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영화=극장’ 공식 흔들려…고객 경험 차별화만이 살길

[커버스토리]
극장의 고군분투…팝콘 배달에서 대관까지 ‘생존 묘수’ 찾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극장들이 악전고투하고 있다. CGV와 롯데시네마 등 극장들도 고사 위기 속에서 임직원 수 축소, 영업 중단, 급여 반납, 휴직 등 필사의 노력을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섰지만 대규모 적자를 보전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극장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산업에서 고객 안전을 위한 언택트(비대면) 서비스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극장 관객들의 비대면 니즈도 뉴노멀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언택트 서비스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라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고 극장의 하이테크 기술을 접목해 ‘언택트 시네마’를 연 것이 대표적이다. 극장들은 전자 출입 명부 시스템 도입을 비롯해 스마트 키오스크, 고객 안내 서비스를 위한 자율주행 로봇 운영 등 다양한 언택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CGV는 여의도점에 2020년 4월 대면 서비스를 최소화한 언택트 시네마를 열었다. 패스트 오더 등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매점 주문을 할 수 있고 주문한 메뉴를 본인이 직접 찾아가면 된다. 각 상영관 입구에는 스마트 체크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존에는 직원이 상영관·영화명·좌석 번호 등을 확인해 줬지만 고객이 직접 예매 티켓을 스마트 체크에 리딩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롯데시네마도 대면 서비스를 최소화한 비대면 서비스를 지난해 4월부터 이어 오고 있다. 태블릿 PC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음성 인식 기술을 탑재해 간단한 음성 명령만으로 영화 예매, 매점 상품 구매가 가능한 스마트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광학 문자 인식(OCR) 기능을 적용해 직원을 통해서만 가능했던 신분증 확인과 할인도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과거 메르스(중동호급기증후군) 등과 같이 유사한 사례는 있었지만 순간적인 위협일뿐 산업의 밸류체인이나 펀더멘털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며 “코로나19 사태는 영화 산업의 모든 순환 구조에 영향을 줬고 고객에게 극장이 주는 가치가 훼손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극장의 고군분투…팝콘 배달에서 대관까지 ‘생존 묘수’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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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콘텐츠·스크린 기술로 승부수

코로나19 장기화로 생존 위기에 몰린 극장들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속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영향력 증대는 ‘영화=극장’이라는 기존의 공식을 뒤흔들고 있다. 이는 극장이 가진 본질적인 가치와 정체성에 커다란 이슈를 제기했다. 극장들은 떠나간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모으기 위해 콘텐츠 차별화에 힘쓰고 있다.

CGV는 그동안 대규모의 과감한 인프라 투자 기반의 영화 시장 자체를 성장시키는 전략에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콘텐츠의 가치를 제고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극장에 모여 공연·게임·스포츠 생중계를 함께 관람하고 즐기는 등 OTT에서는 체감할 수 없는 극장의 큰 화면과 풍부한 사운드, 4DX와 스크린X 기술 효과 등을 고객에게 제공해 차별화 포인트를 강화하는 것이다. 또한 기존 전통 영화(필름)에 의존된 구조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포용해 상영하는 등 본격적인 콘텐츠 다각화를 위해 ‘아이스콘(ICECON)’이라는 극장용 예술·문화 콘텐츠 브랜드를 론칭했다.

CGV는 아이스콘을 통해 세계 최초로 e스포츠를 스크린X로 즐길 수 있는 3면 생중계를 진행한 바 있다. 프랑스 현지에 있는 작가와 연결해 북 토크 라이브를 생중계한 ‘베르나르 베르베르 문학살롱’을 진행했고 월간 오페라, 월간 뮤지컬, 월간 클래식도 론칭해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콘텐츠를 극장에서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공포체험 라디오 4DX’도 상영해 마니아들의 호응을 얻었다. SBS 미니 드라마 ‘이별유예, 일주일’을 러닝타임 147분의 영화로 극장에서 먼저 선보이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인생 영화 기획전, 스크린으로 떠나는 원 데이 무비 트립,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특별전, 엔니오 모리코네 추모 기획전 등 관객이 극장에서 보고 싶어하는 추억의 영화들을 모아 기획전도 열었다.

관객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극장들은 극장만이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며 관객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극장의 기본 요소인 3S(Screen, Sound, Seat)를 한층 강화한 신규 특수관 ‘컬러리움’을 도입했다. 2020년 12월 롯데시네마 수원관에 개관한 컬러리움은 한국 최초이자 세계 최대 크기인 14m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이 설치돼 있는데 이 LED 스크린은 일반 영사기 대비 10배의 밝기, 4K 해상도와 함께 무한대 명암비를 제공해 정확하고 풍부한 색상 표현과 리얼 블랙 구현으로 어두운 곳의 디테일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다. 압도적인 화질과 함께 하만의 사운드 시스템이 영화 감상 시 몰입감을 더한다. 그 뿐만 아니라 좌석의 형태를 일반석과 리클라이너 좌석으로 이원화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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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OTT 협업, 가지 않은 길 간다

생존을 위해 경쟁자인 OTT와 협력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CGV는 왓챠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개인이 원하는 최적화된 콘텐츠를 선별해 제공하기 위한 데이터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왓챠는 OTT ‘왓챠’와 콘텐츠 추천 및 평가 서비스인 ‘왓챠피디아’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왓챠는 이용자 취향 데이터와 개인화 추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CGV는 극장 인프라와 극장 상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양 사 협력을 통해 시너지가 발휘될 것으로 예상된다. CGV는 GS건설과 기존 멀티플렉스 개발 방식에서 탈피한 신개념의 주거형 커뮤니티 시네마를 추진하는 등 이종 산업과 손잡고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극장들은 콘텐츠 외적인 부분에서도 돌파구를 찾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상영관 내 음식물 섭취가 제한되자 극장들은 팝콘 등 매점 메뉴 딜리버리(배달) 서비스에도 뛰어들었다. 극장에서 즐겼던 다양한 식음료들을 가정에서 즐기려는 니즈를 읽고 CGV는 극장의 다양한 매점 메뉴를 극장 밖에서도 즐기고 싶어하는 고객들을 위해 포장 주문과 딜리버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극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매점 메뉴를 집·공원·캠핑장 등 원하는 장소에서 먹을 수 있고 인기상품을 묶은 딜리버리 전용 상품도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어 고객에게 인기가 높은 편이다.

CGV가 2017년도 수도권 9개 극장에서 처음 시작한 딜리버리 서비스는 요기요·배달의민족·쿠팡이츠와 손잡고 현재 서울과 경기도를 비롯해 지방 극장에까지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메뉴는 CGV콤보(팝콘 1개+탄산 2개)다. CGV는 매점 메뉴 딜리버리를 본격화하면서 2020년 연매출이 전년보다 30% 이상 늘었고 2021년 하루 평균 매출은 2020년 대비 8배 이상 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장기화로 집에서 OTT를 보는 집콕족이 늘면서 매점 딜리버리 서비스 매출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 롯데시네마도 최근 쿠팡이츠와 매점 메뉴 딜리버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롯데시네마는 현재 월드타워와 김포공항 등 2곳에서 딜리버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배달에 최적화된 콤보 메뉴 개발을 통해 기존 영화관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차별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CGV와 롯데시네마는 앞으로 딜리버리에 특화된 전용 메뉴도 추가적으로 적극 도입할 계획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