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 큰 영향 미치는 리더의 결정...
단순히 일만 열심히 하면 최악의 결과 낳을 수도
이런 결정은 당연한 얘기지만 ‘감’으로 하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추이가 어떤지, 감염 재생산 지수는 관리되고 있는지, 집합 금지로 인해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 있는지 등 다양한 지표를 통해 분석하고 결론을 내리게 된다. 결국 모든 결정에는 정확한 ‘현실 파악’이 먼저다. 현재를 알아야 미래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직의 리더는 어떨까. 리더는 ‘다양한 사람들’을 이끄는 존재다. 그래서 크든 작든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리더의 영향력이 부정적인 조직과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조직의 성과는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시작은 리더의 ‘현실 파악’이다.
자기가 무엇을 잘하고 어떤 점이 부족한지, 자신의 어떤 행동이 나쁜 혹은 발전적인 결과를 일으키는지 파악하지 못하면 안타깝게도 리더가 단순히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과연 리더가 정확한 자기 인식을 위해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 3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1.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기
조직은 결국 ‘숫자’로 평가 받는다. 지난달보다 영업 실적이 얼마나 올랐는지, 신규 고객은 꾸준히 늘고 있는지, 품질 관리는 잘하고 있는지 등 조직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는 많다. 그래서 이런 지표가 우상향일 때 대부분의 조직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물론 이 같은 평가 방식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평가 방식은 큰 위험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우리 팀의 영업 실적을 올리기 위해 다른 팀의 고객을 은연중에 빼앗아 오는 일이 생기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또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무리하게 가격을 인하했을 수도 있다. 품질을 맞추기 위해 직원들이 밤낮없이 매달리고 위험한 상황임에도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하고 오로지 성과만 바라보며 달려가는 조직도 비일비재할 것이다. 이런 조직의 ‘숫자’는 분명 긍정적이지만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다.
그래서 리더의 성과를 볼 때는 현재의 결과뿐만 아니라 조직의 지속 가능성까지 함께 측정해야 한다. 오해하지 말자. 미래를 위한 거창한 사업 플랜까지 짜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런 아이디어까지 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다른 차원의 고민이다.
조직 구성원들이 서로 도와 가며 함께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 당장 우리 부서의 실적만 챙기기보다 서로의 장점 영역에 집중해 회사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게 리더가 할 일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격 인하’ 같은 손쉬운 방법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에 적응해 가면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리더의 역량이다.
구성원이 힘든 상황이 생기거나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속으로만 삭이다가 감당하지 못할 큰 사고를 치는 게 아니라 언제든 리더를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 역시 리더만이 할 수 있다.
이게 조직을 ‘지속’하게 하는 리더가 갖춰야 할 역량이다. 지금 우리 조직의 모습은 어떤가. 현재의 결과 달성만을 위해 미래를 위한 투자에 일부러 눈감고 있지는 않은가.
2.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리더 스스로 ‘난 동기 부여도 잘하고 성과 관리도 잘하고 있어’라고 주장하는 것은 미안한 얘기지만 들어주는 이 없는 자기 고백일 뿐이다. 앞서 말했듯 ‘영향력’을 미치는 리더의 모습을 제대로 보려면 그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리더의 모습이 진짜일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더로서의 역량을 진단할 때 ‘180도 피드백’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자기가 생각하는 자신과 타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갭을 발견해야 한다. 스스로 강점이라고 믿는 게 취약점일 수 있다.
반대로 스스로 약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오히려 구성원들은 높은 점수를 줄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이든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갭이 큰 역량을 줄이는 것이 바로 리더의 책임이다.
만약 180도 진단과 같은 피드백이 어렵다면 상대적으로 비교해 봐야 한다. 걸리버가 소인국에선 ‘거인’이지만 거인들의 나라에서는 ‘소인’이 되는 것처럼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에서의 비교치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해 높은 점수를 매기는 것이라도 자기가 속한 집단의 다른 동료들에 비해 부족하다면 개선해야 할 영역이다.
거꾸로 자신은 부족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동료 집단과 비교해 그렇게 낮지 않다면 크게 걱정할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동료 리더들의 수준이 그렇다는 것은 해당 조직에선 그 역량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비교가 아닌 함께하는 동료 간의 상대적 비교다. 자기 머리 스타일이 괜찮은지, 식사 후 잇새에 뭐가 끼이지는 않았는지 등 자기 모습을 판단하려면 거울이 필요하다. 리더의 역량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두렵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다.
3.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달콤한 과자는 맛있다. 하지만 마냥 달기만 하면 많이 먹을 수 없다. 짭짤한 과자도 계속 손이 간다. 그렇다고 짜기만 하면 마찬가지로 금방 질린다. 달아도 짭짤해도 맛있다. 하지만 그것 하나만 있다면 마냥 맛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단짠(달고 짠)’ 과자가 최근 인기다. 단맛을 짠맛으로 잡아 주고 짠맛은 다시 단맛으로 중화해 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조화가 안 되면 효과가 반감된다.
리더도 마찬가지다. 뭐든지 잘하는 것은 필요하다. 강한 추진력으로 조직의 성과 달성에 탁월함을 가진 리더, 비전을 제시해 새로운 도전거리를 계속 던지는 리더 등 각각의 장점으로 조직을 이끌어 갈 수 있다.
그런데 그것과 함께 필요한 역량이 부족하면 오히려 장점보다 그것의 그림자가 더 부각될 수 있다.
추진력 덕분에 결과는 만들어 내지만 구성원들에 대한 감정적 관심이 부족해 금방 ‘번 아웃’ 된다면, 또 끊임없이 비전은 주지만 이를 현실로 옮기는 실행력이 떨어져 시작만 하고 있다면 어떨까.
결국 핵심은 균형이다. 자신의 강점이 좀 더 빛나게 하려면 강점의 실행을 가로막는 요소가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리비히의 최소량 법칙’이 있다.
생물이 생존하려면 다양한 필수 물질이 필요한데 필요한 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장 ‘적은’ 종류의 자원이 그 생물의 성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꼭 필요한 10개의 자원 중 9개가 완벽해도 1개가 평균 이하라면 전체 결과는 최저점, 즉 평균 이하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리더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려면 그것을 막는 ‘장애 요인’을 찾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
우리는 건강해지려고 운동을 한다. 하지만 무릎이 약한 사람에게 등산 같은 운동은 독이다. 허리가 약한데 무리하게 상체 근력 운동을 하다가는 오히려 더 큰 병을 얻는다.
조직을 이끌어 가는 리더도 마찬가지다. 무작정 ‘열심히’ 하는 게 오히려 조직을 더 나쁜 방향으로 끌고 가는지 모른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자기 인식이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현재 리더인 당신은 스스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가.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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