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벤처기업 붐이라고 할 정도로 신흥 기업의 투자가 호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의 창업 붐을 보면 1990년대의 인터넷 붐 때와 달리 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오프라인 사업을 혁신하는 비즈니스가 초점이 되고 있다. 택시 사업을 인터넷 기술로 혁신하고 있는 우버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각종 택배 비즈니스로 확산되고 있다. 자가용 자동차를 개인 간에서 타임 셰어하면서 공동 이용하는 비즈니스도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소비 시장뿐만 아니라 각종 생산재 시장에서도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 부가가치를 추구하려는 기업이 나오고 있다. 일본의 농업기계 회사인 구보타는 IT를 활용해 농업의 생산성을 확대하는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위성항법장치(GPS)를 활용해 트랙터 등 농기계의 정확한 작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농장 내의 수분이나 발육 상황을 세분화된 장소마다 정확하게 측정해 각종 데이터를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분석, 비료 등의 살포 분량을 조절하고 수확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 공장 기계, 대형 공조 장치 등 제조 현장의 장비와 함께 전력망·상하수도 등의 인프라에서도 IT를 활용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하려는 기업의 노력이 확대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존 산업과 IT의 융합화를 통한 뉴 비즈니스의 활성화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IT 혁명의 새로운 단계를 의미한다. 지금까지 IT 혁명에서는 미국을 포함해 생산성 향상이나 경제성장 촉진 효과가 미진했다는 일부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무시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각종 서비스·농업·제조업·인프라 분야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IT 융합을 통한 부가가치 제고 노력은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생산성 향상 효과를 제고해 저성장을 막는 데 일조할 것이다.
한국도 새로운 시대의 IT 융합을 통한 기존 산업의 혁신이 중요한 시점일 것이다. 한국은 전기전자·자동차·철강·화학·조선·기계 등 주요 제조업에서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추면서 성장세가 정체되기 시작한 시점이기 때문에 IT 융합을 통해 이들 기존 산업에서 새로운 활력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기존 제조업의 강점과 함께 IT 융합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스마트폰 등의 정보단말기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IT 인프라가 정비되고 있고 IT 비즈니스에서 일정한 경쟁력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IT 융합 시대에 유리한 자리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활용해 IT 융합 시대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최근의 IT 융합 비즈니스에서 초점이 되고 있는 경쟁 우위 요소를 각 분야에서 갖춰 나가는 전략이 중요할 것이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이 일정하게 진화하면서 IT와 기존 산업의 융합화가 촉진되고 있는데,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일본 산업계도 모든 현실 공간이 가상공간으로 연계되는 트렌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 각종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으로서는 구글 등 선진 기업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면서 농업의 비료 살포 효율을 높이는 바와 같은 전문 제조 분야 특유의 상황에 맞는 인공지능의 개발 및 응용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전통 산업 살리는 ‘IT’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1963년 일본 도쿄 출생. 1985년 일본 호세이대 경제학과 졸업. 1988년 고려대 경제학 석사. 1988년 LG경제연구원 입사.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수석연구위원 및 재팬인사이트 편집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