’를 주제로 한 작품이 많이 남아 있는데, 이는 네덜란드인들 중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 경계심을 주기 위해 그린 것이다. 그 외에 시민을 위한 훈계로서 남녀의 미묘한 심리나 도박을 그린 작품도 많다. 이처럼 명화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면 당시의 역사·종교·문화를 파악할 수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고 있는 요즘, 이른바 ‘집콕 시대’를 맞아 집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것도 좋지만 침대맡에 이 책을 두고 하루에 한 페이지씩 명화를 감상해 보면 어떨까. 그러다 보면 어느새 루브르가 자랑하는 보물들이 독자들을 향해 속삭이는 메시지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노민정 한경BP 출판편집자
이 주의 책/ 클라우스 슈밥의 위대한 리셋
클라우스 슈밥 외 지음 / 이진원 역 / 메가스터디북스 / 1만8000원
세계 경제 포럼 회장이자 ‘제4차 산업혁명’ 주창자인 클라우스 슈밥이 ‘뉴 노멀’ 시대를 살아가야 할 정부·기업·개인을 위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2021년 세계 경제 포럼의 공식 주제인 ‘위대한 리셋(The Great Reset)’의 핵심 어젠다가 담긴 이 책은 코로나19가 무너뜨린 사회·경제 시스템의 현실 그리고 팬데믹(세계적 유행) 이후 견고하고 지속 가능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강력하고 정교한 리셋의 방향에 대해 말한다. 코로나19는 세계 무대에 처음으로 모습을 보인 이후 국가를 통치하고 타인과 소통하고 글로벌 경제 활동을 하는 기본 질서의 궤도에 근본적 굴절을 일으켰다. 슈밥 회장은 팬데믹을 통해 세계화의 부분적 후퇴, 미·중 갈등 심화, 고도화되고 자동화되는 감시에 대한 위협, 이민자 문제, 새로운 통화 정책, 급진적 복지 및 과세 조치, 과감한 지정학적 재편 등 급진적이면서도 전방위적인 변화가 전 세계를 휩쓸 것을 경고하고 전 세계의 신속한 공동 대응을 주장한다.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
피터 자이한 지음 / 홍지수 역 / 김앤김북스 / 1만9000원
조 바이든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폐기하고 다자주의를 복원하고 동맹 체제를 다시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 책은 냉전 시대의 유산인 미국 주도의 동맹 체제는 해체되고 미국이 구축하고 책임져 온 세계 질서는 머지않아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중국은 미국을 대신하기는커녕 추락과 붕괴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 세대 후가 아니라 바로 2020년대에 붕괴가 시작되고 2030년대가 되면 세계는 더 이상 우리가 알던 세계가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지정학과 인구통계학에 기반해 국제 정세의 흐름을 분석하고 국가들의 부상과 몰락을 예측해 왔다. 미국 없는 세계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떤 국가가 부상하고 어떤 국가가 몰락할지를 다루고 있다. 세계사가 재미있어지는 20가지 수학 이야기
차이텐신 지음 / 박소정 역 / 사람과나무사이 / 1만6500원
중국을 대표하는 저명한 수학자인 저자는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을 발휘해 세계사의 강에 자신의 주 무기인 수학이라는 그물을 던져 통찰력의 물고기를 낚아 올린다. 그는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초선차전’ 일화, 즉 제갈량이 적벽대전 전날 밤 풀단을 실은 배 스무 척으로 조조군의 영채를 기습해 기적적으로 화살 10만 대를 얻어낸 사건이 과연 수학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치밀하게 분석한다. 조조군이 쏜 화살이 명중할 확률을 최대로 잡아 0.1이라고 가정하면 화살 10만 개를 얻으려면 화살 100만 개 이상을 발사해야 한다. 당시 조조군의 궁수가 1만 명 정도였으니 한 사람당 100발 넘게 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한마디로 제갈량의 ‘초선차전’ 이야기가 허구에 가깝다는 의미다. 56개 공간으로 읽는 조선사
신병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1만7000원
지금까지 조선사는 ‘조선왕조실록’의 구성을 따라 왕대별·시대별로 읽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여기에 ‘공간’을 더함으로써 시대와 역사를 보다 입체적으로 복원한다. 수양대군이 단종을 압박해 왕위를 찬탈한 경복궁 경회루, 문정왕후 외척 정치의 핵심 공간이었던 봉은사, 수도 한양까지 점령하며 기세등등했던 이괄의 반란군이 처참한 패배를 맞이한 안산(무악산) 등 역사가 깃든 공간에는 그날, 그곳의 이야기가 지표처럼 새겨져 있다. 이 책에서 다룬 56개의 역사 공간은 구체적인 시대와 인물, 사건을 통해 조선왕조 500년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조망한다.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바로 그 현장에서 그림처럼 펼쳐지는 역사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사람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모리 타헤리포어 지음 / 이수경 역 / 인플루엔셜 / 1만6800원
와튼스쿨의 협상학 교수이자 협상 전문 컨설턴트인 저자는 15년 넘게 협상가로 활동하며 깨달은 강력한 설득의 원리 그리고 현장을 오가며 만난 기업가 5000명의 생생한 이야기를 접목해 독특한 협상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의 수업은 상대를 제압하는 화려한 대화법과 논리적 전략을 강조하는 기존 협상 수업과 전혀 다르다. 학생들은 그가 제시한 과감한 방법으로 차츰 놀라운 성과를 경험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저자의 협상 수업에서 10가지 설득의 원리를 꼽아 정리했다. 모든 협상의 순간에 적용할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흥미로운 사례는 모두 실화다. 다양한 성격과 성향을 띤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과정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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