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 야행’ 성공 이어 ‘1동 1명소’ 박차…스토리 입힌 문화·역사 콘텐츠 시도

국내 최대 순교 성지인 서소문공원, 서애 유성룡의 집터와 필동 서애길, 명보극장 앞 이순신 장군의 생가 터…. 서울특별시 중구가 자랑하는 역사적 현장들이다. 중구청에서 8월 12일 만난 최창식(63) 중구청장은 이와 같은 역사 문화 자원을 발굴해 세계적인 관광 콘텐츠로 키우는 ‘1동 1명소’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최 구청장은 서울시 부시장 등을 거치며 30년 넘게 도시 행정을 살핀 전문가로, 특히 ‘도심 재생’과 ‘관광산업’에 남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최 구청장은 “재임 기간 중구라는 역사 도시를 확실하게 바꾸는 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제2의 명동 될 숨은 명소 발굴하죠”
민선 5기에 이어 6기 출범 1년 1개월이 지났습니다. 지난 1년은 어땠나요.
“지난 1년간 새로운 4년을 준비하면서 기반을 탄탄히 해 왔다고 자평합니다. 구정에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참여와 신뢰예요. 바르고 공정한 법규에 맞는 행정을 하고 흐트러진 것들을 바로잡고 법질서를 되살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짝퉁 단속을 강화한 것은 관광 활성화의 일환입니까.
“관광 서비스 향상 차원도 있지만 무역 10대 국가라는 국격을 유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주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판매하기 때문이죠. 바가지요금·불친절 등과 함께 위조 상품은 관광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부조리 행위입니다. 동대문에는 이제 길거리 매대를 보기 힘들어요. 지난 5월엔 주한 유럽상공회의소에서 감사패를 줬어요. 저기 진열돼 있는 감사패는 루이비통·구찌에서 받은 것입니다. 수십 년간 요구해도 안 되던 것을 어떻게 단속할 수 있느냐면서 주더군요.”

최근 몇 년간 명동을 중심으로 유커 열풍이 불었습니다. 관광객 유치는 순조롭게 되고 있습니까.
“서울을 찾는 외국 관광객의 77%가 중구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명동뿐만 아니라 남대문시장·남산·덕수궁·숭례문·동대문 패션 타운도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쇼핑 관광에 치중돼 있는데, 관광 구조로는 취약한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엔저 현상이 오면서 일본 관광객이 반 이하로 줄었어요. 유커(중국인 관광객)들도 언제까지 많이 올 것인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볼거리·즐길거리를 다양하게 만들고 서비스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구청장 부임 후 4년간 호텔을 45개 허가해 줬어요. 중구는 620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인 만큼 역사·문화가 곳곳에 숨어 있어요. 문화와 역사는 신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이면서 가장 좋은 마케팅 소재이자 경쟁력이죠. 이를 잘 살리는 것이 도심 재생이자 창조입니다.”

도심 재생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일본의 롯폰기힐스 같이 허물고 다시 짓는 것도 재생이지만 규제 완화를 통한 리모델링도 좋은 방법입니다. 12~13년 전만 해도 명동은 지금의 을지로와 비슷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심하다가 나온 방법이 규제를 풀어준 것입니다. 중심상업지구로 지정하고 건폐율을 90%까지 늘렸어요. 을지로도 건축물 리모델링을 통한 발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동국대 후문에는 서애 유성용 선생의 집터와 성곽길, 한옥마을 등이 연결돼 있습니다. 문화·예술 용도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재건축을 허용해 주면서 민간투자를 유도하려고 합니다. 투자하면 주차장은 지하에 건설하는 식으로 지상을 깨끗하고 쾌적하게 만들 생각이에요. 이와 같은 공공 지원을 통한 민간투자를 유치하는 도심 재생이 가치가 있고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중구가 추진하는 ‘1동 1명소’ 사업도 같은 맥락입니까.
“중구의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해 관광 명소로 키우는 사업입니다. 일례로 서소문공원은 100명 이상이 순교하고 44분이 성인으로 지정된 세계적인 천주교 성지입니다. 그곳을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만들자는 목표로 513억 원을 투입할 계획인데 어려운 일은 다 해결했고 현재 설계를 진행 중입니다. 지상은 근린공원으로, 지하는 역사공원으로 조성할 겁니다. 인근의 약현성당, 명동성당, 당고개 성지, 절두산 성지 등을 연결하면 성지 순례 코스가 됩니다. 이 밖에 민족 영웅인 이순신 장군의 생가 터가 중구에 있는데 사람들이 잘 모르죠. 개발을 유도하면서 1653㎡(500평) 규모의 관광 기념 광장과 전시장·교육장으로 조성할 예정이에요. 단순히 예산 쏟아붓기 식으로는 안되는 일이죠.”

밤의 문화 관광을 활성화한 ‘정동 야행’이 성황을 이뤘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5월 말 첫선을 보인 정동 야행은 이틀간 9만 명이 몰리면서 파격적인 인기를 모았습니다. 1년에 두 번 정도 정례화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많아 오는 10월 29~31일 둘째 정동 야행을 펼칩니다. 정동은 근대 문화의 보고입니다. 아관파천의 흔적이 있는 등 슬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죠. 정동의 역사 유적을 밤 10시까지 열면서 여러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접목했습니다. 해설을 들으면서 걸으면 5시간이 걸립니다.”

중구에는 남대문시장을 비롯해 전통 시장도 적지 않습니다. 어떻게 개발할 계획입니까.
“남대문시장은 600년 역사의 민족 시장이죠. 그런데 해가 지날수록 인근 명동이나 동대문 패션 타운에 비해 전반적으로 뒤처지는 실정입니다. 지난 6월 신세계·중소기업청·서울시와 함께 남대문시장 글로벌 명품 시장 육성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3년간 65억 원을 지원하는데 신세계 쪽에서 사업 단장을 맡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역 고가와 관련해 서울시와 이견을 내고 있는데, 어떤 이유에서입니까.
“대체 도로 건설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역 고가는 45년간 끊겨 있는 동서 축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 왔습니다. 만약 이 길이 막히면 공덕동·아현동·청파동 쪽에서 남대문시장 등 도심을 오가는 통행이 어렵게 될 것이고 상권 약화로 이어져 지역 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입니다. 중구로서는 아픈 부분이죠. 공원을 어떻게 조성하든지 그것은 별개로 하더라도 일단 대체 도로 건설이 우선돼야 합니다.”

충무아트홀도 중구의 대표적인 자랑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뮤지컬 창작을 유도했습니다. 뮤지컬 시장이 4000억 원인데 그중 95%가 라이선스로, 국내 순수 창작은 적은 상태입니다. 매년 서울 뮤지컬 페스티벌을 통해 작품을 선정하고 제작비를 지원하고 공연 기회를 주는 식으로 현재까지 6개 작품을 선정했는데 다 잘되고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충무로는 한국 영화 100년의 현장인데, 영화인들이 떠나 다들 아쉬워하고 있는 상황이죠. 고민 끝에 올해 충무아트홀에서 3대 페스티벌을 열기로 했습니다. 8월 19일 공동 개막식을 엽니다. 꼭 한 번 와 보세요.”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약력 : 1952년생. 성균관대 토목공학과 졸업. 한양대 대학원 도시공학 박사. 제13회 기술고등고시 합격. 서울시 행정2 부시장. 성균관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석좌초빙교수. 2011년 서울시 중구 구청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