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IBM 등이 리더…미래의 가장 큰 먹을거리
전 세계는 지금 뇌 연구를 통한 새로운 산업 창출과 시장 육성 경쟁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로 ‘뇌지도 작성 프로젝트’를 실행 중이다. 기존에 투자된 6조 원 규모의 예산에 더해 앞으로 10년 동안 3조 원을 더 쏟아부을 계획이다. 유럽도 적극 나서고 있다. 뇌과학을 미래 주력 사업으로 선정해 기존 연구비 7조 원에 더해 10년 동안 1조3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현재 뇌과학을 통한 신시장 창출에 가장 근접해 있는 산업군은 정보기술(IT) 업종이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뇌과학 연구를 통한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의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인지·학습·이해·추론 능력 등을 실현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1980년대 이후 반도체 기술의 발전으로 컴퓨터의 소형화·고속화·대용량화가 이뤄짐에 따라 인공지능의 하드웨어적 기반이 마련됐다. 이를 바탕으로 패턴 인식, 기계 학습, 전문가 시스템, 인공 신경망, 자연어 처리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된 소프트웨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공지능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무인 자동차, 2035년까지 1억 대 육박
선진국 및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IT 분야의 차세대 유망 기술로 인공지능을 주목하고 있고 다양한 영역에서 상용화를 시도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자율 주행 자동차, 지능형 로봇, 지능형 감시 시스템, 지능형 교통 제어 시스템 등을 인공지능을 활용한 4대 산업으로 내다봤다.
자율 주행 자동차는 운전자의 조작 없이 스스로 주행 환경을 인식, 목표 지점까지 운행할 수 있는 자동차를 뜻한다. 구글을 선두로 한 글로벌 IT 업계는 자동차 산업을 미래 최대의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차량용 운영체제(OS) 선점 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글은 2012년 세계 최초로 도로 시험 면허를 취득해 100만km 이상의 무사고 주행에 성공했다. 구글은 2017년까지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또 애플은 2014년 자동차 전용 OS인 카플레이를 출시했다. 또 음성인식 비서인 ‘시리’를 통해 음성 명령으로 차량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역시 자율 주행 자동차 기술 개발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아우디는 2013년 구글에 이어 둘째로 도로용 시험 면허를 취득해 기존 완성차 업체 중 자율 주행 자동차 개발 경쟁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벤츠는 2013년 독일 남서부에서 100km 자율 주행에 성공했고 2020년까지 자율 주행 자동차 양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닛산은 2013년 전기차를 개조한 자율 주행 자동차 시제품을 발표했고 2020년까지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내비건트리서치는 2025년 이후 세계 자율 주행 자동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해 2035년에는 연간 생산량이 약 1억 대 수준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지능형 로봇도 IT 기업들이 집중하는 신사업이다. 지능형 로봇은 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기계를 의미한다. 기존의 로봇은 인간의 단순노동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지만 지능형 로봇은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의 복잡한 활동을 대신하는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이는 패턴 인식, 기계 학습, 인공 신경망, 자연어 처리 등 뇌 과학의 요소가 크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지능형 로봇의 세계시장 규모는 연평균 14%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전 세계 지능형 로봇의 생산액은 2003년 44억 달러에서 2011년 127억 달러까지 성장했다. 국내시장 규모는 이보다 더 빨리 성장 중이다. 2005년 5723억 원 수준의 지능형 로봇 시장은 2012년 2조136억 원까지 커졌다. 연평균 21%의 고성장세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까지는 제조업용 로봇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세계시장에서는 전문 서비스용 로봇이, 국내시장에서는 개인 서비스용 로봇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능형 감시 시스템은 영상 정보를 수집하고 자동으로 특정 개체나 행위를 감지, 필요 시 사용자에게 알리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사회 안전망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CCTV 등 감시 시스템 확대에 따라 분석할 수 있는 영상 정보가 늘어나면서 지능형 감시 시스템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세계 지능형 감시 시스템 시장은 2011년 기준으로 약 1억8000만~3억2000만 달러 규모로 추정되며 최근에는 보안·안전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CCTV 설치가 빠른 추세로 증가함에 따라 지능형 감시 시스템 구축 수요는 앞으로 더욱 증대될 전망이다. 지능형 교통 제어 시스템(ITS:Intelligent Transportation System)은 기존의 교통 체계에 정보통신·제어·전자 등의 지능형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교통 시스템을 의미한다. 급증하는 교통량에 따른 교통 혼잡·안전·환경에 대한 개선 요구가 증대됨에 따라 교통 체계의 지능화 및 교통 운영의 효율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지능형 교통 제어 시스템의 세계시장 규모는 2011년 130억 달러에서 2015년 186억 달러로 연평균 9.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시장 규모는 2011년 2억9400만 달러에서 2015년 약 4억4200만 달러 규모로 연평균 10.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 서비스 역시 뇌과학과 융합해 큰 성장이 가능한 부문이다. 대표적인 게 인간의 뇌와 IT를 직접 융합하는 ‘BMI(뇌·기계 인터페이스)’나 ‘BCI(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이 기술은 두뇌에서 나오는 전기적 신호인 뇌파를 컴퓨터나 다양한 기기와 직접 연결해 신체를 사용하지 않고 제어하는 것으로, 생각만으로 휠체어나 로봇을 조종하거나 터치 없이 스마트폰 등 휴대기기나 웨어러블 기기를 작동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뇌와 기계를 직접 잇는 기술 개발 중
미국 바텔연구소와 오하이오주립대가 개발한 ‘뉴로브리지’ 기술은 환자의 뇌 특정 부위에 4mm 크기 칩을 삽입해 머릿속 생각을 감지한다. 이를 컴퓨터 신호로 변환해 환자 팔에 매달린 전극 장치로 전달, 팔 근육에 전기 자극을 줘 환자의 생각대로 팔이 움직이게 한다.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척수마비 환자나 부분 신체 마비를 겪는 뇌졸중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이 기술은 초기 단계다. 하지만 뇌과학, 특히 인공지능 장비를 의료 서비스 부문에 접목한 제품이 이미 상용화됐다. 대표적인 게 IBM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이다. 왓슨은 뉴욕의 메모리얼 슬론 암센터와 휴스턴의 MD앤더슨 암센터, 최근 세계 최고의 병원으로 꼽히기도 한 메이요클리닉 등에 채용돼 인공지능과 의료진의 공존 모델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연쇄상구균으로 인한 붉은 발진 및 높은 온도가 특징인 이 소아 열병의 원인은’이라고 물으면 왓슨은 ‘98% 성홍열, 15% 류머티스성 열, 8% 패혈성 인두염’이라고 답한다. 또 ‘이 질병은 원형 발진, 발열 및 두통을 나타내는 관절염 가족력이 있는 환자에게 포도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라고 질문하면 왓슨은 ‘76% 라임병, 1% 베체트병, 1% 유육종증’이라고 답한다. 이처럼 간단한 질문과 응답을 통해 의사는 환자에게 내릴 수 있는 최적의 진단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인공지능이 의료 부문에 적용되는 사례는 심사 평가 업무다. 이미 미국의 대형 보험사인 웰포인트에서는 IBM의 왓슨을 이용해 의사들이 수행한 각종 시술에 대해 그 정당성을 판단하고 청구된 항목에 보험료를 허가해 주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IBM은 왓슨이 적용되는 시장이 2015년에는 16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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