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본토 시장 단기 조정 불가피…기관투자가 자금 홍콩 대이동 가능성
지난주 중국 출장에서 만난 중국의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올해 상하이 시장의 추가 상승을 예상하며 연말 주가지수가 5500~6000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일부 증권사에서는 중국 주식시장을 시장 개방과 금리 하락으로 향후 2~3년 동안 좋게 보고 있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5월과 6월에는 주가 조정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장기적으로 상하이 시장을 비롯한 중국 주식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필자가 지난번에 밝힌 바와 같이 구조적인 이유에서 찾고 있다. 즉 중국 경기는 좋지 않지만 구조조정 등 경제의 체질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는 측면과 또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통화 완화 정책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또 수급적인 측면에서도 금리 하락 과정에서 예금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과 증시 개방에 따른 외국인 매수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도 강세 장을 전망하는 근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이르면 5월께부터 상하이 주식시장의 주가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보는 중국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의 시각도 많았다. 이유는 대략 3가지다. 첫째, 단기간의 과도한 상승에 따른 조정 가능성이다. 즉 차익 매물이 커질 수밖에 없어 조정 과정이 곧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중국 정부의 과열 진정을 위한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가 자본시장을 육성하려고 하지만 지나친 과열은 결국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어느 정도 과열을 진정시키는 정책이 나올 시점이 임박했다는 점이다. 셋째, 공급 물량 확대다. 신규 상장(IPO) 기업이 1분기의 월 20~30개에서 5월 50개 정도로 늘어나 주식 공급 확대로 시장이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우선 정부가 50개 기업의 신규 상장을 승인한 것 자체가 조정을 유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을 하게 한다.
‘조용한 변화’ 시작된 중국 시장
최근 중국 시장에서는 조용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후강퉁(상하이·홍콩 간 교차 거래)의 중심이었던 상하이 시장에 대한 주식 매수, 즉 후구퉁(홍콩→상하이)이 주춤하고 반대로 중국 본토 투자자의 홍콩 주식 매수가 확대되고 있다. 부진했던 강구퉁(상하이→홍콩)이 3월 이후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의 중국 기관투자가에 대한 강구퉁 허용과 위안화적격국내기관투자가(RQDII) 제도를 도입해 홍콩 시장의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책이 지원되는 것이 홍콩 시장 활성화의 직접적인 이유라고 볼 수 있다. 보다 현실적으로는 상하이 시장과 홍콩 시장 간의 가격 괴리 확대 등이 원인으로 판단된다.
특히 지난 3월 27일 중국 증권 당국은 본토 공모 펀드가 별도의 라이선스(QDII) 없이 강구퉁을 통한 홍콩 직접 투자를 허용하고 보험 자금의 홍콩 GEM 시장(홍콩의 나스닥이라고 불리는 성장 기업 시장) 투자도 허용했다. 또 홍콩 시장의 본토 시장 대비 상대적인 저평가와 본토 기관 자금의 유입 기대가 합쳐지면서 강구퉁 1일 투자 한도가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이틀 연속 100% 소진되기도 하는 등 홍콩 시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4월 이후 98억 위안 규모의 본토 자금이 홍콩으로 유입돼 청명절 연휴 이후 홍콩 시장 항셍지수는 6.5%, H주지수는 8.4% 상승하기도 했다. 일부 중국 증권사의 전망에 따르면 2015년 연간으로 후강퉁과 QDII를 통해 홍콩 증시로 유입될 자금이 최대 8000억 위안(150조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하반기 선강퉁(선전·홍콩 간 교차 거래) 시행에 따른 교차 거래 확대와 상대적인 저평가 메리트 부각, 미국 금리 인상 지연 등에 따른 홍콩 증시에 대한 상승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또 하반기 선강퉁 개설로 본토행 투자 자금이 분산되는 반면 홍콩행 투자 자금이 더욱 집중되면서 디스카운트를 일부 해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 주식, 본토 주식 대비 35% 저렴
중국 본토의 상하이 시장 대표 지수인 상하이A주와 홍콩의 대표 지수인 H지수 간의 프리미엄을 시기별로 보면 교차하고 있다. 즉 후강퉁 이전에는 홍콩 시장이 더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본토 시장의 홍콩 대비 프리미엄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그 이유는 본토의 유동성(개인 투자자) 프리미엄과 후강퉁 등 교차 거래의 불균형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중국 주식시장 상승의 배경에는 중국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시장으로의 이동이라는 점이 있다. 거기에 제도적으로 중국 기관투자가들의 홍콩 투자에 대한 제약이 상하이 시장에 대한 우선적인 매수를 가져 온 점도 있다. 또 위안화 강세 전망 등 중·장기 본토A주의 프리미엄은 일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동일 기업(A·H 동시 발행)과 같은 업종에 대해 홍콩 상장 중국 기업의 디스카운트가 심각해지는 것은 이론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홍콩과 상하이 간의 주가 차이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수인 AH프리미엄지수는 현재 130~135 수준이다. 같은 종목의 주가가 홍콩 시장보다 상하이 시장에서 30% 이상 비싸게 거래된다는 뜻이다. 2010년 이후 AH프리미엄지수의 평균 프리미엄은 105로, 상하이가 5% 정도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본토 A주의 주가가 급락하지 않는다면 이론적으로 홍콩H주의 단기적인 주가 상승 여력은 최대 20% 수준 이상으로 판단된다. 또 중·장기 AH프리미엄지수가 110 이상으로 상하이 지수가 높게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동일 주식의 홍콩 시장 상장 종목은 추가적인 주가 상승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주식시장은 강세장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단기 상승 속도가 과도하게 빨라 조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결국 향후 수개월 동안 홍콩 시장은 중국 투자의 상대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면 같은 중국 1등 증권회사인 중신증권의 주식은 본토에 상장된 것보다 홍콩에 상장된 종목이 40% 정도 싸게 거래되고 있다. 또 해퉁증권이나 BYD(워런 버핏이 투자한 중국 최대 전기 자동차 회사)는 홍콩의 주식이 본토에 상장된 주식보다 무려 50% 이상 싸게 거래되고 있다. 개별 종목으로 본다면 밸류에이션 메리트가 더욱 부각되는 홍콩에 상장된 우량 종목은 당분간 중국 투자의 대안으로 판단된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주식시장은 여전히 관심을 가져야 할 투자처로 생각되지만 본토의 주식들을 현시점에서 투자하는 것보다 그 대안으로 홍콩 상장 대표 중국 기업과 A·H 괴리 확대 종목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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