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2000억원 글로벌 기업 일군 정대근 리브퓨어 회장...‘기업‧사업자‧소비자’가 함께하는 직판 사업 모델 구축

[인터뷰]
불신 걷어낸 직판 사업의 반란, “K-바이오‧코스메틱 전도사로 거듭나다”
전 세계 30여 개 국가에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을 유통 판매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 리브퓨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암웨이·뉴스킨·허벌라이프·유니시티 등과 같은 직접 판매(다단계) 기업이다.

본사는 미국 텍사스 주 프리스코에 있고 2007년 설립됐다. 한국 시장에는 2008년 리브퓨어코리아를 설립하며 들어왔지만 여느 다단계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사업자(회원) 중심의 영업에 치중하기보다 한국의 우수한 제품과 기술력을 활용해 제조부터 유통으로 이어지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다양한 의학 분야의 전문의와 약학 박사로 구성된 본사 의학자문위원단이 연구‧개발(R&D)한 제품을 한국에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방식으로 공급받아 30여 개 국가에 유통하고 있다. 2020년 누적 납품 금액만 500억원이 넘을 정도다.

이처럼 리브퓨어가 한국에서 영업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공급할 우수한 제품의 생산, 공급 기지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은 리브퓨어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정대근 회장의 역할 덕분이다.

한국에서 10년 넘게 외국계 직접 판매 기업에서 근무한 정 회장은 수많은 직접 판매 기업들이 소비자가 아닌 사업자 중심의 이른바 ‘돈 넣고 돈 먹기’식 영업 행태를 취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미국으로 떠났다.

이후 미국 현지 홀푸드 마켓(유기농 제품)으로 인지도가 높은 제네시스투데이(리브퓨어 모기업)의 자본과 경영을 담당하면서 지금의 리브퓨어를 창업했다. 비이오와 코스메틱 분야에서 기술력이 우수한 한국의 제품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 목표였다.

정 회장은 리브퓨어를 설립한 이듬해 고원인터내셔널(현 리브퓨어코리아)을 인수·합병(M&A)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를 통해 정 회장이 설립한 리브퓨어는 전 세계 300만 명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하며 연매출 2000억원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K바이오‧뷰티 산업을 세계에 알리고 있는 정 회장을 만나 그가 추구하는 경영 목표와 앞으로의 사업 전략에 대해 알아봤다.
불신 걷어낸 직판 사업의 반란, “K-바이오‧코스메틱 전도사로 거듭나다”
-리브퓨어에 대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리브퓨어는 건강기능식품과 친환경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네트워크 마케팅 기업입니다. 암웨이·뉴스킨 등과 같은 직접 판매 기업이죠. 사실 한국에서 직접 판매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강하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 편법과 불법을 저지르며 시장을 혼탁하게 만든 직접 판매 기업들이 많았으니까요. 하지만 올바른 경로를 통한 직접 판매 사업은 ‘기업-사업자-소비자’가 모두 이익을 나눌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이미 보편화돼 있죠. 리브퓨어 역시 올바른 직접 판매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운영하기 위해 ‘우리는 건강한 삶을 이웃에게 전달한다(We delivery Whole Health)’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실천하고 있습니다.”

-리브퓨어는 어떻게 설립하게 됐나요.

“한국에서 글로벌 직접 판매 일을 10여 년간 했었습니다. 우수 사업자에게 주어지는 최고 직급자를 두 번이나 달 정도로 사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죠. 하지만 시장이 자꾸 변질되는 것에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기업들이 이익만 추구하면서 소비자가 아닌 사업자 위주로 시장이 혼탁해졌기 때문이죠. 곧바로 그만두고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미국에서 선진화된 직접 판매 사업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이 때문에 언어도 잘 통하지 않았지만 사업도 교포가 아닌 미국 현지인들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나이키의 창업자인 필 나이트를 비롯해 대만 기업인 카이싱 따오, 월가 재벌 테드 애시포드 3세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을 정도로 인정받는 기업이 됐습니다.”

-리브퓨어코리아도 설립했는데 사업 구조는 어떻게 되나요.

“리브퓨어코리아는 글로벌 리브퓨어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브퓨어를 통해 한국의 우수한 제품들이 전 세계로 공급되고 있죠.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크게 2가지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첫째, 우수한 제품의 생산·공급 기지로서의 역할입니다. 생산 기지의 역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욱 각광받고 있습니다. 바로 K방역·K바이오의 성과로 리브퓨어의 아프리카·동남아시아·유럽 지사에서 한국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조 생산한 제품들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둘째,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의 중심입니다. 아시아 지역은 신흥 시장으로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을 비롯한 베트남·인도네시아·라오스·미얀마 등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세는 하루가 다르죠. 이러한 아시아 국가들의 소비 시장을 하나로 묶는 데 한국이 전초 기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죠. 특히 한국의 개인 사업자(IBO)들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인 만큼 품질에 대한 자부심과 기술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게 장점이죠. 이미 중국·호주·일본·베트남·필리핀 등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생산·공급 기지 역할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리브퓨어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건강기능식품은 한국의 제조업체를 통해 생산되고 있습니다. 북미·유럽·아프리카 지역에 공급되는 제품들은 대부분 ‘코스맥스 USA’에서 제조돼 공급되고 있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은 한국 코스맥스에서 생산, 공급됩니다. 한국에는 탁월한 제품을 연구‧제조하는 강소기업들이 수없이 많아요. 리브퓨어의 유통망을 통해 전 세계로 공급하고 있는 업체들 중에는 이미 미국에서 치매 치료와 관련된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인 기업인 ‘아리바이오’, 대표적 K뷰티 기업인 한국콜마·웰코스·금호덴탈, 프리미엄 덴탈케어 기업인 ‘상시’ 등과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들의 제품은 리브퓨어가 연구·개발(R&D)하는 제품들이 아니기 때문에 OEM 혹은 ODM 방식으로 공급받고 있고 2020년 누적 납품 금액만 대략 500억원이 넘으니 강소기업에는 도약의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사회 공헌 활동도 적극 전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최고의 브랜드 가치 향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한강성심병원 산하 한림화상재단과 손잡고 4년째 화상 어린이들을 후원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더욱 많이 늘려 나갈 계획입니다. 더 고무적인 것은 일방적인 지시에 의거한 후원이 아니라 IBO들의 자발적 참여와 후원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리브퓨어에 2021년은 성장의 터닝 포인트가 될 듯싶습니다. 지금 리브퓨어는 북미(미국‧캐나다 등), 아시아(한국‧일본‧호주 등), 동남아(태국 등), 아프리카(가나‧나이지리아), 유럽, 중동 지역 등에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올해는 더욱 확대할 예정입니다. 일단 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베트남 등 더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우리의 시장에 편입될 것이고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한 케냐·카메룬 등 3~4개 국가에 진출할 예정입니다. 아랍에미레이트를 위시한 중동 역시 올해 가시적 성과가 기대됩니다. 이를 위해 유럽·아프리카·중동 지역을 담당하는 사장을 이미 2019년 선임했고 2020년에는 2019년 대비 아프리카 지역에서만 1200% 성장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차완용 기자 cw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